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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의 '유치원 교사 패러디'에 반응 폭발
'새벽부터 밤까지 과로에 다크써클·귀에선 피 철철'
"아파도 못 쉰다"…유치원 교사 49% 근속 2년 미만
"부모 민원은 교사 소진·이탈 촉발하는 직접적 요인"
"사실 진짜 힘든 건 원장이나 중간관리자" 지적도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나도 모르게 이것저것 부탁드린 적이 있었던 것 같아 조금 찔렸어요. 영상을 보니 선생님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느껴져 앞으로는 더 배려하고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김모씨)
"패러디 영상이라 과장된 부분도 있겠지만 댓글까지 읽어보니 완전히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고생하는 만큼 처우 개선이 이뤄지길 바랍니다."(유모 씨)
"충격적이었어요. 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친구를 보면서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영상처럼 하루 종일 업무가 이어지거나 말도 안 되는 부탁까지 들어줘야 하는 줄은 몰랐습니다."(또다른 김모씨)
지난 10일 오전 등원이 한창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몇몇 어린이집 앞에서 만난 학부모들의 반응이다.
이들이 말한 '영상'이란 지난 7일 개그우먼 이수지가 유튜브에 올린 '유치원 교사 이민지 씨의 끝나지 않는 24시간'이다.
공개 사흘 만인 10일 현재 조회수 320만여회, 댓글 1만8천여개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끈 이 영상은 이수지가 지금껏 올린 여러 풍자·패러디 영상과 달리 '웃기다'는 반응보다 '슬프다'는 반응을 더 많이 모으고 있다.
지난 1월 경기 부천에서 20대 유치원 교사가 독감 판정을 받은 뒤 고열에도 사흘간 출근하다 결국 숨진 사건의 파문이 큰 가운데 등장한 패러디다.
이수지는 '높은음 소리'로 밝게 말을 해야 하고, 쉴 틈 없이 유아들을 돌보며, 귀에서 피가 철철 날 만큼 항의를 듣고도 밤늦게까지 키즈노트(모바일 알림장) 등을 쓰느라 퇴근하지 못해 다크써클이 짙게 내려앉은 '유치원 선생님'을 '진짜 극한직업'으로 그려냈다.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보는 내내 트라우마처럼 심장이 빨리 뛰고 속이 울렁거려"
해당 영상 댓글 창에는 "실제 선생님들이 이 영상을 보고 웃지 못하고 다들 울고 계신다는 게 너무너무 슬퍼요", "정상 학부모:이 영상 보면서 혹시 내가 저런적 없나 자기 검열함 / 진상 학부모:이거 자기 얘긴지 모름", "개그가 아니라 다큐네", "전직 유치원 교사였습니다 보는 내내 트라우마처럼 심장이 빨리 뛰고 속이 울렁거려요" 등의 공감이 모였다.
각종 맘카페에서도 '관람평'이 쏟아지고 있다.
네이버 한 맘카페에서는 "현실 고증 제대로던데요. 웃기기보다는 뭔가 마음이 아팠어요", "보육교사 십년 경력 있는 사람으로서 현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습니다", "현직교사예요. 저는 보면서 안 웃기고 갑갑하고 눈물 나요. 과장 아니고 더 기괴한 엄마들 많아요"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현장 교사들의 증언은 더 구체적이다.
12년 차 유치원 교사 최모(33) 씨는 "영상에 과장된 부분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조금 순화해서 표현하려고 했구나'라고 느껴졌다"며 "아프면 쉬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코로나에 걸려도 독감에 걸려도 출근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폰으로 아이들 사진을 찍으면 좋겠다고 해서 폰을 바꾸는 교사도 실제로 많고, 민원 들어올 때 '저희 애기 아빠가 화가 많이 나서요'라고 말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며 "교사 사생활을 캐묻거나 옷차림·화장·네일로 민원 넣는 것도 흔하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20년 차 유치원·어린이집 교사인 이보람(42) 씨는 "사진의 화질이나 표정 지적, '우리 아이는 왜 안 웃고 있나요?' 같은 피드백은 일상적 민원"이라며 "아이의 감정만 강조하면서 교사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거나, 일방적으로 요구를 전달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이어 "하원 시간을 지키지 않고도 미안해하지 않는 모습 역시 현장에서 자주 겪는다"며 "영상이 실제 현장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4년차 교사 A씨도 "연장반 당직을 수당 없이 서거나 행사·서류 때문에 밤 10시, 12시까지 남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발달 지연 아동까지 별도 지원 없이 교사 혼자, 많아야 보조 한 명과 함께 모두 돌봐야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데 휴게시간은 사실상 보장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5년 동안 유치원 교사로 일하다 퇴직한 김모(30) 씨도 "전체적으로 너무 공감됐다. '나도 그랬지' 하는 해탈한 느낌이었다"며 "영상에서처럼 새벽 4시 출근은 매번은 아니지만 행사나 활동 준비 때문에 5~6시에 출근한 적은 종종 있었다. 오후 7시가 퇴근시간이었는데 제시간에 가본 적은 10번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원장이 먼저 퇴근하면서 내일, 모레까지 하라며 일을 가득 주고 가니 새벽에 택시 타고 퇴근한 적도 있었다"며 "행사 준비를 교사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하고, 아이들 앞에서 가위를 못 쓰니 모두 하원한 뒤에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영아반은 하루 한 번 키즈노트를 올리는 것이 필수여서 사진 상태와 아이 표정, 활동 내용을 다 챙기다 보면 퇴근 시간 뒤 한 시간 넘게 붙잡는다"며 "사진을 올리면 원장이 다시 찍어 올리라며 삭제를 지시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원장도 교사를 보호하지 않아"…"공휴일을 연차로 처리"
원장·원감 등 내부 조직의 권위적 문화, 업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 교사는 "학부모 요구 자체도 어렵지만, 더 큰 문제는 과도한 요구가 와도 원장이 조율하거나 교사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대체 교사 부족으로 연차도 자유롭지 않고, 공휴일을 개인 연차로 처리하거나 수당·보조금을 원장에게 되돌려주는 '페이백' 관행까지 있다"고 밝혔다.
최 교사도 "사실 진짜 힘든 건 원장이나 중간관리자"라며 "교사를 하대하고 감정 쓰레기통처럼 대하는 경우가 많다. 체감상 열에 여덟아홉은 관리자 때문에 힘들고, 학부모 문제는 10건 중 1건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윗선의 지시로 아이들 먹는 것도 많이 아낀다. 딸기 한 알을 영아 세 명이 나눠 먹고, 전체 생일파티 케이크도 티스푼으로 한 입씩 먹는 경우가 있다"며 "학부모가 보는 키즈노트용 식단 사진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폭로'도 했다.
그러면서 "보육 업계는 이직할 때 전 직장에 전화해보는 문화가 있어 부당한 일을 겪어도 참고 견디며 옮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직 교사 김씨도 "연차가 없거나, 있어도 눈치를 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원장님들께 꼭 말하고 싶다. 교사 돈은 교사 돈이다. 유치원에 필요한 물품을 사오라며 교사의 사비 지출을 강요하고, 원에 문제가 생기면 실행은 원장이 하고 욕은 교사가 먹는 구조"라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유치원알리미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7천449개 유치원 교사 4만340명 가운데 근속 1년 미만은 1만1천684명(29.0%), 1년 이상 2년 미만은 7천950명(19.7%)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48.7%가 현 기관에서 2년을 채우지 못한 셈이다.
과중한 업무와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 교사들이 현장을 오래 버티지 못하고 이탈하는 구조가 굳어져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6세 아들을 둔 정모 씨도 "한국 유아교육기관은 원장이 절대 권력자라 교사가 원장한테 밉보이면 재계약을 못하는 탓에 과중한 업무를 감내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어린이집 교사들이 키즈노트 쓰는 일을 굉장히 힘들어했고 밤 9시까지 야근도 많이 했지만 별도 수당은 못 받는 등 노동법 위반 사례가 많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들이 4세때 미국에서 프리스쿨(유치원 전단계)을 다녔는데 거기서는 키즈노트도 없고 학부모가 하원 때 1분만 늦어도 교사들이 화를 냈다"며 "미국 교사들은 출퇴근 시간을 칼같이 지켰고 학부모의 편의를 봐주는 건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최정아 부산과기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이수지의 패러디 영상에 대해 "과장 여부를 따지기보다 왜 많은 전·현직 교사들이 이를 현실적으로 느끼는지를 봐야 한다"며 "유아교육 현장은 수업뿐 아니라 돌봄, 기록, 행정, 학부모 응대까지 동시에 요구되는 구조로, 장시간 노동과 정서적 소진이 불가피한 환경"이라고 짚었다.
이어 "학부모와 교사 간 갈등 역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역할과 기대를 조정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구조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짧은 근속연수와 교사 이탈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숙련된 교사가 오래 버티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부모 민원은 교사 소진과 이탈을 촉발하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그 부담이 관리자와 기관 전체로 확산하는 구조"라며 "이러한 환경이 누적되면서 유아교육과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실제로 대학 현장에서도 지원자 감소 등 입시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호 덕성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최근 정부의 영유아 지원 중심 정책 속에서 교사 지원은 여전히 부족해 현장 부담이 집중된다"며 "아이를 중심으로 정부·부모·기관이 책임을 나누고, 교사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존중이 함께 이뤄져야 지속 가능한 유아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minj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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