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약물운전 처벌 강화 놓고 온라인서 혼란…"감기약 자체는 단속 대상 아냐"
마약류 등이 주요 대상…"일반 의약품도 주행에 영향 준다면 운전 안 돼"
'졸음 유발' 항히스타민제 금지는 아니지만 주의해야…"의사·약사에 문의"

[유튜브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4월부터 감기약 먹고 운전하면 쇠고랑?"(유튜브 미리보기 이미지 제목)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내달 2일부터 약물 운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유튜브 등에 감기약만 먹고 운전해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콘텐츠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나아가 대부분의 약 성분이 2주가량 체내에 남아있어 복용 당일뿐만 아니라 약을 먹은 뒤 한동안 운전하면 안 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혼란을 키우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일까.
경찰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약물 운전에 따른 단속 대상은 마약류 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감기약 자체는 대개 문제가 없다. 다만 감기약을 복용한 뒤 정상적인 운전이 어렵다면 상식적으로 당연히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경찰 등은 강조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4월부터 약물운전 신규 단속?…"처벌 수위 강화"
우선 온라인에 올라오는 주장 중 다음달 2일부터 약물 운전에 대한 처벌이 새로 도입된다는 이야기가 많이 보이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현 도로교통법 제45조는 과로, 질병, 또는 약물의 영향과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4월 2일부터 달라지는 것은 약물 운전의 처벌 수위다.
이전에는 약물 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됐으나 내달 2일부터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재범 때는 2년 이상 6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음주운전의 경우 혈중알코올농도가 만취에 해당하는 0.2% 이상이면 2~5년의 징역이나 1천만~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데 약물 운전은 이보다 더 엄한 벌칙 기준이 적용된다는 의미다.
또한 음주운전 측정과 마찬가지로 '측정 불응죄'가 신설돼 경찰관이 약물 측정을 요구했을 때 이를 따르지 않으면 처벌된다.

[경찰청 블로그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약물운전 처벌 수위를 높인 것은 최근 관련 사건이 늘어나는 가운데 단속 근거나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27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약물 운전으로 인한 면허 취소는 2022년 80건에서 2024년 164건으로 2배 증가했다. 약물 운전으로 인한 사고 건수도 2019년 2건에서 2024년 23건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올해 2월 서울 반포대교에서 포르쉐를 운전하다가 다리 난간을 들이받고 추락사고를 내 검거된 30대 여성도 대표적인 약물 운전 사례다.
이 여성의 차량에선 빈 프로포폴 병과 약물이 채워진 주사기 등이 발견됐다.
같은 달 서울 용산구에서 벤틀리를 몰던 30대 남성이 약물 운전 혐의로 붙잡히는 등 최근 약물 운전 사고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경찰청 관계자는 밝혔다.
반포대교서 포르쉐가 추락하는 장면이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http://yna.kr/AKR20260326015800518]
◇ 감기약도 처벌되나?…"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이 해당"
도로교통법은 약물 운전에 해당하는 약물의 범위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481종과 화학물질관리법상의 환각물질 9종 등 총 490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중 향정신성의약품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것으로, 졸피뎀, 트리아졸람, 디아제팜, 케타민, 프로포폴, 펜타민, 옥시코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졸피뎀과 트리아졸람, 디아제팜은 불면증 치료, 케타민과 프로포폴은 마취에 주로 사용된다. 나비 모양으로 생겨 소위 '나비약'으로 불리는 식욕억제제가 펜타민 계열이며, 옥시코돈은 아편과 유사한 합성 마약이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오남용 및 의존성 우려가 있어 마약류 관리법에 따라 엄격히 관리되며 개인이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없다.
화학물질관리법상 환각물질은 흥분·환각 또는 마취의 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부탄가스, 톨루엔, 초산에틸, 메틸알코올 등이 해당한다.
온라인에선 종합감기약,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도 모두 처벌 대상 약물이라는 주장과 함께 구체적인 제품명까지 언급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항히스타민제 자체는 법에 규정된 490종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항히스타민제가 졸음이나 집중력 저하를 유발하는 경우가 있지만, 마약류나 환각물질에 해당하지는 않는 것이다.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도 지난 1월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게시한 '약물운전 Q&A' 글에서 '약을 먹고 운전하면 어떤 약이든 처벌된다는 건가요?"라는 질문에 "아니요. 관련법에 따른 마약, 대마, 향정신성의약품, 환각물질을 의미한다"고 분명히 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감기약은 무조건 괜찮다?…"정상적 운전 어렵다면 안돼"
그렇다면 종합감기약 등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물은 복용해도 운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경찰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한다.
도로교통법 45조상 운전을 해서는 안 되는 '그 밖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약물의 종류가 아닌, 이로 인한 운전 능력 보유 여부가 약물 운전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지연환 경찰청 교통안전계장은 "단순히 약물 성분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정상적인 운전이 가능한 상태인지가 중요하다"면서 "약물의 종류를 고민할 필요 없이 졸음이 느껴지는 등 운전하기에 위험한 상황이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런 의미에서 항히스타민제는 약물 운전 관련 직접적 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운전 능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복용 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 대한약사회는 내달 관련 법 시행을 앞두고 총 27종의 항히스타민제 성분에 대해 운전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안내했다.
약사회는 특히 디펜히드라민, 클로르페니라민, 독실아민 등 1세대 항히스타민제를 자체적인 '운전 금지' 약물로 분류했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혈액뇌장벽을 통과해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특성으로 졸음 등의 부작용이 흔하기 때문이다.
최헌수 약사회 대외협력실장은 "법적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어도 위험할 수 있는 약물들"이라고 설명했다.
약 성분과 마찬가지로 약 복용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운전이 가능한지도 개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
최 실장은 "사람마다도 다르지만 같은 사람이어도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서 똑같은 양을 복용하고 괜찮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치가 있는 음주운전과 달리 약물별로 약물 운전 여부를 판단할 함량 기준이 없다는 점도 혼란을 주는 요인 중 하나다.
이를 감안해 경찰청은 최근 약물 운전 단속을 위한 혈중 농도 및 운전금지 기준에 대한 연구에 착수해 약사회, 대검찰청, 대한의사협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기관과 논의하고 있다.
지연환 계장은 "함량이 아닌, 성분이 검출됐는지가 (약물 운전의) 필요 요건"이라며 "단순히 검출 사실만으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약물이 운전자에게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는지를 본다"고 말했다.
따라서 약을 처방받거나 구입할 때는 의사나 약사에게 운전해도 괜찮은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또한 처방전이나 약 봉투에 '졸음 유발' 또는 '운전주의' 등의 문구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최 실장은 "운전해야 하는데 어떤 질환으로 약을 먹어야 한다면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자주 다니는 약국에 사정을 설명하고 확인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SNS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약물운전, 어떻게 단속?…"사고 발생·이상 운전 신고 때 대응 중심"
약물 운전 단속은 음주운전 단속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음주운전은 현장에서 혈중알코올농도를 바로 측정할 수 있지만 약물은 정확한 측정을 위해 채혈 검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주운전처럼 일제 단속이나 불시 단속보다는 교통사고가 났다거나 인근 차량이 정상 주행 상태가 아닌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일단 탐지하는 방식으로 약물 운전 여부에 대한 1차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때 운전자 관찰 및 대화를 통해 이상 행동이 포착된다면 한 발로 서기, 회전 걷기 등을 해보도록 요구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약물 운전 가능성이 의심된다면 간이 검사를 진행한다.
타액(침)을 이용하는 간이 검사는 10~15분이면 대마, 필로폰(메스암페타민), 코카인 등 10여종을 감별할 수 있다. 그러나 도로교통법상 운전 금지 약물 490종 가운데 일부만 검출할 수 있어 경찰은 필요시 소변이나 혈액을 채취해 국과수에 정밀 검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이때 약물이 검출된다면 약물 운전 금지 위반으로 처벌되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음주운전을 단속할 때 동시에 약물 복용 가능성도 더 유심히 보지 않겠느냐"면서 "평소 약물에 취약하다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lucid@yna.co.kr
<<연합뉴스 팩트체크부는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factcheck@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