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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접수 153건 중 첫 심사서 26건 각하…전원재판부 회부 아직 '0건'
"단순 재판 불복은 안된단 점 명확히"…"사건 폭증 우려 여전" 시각도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헌법재판소가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지정재판부 사전심사에서 총 26건의 청구 사건에 대해 각하결정을 내렸다.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재판소원 관련 안내문이 비치돼 있다. 2026.3.25 yatoya@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제 시행 이후 첫 사전심사에서 재판소원 사건 26건을 무더기 각하하면서 애초 공언한 대로 '4심제' 우려를 덜어낼지 관심을 끈다.
일각에선 이번에 공개한 결정례를 통해 '재판소원 대상을 엄격히 거르겠다'는 방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연간 최대 1만5천건의 사건 접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초기 소수의 사건에 대한 결론만으로 우려가 불식됐다는 보기는 어려운 만큼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재판소원 시행 이후 접수된 사건 153건(23일 기준) 가운데 전날 총 26건을 지정재판부에서 전부 각하 결정했다고 밝혔다.
헌재에 사건이 접수되면 헌법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가 사전심사한다. 청구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하면 전원재판부에 회부하지 않고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하는데, 이 첫 관문에서 일단 26건이 무더기로 탈락한 것이다.
개정 헌법재판소법 72조 3항은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 각하 사유로 ▲ 다른 법률에 따른 구제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은 경우(보충성 흠결) ▲ 청구기간 도과 ▲ 대리인 미선임 ▲ 재판소원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명백한 경우 ▲ 그 밖의 청구가 부적법한 경우를 들고 있다.
헌재 안팎에선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명백한 경우'(4호)가 재판소원 사전심사에서 가장 까다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해왔다. 보충성이나 청구기간 도과와 같은 형식적 요건에 반해 그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사건 폭증을 막을 실질적 통제장치가 되리란 예상이다.
실제 전날 헌재 각하 결정 26건 중에서도 '청구사유 미비' 사유가 17건으로 가장 많았다.
헌재는 전날 공개한 결정례를 통해 "청구인으로서는 사유를 갖췄는지에 대한 진지하고 충실한 주장·소명을 다해야 한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주장하거나 ▲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 법원의 사실인정 또는 증거의 평가, 법률의 포섭 적용의 당부를 다투거나 ▲ 재판 결과에 대한 단순한 불복에 불과한 경우 청구 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김진한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한결)는 "단순한 재판에 대한 불복은 청구 사유로 보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4심제' 우려를 일부 덜어낸 것으로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이런 경우 전원재판부에 회부하지 않고 부적법한 헌법소원으로 보고 거르겠다는 것이어서 '사전심사 제도가 타이트하게 운용되겠구나' 하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연구원장을 지낸 이헌환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전날 헌재 결정례에 대해 "헌재법과 내규상 당연한 서술"이라며 "제도 시행 전엔 일반적으로 이런 점을 잘 인식하지 못했지만 이제 판이 벌어지면서 '기본권 침해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으면 수용되지 않는구나'라는 것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백한 기본권 침해라는 이유가 없는 청구는 사전심사 단계에서 인정받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 보편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 그간 제기돼온 남소(소송 남용)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으리란 시각이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재판소원을 도입한 헌법재판소가 이르면 이번주 그간 접수된 사건들의 사전심사 결과를 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전날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는 금주 초 재판관 평의를 열고 일부 재판소원 사건의 본안 회부 또는 각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2026.3.23 dwise@yna.co.kr
다만 소수 사건에 그친 첫 사전심사 판단만으로는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지금 예상되는 재판소원 사건 수가 (연간) 적어도 1만건 이상인데 26건은 1%도 안 되는 아주 작은 숫자"라며 "기준점으로 삼기엔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행 한 달도 채 안 돼서 바로 청구된 재판소원 사건의 경우 (제도를) 정확히 파악했다기보단 '뭔가 기회가 생겼는데 해야지' 같은 식으로 청구된 것이 많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사건으로는 기준을 삼기 어렵고 앞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나아가 사전심사만으로 '사건 폭증' 우려를 덜어내기는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온다.
헌재는 당초 제도 시행 전 상고 건수 대비 25∼30%의 불복률을 적용해 연간 1만∼1만5천건의 재판소원 청구가 접수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시행 첫 일주일간 접수 추세를 토대로 연간 5천∼7천건이 접수될 것으로 예측치를 수정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될 것으로 본다.
장 교수는 "사전심사만으로 해결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궁극적으로 독일, 스페인과 같이 전원재판부 2개를 두고 각각 사건을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같은 헌재 구성 변화에 대한 제언은 헌재 내부 연구회가 주관한 발표회에서도 나왔다.
정광현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 20일 헌재에서 열린 발표회에서 정규 구성원(재판관) 9명에 예비 구성원을 6명 늘리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현재 3명인 지정재판부는 정규 구성원 3명과 예비 구성원 2명씩 총 5명으로 재편하고, 지정재판부가 명백히 부적법한 헌법소원을 각하하는 것뿐 아니라 명백히 이유 없는 헌법소원을 기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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