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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빌리는 데 펑펑, 우린 소모품이냐"…토종학자들 '부글'

입력 2026-04-02 05: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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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5만원, 허탈하다"…열악 처우 시간강사·연구자들, 대학 자성 촉구


긍정적 효과 불구 8천억 'WCU' 실패 판박이 지적·학내 구조적 침묵 비판도




대학 시간강사 (PG)

[제작 최자윤, 정연주]


(서울=연합뉴스) 박수현 이의진 이율립 양수연 기자 = 국내 대학들이 글로벌 랭킹 실적을 올리기 위한 학술교류 활동에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외국인 연구진까지 동원된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연구를 이어온 국내 토종 학자들 사이에선 "허탈하다"는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강사료 등 연구진이 대학에서 받는 처우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실질적인 교육이나 연구에 기여하는지 의심스러운 해외 학자들에게까지 억대 예산을 쏟아붓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거 천문학적인 돈을 들이고도 혹평 속에 막을 내린 '세계 수준의 연구 중심대학 육성(WCU)' 사업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는 글로벌 교류 협력 증진, 학문적 성과 공유라는 긍정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일부 해외 연구자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된 데 대한 문제 제기 성격이 짙다.


◇ "강사들이 교육·연구 더 많이 기여하는데…황당·억울"


서울 시내 한 대학의 강사 A씨는 2일 연합뉴스에 "강사료가 옛날에 비해서 많이 올랐다지만 사립대가 시간당 5만원 수준"이라며 "우리에게는 그 정도를 주면서 (학술 용병에) 꽤 많은 돈을 쓰는 건데 허탈하다"라고 털어놨다.


A씨는 한국에 오지도 않는 해외 다작 학자들을 꼬집으며 "그들은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거나 연구를 하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강사들이 비용 대비 훨씬 많은 기여를 하는데 정작 우리에게는 투자를 안 한다. 황당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기가 차기도 한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오히려 강사들에게 지원금을 줘서 연구를 독려하면 성과가 날 수도 있는데 이름만 빌리는 더 쉬운 방법을 선택한다는 게 강사들 입장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성토했다.


대학 예산이 단기간 내 평판 상승을 위한 '대증요법'이 아닌 근본적 발전을 위해 쓰이는지에 대한 의문 제기와 함께 국가 기초 연구 생태계 전체를 갉아먹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지방 사립대 교수 B씨는 "대학 연구비가 교수, 대학원생, 박사후연구원들의 실제 연구 활동에 쓰여야 연구 경험과 지식이 축적돼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한국 학계가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논문 인용 지표를 올리려고 이름만 빌리는 데 예산을 쓰는 건 다음 학문 세대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낭비"라며 "대학평가 기준이 만든 촌극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비판했다.




대학교 수업 (PG)

[박은주 제작]


◇ 8천억 날린 'WCU 사태' 판박이?…"학계 자정 목소리 내야"


국내 학계의 무관심 속에 실패로 끝난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사업의 전철을 답습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8천25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해 해외 우수학자를 유치하고 학문 후속세대를 양성한다며 WCU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인 바 있다.


당시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해외 저명 학자 수백 명이 국내 대학의 전임 혹은 겸임 교원으로 고용됐고, 전국 각지 대학에 WCU 관련 학과와 전공이 우후죽순 신설됐다.


그러나 이 사업은 결국 '대학이 해외 학자들의 현금인출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막대한 돈을 들였지만, 영입 학자들의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상당수 교수가 정규 강의 대신 특강을 몇 차례 하거나 국내에 잠깐 머물다가 떠났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한 대학 소속의 교수 C씨는 "당시 학계에선 그냥 돈을 퍼주는 일이라며 '조금 하다 한국을 떠날 것'이라고 걱정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라며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당시 초빙됐던 학자가 한국에 크게 기여한 바는 전혀 없다"라고 일갈했다.


지방대 교수 D씨는 대학 내부의 구조적 침묵을 꼬집으며 "대학 경영에 참여하는 보직교수 정도 돼야 이런 프로그램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알 수 있다"며 "일반 교수들은 큰 문제의식을 가지기가 어렵다"라며 안타까워했다.


학자들이 스스로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자정과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C씨는 "학계 안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자정하도록 경종을 울리고 의견 제시를 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대학들은 이 같은 활동이 전체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크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외 석학을 모실 수밖에 없고, 이들과 공동 연구를 하거나 행사를 개최하는 등 실질적 교류도 이뤄지고 있다는 취지다. 그 과정에서 지적되는 일부 연구자의 부작용은 구조적 문제라기보다 특정 개인의 문제라는 측면이 강하다는 입장이다.


s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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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2 08: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