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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상 글 부문 최종 후보 올라…"40년 글쓰기 선물 같아"
"지금 시대엔 어린이와 어른의 징검다리 될 작품 필요"
소외된 이웃·그늘진 삶 조명…변화한 현실 반영 개정작업도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024년에 이어 2026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HCAA) 글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이금이가 지난 31일 연합뉴스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4.1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이탈리아 북부 도시 볼로냐는 전 세계 아동청소년 문학인들에게는 각별한 곳이다.
해마다 봄이면 세계 최대 규모 아동청소년문학 박람회인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이 열리기 때문이다.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HCAA) 수상자 발표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진행된다.
덴마크 동화작가 안데르센을 기리고자 1956년 제정된 상으로, 2년마다 아동문학 발전에 공헌한 글·그림 작가를 한 명씩 선정해 시상한다.
2024년에 이어 2026년 안데르센상의 글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이금이(64) 작가를 지난달 31일 연합뉴스 사옥에서 만났다.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이 두 번째인 만큼, 이금이는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힌다.
수상이 현실이 된다면 2022년 그림 작가 부문에서 상을 받은 이수지에 이어 두 번째 한국인 수상이자 글 부문 최초의 한국인 수상이 된다.
이금이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큰 영광"이라며 "제가 40여년 동안 아동청소년 문학을 해왔는데 그에 대한 선물을 받은 것 같아서 기쁘다"고 최종 후보에 오른 소감을 말했다.
그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아니라고 겸양을 보였다.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위원회(KBBY)와 출판사의 헌신과 노력,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 덕분에 최종 후보에 오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024년에 이어 2026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HCAA) 글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이금이가 지난 31일 연합뉴스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4.1
jin90@yna.co.kr
◇ 이야기꾼 할머니 그리워한 소녀…세계문학전집 읽으며 작가 꿈 키워
이금이는 한국 아동청소년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당대 현실을 반영한 탄탄한 서사와 주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이금이의 문학적 출발점이 궁금했다.
1962년 충북 청원군에서 태어난 그의 첫 문학 교사는 이야기꾼 할머니였다.
시골에서 할머니의 옛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그는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늘 할머니 댁이 그리웠다고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그에게 벗이 되어준 것은 소년소녀 세계 문학전집이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 같은 작품을 읽으며 이야기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작가의 꿈을 키운 그는 1984년 단편동화 '영구랑 흑구랑'으로 새벗문학상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해 수상소감에서 이금이는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나는 하늘에서 크고 환하게 빛나는 별보다 춥고 외롭고 희미한 별을 노래하겠다."
다짐대로 이금이는 소외된 이웃과 그늘진 삶을 조명하며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초기 대표작인 '너도 하늘말나리야'(1999)는 농촌 사회를 배경으로 가족 결손 문제를 다뤘고, '유진과 유진'(2004)은 유년시절 성폭력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또 '밤티 마을' 연작 동화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가족'과 '다양성'이다.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인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는 "이금이 작가의 가족에 대한 접근은 현실의 재현이 아니라 개척이었다"며 "한 부모 가정, 이혼과 재혼, 입양, 비혈연 가족, 1인 가구, 이주 배경의 이웃, 반려동물로 확장되는 가족의 모습을 앞선 감각으로 짚어나갔다"고 평가했다.
그는 역사소설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슬픔의 틈새'에 이르는 일제강점기 여성 디아스포라(이산) 3부작은 청소년문학의 지평을 넓힌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위원회(KBBY)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40여년 간 50여권 펴내…"마음에 들어온 이야기가 글 쓰게 만들어"
이금이가 등단 후 40여년 동안 낸 작품만도 50여권에 이른다.
긴 세월 동심에 귀를 기울이며 작품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이 뭘까.
"내가 어린이문학을 선택한 게 아니라 어린이문학이 나를 선택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제 안에 들어온 이야기가 계속 글을 쓰게 만듭니다."
그는 "저를 찾아온 이야기를 이 세상에 완전한 형태로 꺼내놓고 싶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며 "부담스러운 책임감이 아니라 즐거운 책임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세월이 지날수록 제 안에 있는 어떤 상처받은 아이, 힘든 일을 겪은 아이가 계속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금이는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해 꾸준히 개정판을 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개정판 작업은 아동청소년문학가로서 윤리와 책임 의식의 발로다.
이를테면 과거에는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사용했던 단어 가운데 '유모차'를 개정판에서는 '유아차'로 바꿔 썼다.
유모차라는 단어가 성역할의 고정관념을 담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단순히 단어 선택의 문제는 아니다. 아예 작품의 대사가 달라진 경우도 많다.
이금이는 작품의 재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개정 작업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독자인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아무리 노력하고 조심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또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으로 누구보다 어린이들이 고통받는 요즘, 그는 아동문학의 역할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이상적인 이야기지만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또 "아동문학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되 그 안에서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을 미화하고 왜곡해서는 안 되며, 엄연히 존재하는 삶을 진정성 있게 그리되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금이는 "어린이나 청소년을 온전한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존엄과 가치를 작품 속에 담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어린이와 어른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작품이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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