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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장사' 대학평가 부작용…고액컨설팅에 억대 광고비 '투입'

입력 2026-04-02 05: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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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중치 알려준다"며 접근…평가기관이 직접 광고 받는 '이해충돌' 우려까지


순기능 속에도 부담요인…프랑스 명문 소르본은 참여 거부 "평가근거 불투명"




대학교 강의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수현 이의진 이율립 양수연 기자 = 전 세계 대학을 줄 세우는 상업적 세계대학평가가 어느새 거대한 '사업 생태계'이자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평가 주체가 대상이 되는 대학에 광고를 받고, 자문 명목의 중간업자까지 나타나 고액 컨설팅을 진행하는 상황에 상아탑 내부에서는 자조적 분위기마저 감돈다.


2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학가에선 국립대와 사립대를 가릴 것 없이 세계대학평가 순위 상승을 위한 이른바 '지표 개선 전략 컨설팅'을 받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영국 QS(Quacquarelli Symonds)나 THE(Times Higher Education)와 같은 상업적 대학평가에서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순위를 받기 위해, 점수 산출 과정에 정통한 이들을 앞다퉈 찾는다는 것이다.


계산법이 알려진 정량 지표 외에 비공개된 정성 평가 내용을 파악하고, 가중치가 붙는 항목을 집어내는 등 순위 경쟁 압박에 시달리는 대학의 절박한 수요를 포착한 업체들이 성행한다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건전한 발전 도모라는 순기능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평판' 유지에 부담을 느끼는 대학이 평가기관으로부터 울며 겨자 먹기로 거액의 유료 컨설팅을 받거나 광고비를 집행할 뿐 아니라, 중간업자들과도 은밀한 거래에 임할 수밖에 없는 기형적인 '시장'이 형성된 셈이다.


◇ "평가기관 출신" 앞세운 고액 컨설팅…국립대도 6억 광고비


실제로 인하대는 지난해 6월 나라장터에 세계대학평가 자문 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QS와 THE의 평가 방식을 분석해달라는 의뢰였고, 사업 예산으로 5천500만 원이 배정됐다.


용역 제안서엔 논문·피인용 수 등 정량 지표 공략법과 학계·산업계 평판 관리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노골적인 요구가 담겼다. 업체 선정의 핵심 요소 역시 QS·THE 지표 이해도와 전략 수립 역량이었다.


이같이 대학이 적극적으로 전문 업체를 구하는 건 평가기관이 수시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방법론을 조정하기 때문이다. 매년 지표 변동에 혼란을 겪는 대학 사정을 꿰뚫어 보는 업체의 '역제안'도 뿌리치기 힘들다.


지방의 한 사립대 교수는 연합뉴스에 "여러 회사가 컨설팅해준다고 붙는다. 평가기관에서 근무했다며 컨설팅해준다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불법은 아니라지만 대학은 거기에 돈을 또 써야 한다"고 토로했다.




연구 (PG)

[정연주 제작]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국립대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유학생과 연구자 유치, 기관 인지도 향상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세계대학평가에 목메는 건 마찬가지다.


연합뉴스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2020∼2025년 8월 국립대 광고 집행 내역'에 따르면, 강원대·경북대·전북대는 QS와 THE에 총 6억원가량의 광고비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대가 2023년부터 올해 6월까지 두 기관에 3억여원, 경북대는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2억여원, 전북대는 2020년 QS와 1천600만 원의 계약을 맺었다. 대부분 랭킹 기관 홈페이지 배너나 잡지 광고 명목이었다.


◇ 프랑스·네덜란드선 "순위 거부"…'이해충돌' 모순 지적


평가 기관이 자신의 권위를 매개로 대학을 상대로 영리를 취하는 행태는 전 세계적으로 대학평가의 구조적 모순으로 지적돼 왔다.


유엔 산하 학술기관 유엔대 국제보건연구소의 독립 전문가 그룹(IEG)은 2023년 성명을 내고 대학평가의 '이해충돌' 문제를 직격했다. 이들은 "사업 모델상 글로벌 평가기관은 명백한 이해충돌 상황"이라며 "공정한 평가를 제공한다고 주장하나, 실제론 평가 대상인 대학들에 광고나 성과 관련 서비스를 판매하는 데 주력한다"고 꼬집었다.


상업화한 학술 성과 계량화와 줄 세우기에 불만을 표하고 '탈출'을 선언하는 글로벌 명문대도 속속 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명문 소르본대는 지난해 10월 THE 순위에서 전격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학교 자료를 일절 제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학 측은 순위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기관의 평가가 검증 불가능한 '블랙박스'와도 같다는 점을 비판했다.


이보다 앞선 2023년 THE 순위 참여를 전면 거부한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는 아예 공식 홈페이지에 '우린 왜 대학 랭킹을 거부했나'라는 페이지를 별도로 운영 중이다. 교육, 연구, 사회적 공헌 등 대학의 다양한 역할을 단일 수치로 계량화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단호한 논리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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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2 08: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