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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폭우의 (무한) 바통 터치라는 표현을 보았습니다. 요즘 날씨를 설명한다고 그렇게 썼습니다. 한동안 푹푹 찌다 쏟아지고, 또 쨍쨍 째다 퍼붓고. 폭염과 폭우, 폭우와 폭염을 이어달리기 주자에 빗댄 셈입니다. 이어달리기에서 달리는 주자가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일이 바통 터치(baton touch)이니까요.
걱정입니다. 폭염, 폭우 피해 보도에 물가 상승 뉴스까지 겹칩니다. 이 둘도 무한 바통 터치하듯 번갈아듭니다. 폭염, 폭우 탓에 들썩이는 게 농산물 가격이니까요. 서로 번갈아든다는 말, 한 단어로 쓰면 [갈마들다]입니다. 둘 이상의 사건이, 또는 어떤 사건이 다른 사건과 서로 번갈아 나타난다고 할 때 갈마든다고 합니다. 낮과 밤이 갈마들고 희비가 갈마듭니다. '나는 동생과 갈마들며 병실에서 할머니를 간호했다'라고도 쓸 수 있습니다. 소설에서는 <번개와 우레가 연방 갈마들며 볶아치니 주성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속처럼 귀가 먹먹했다>(현기영, 변방에 우짖는 새), <잠들 수 없었다. 착잡한 생이 끝없이 갈마들었다>(북한 소설, 높새바람), <그의 얼굴엔 차츰 파릿한 빛이 갈마들고 있었다>(북한 소설, 대하는 흐른다)라는 쓰임이 보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캡처
이 갈마들다의 명사는 [갈마들이]입니다. 또, [갈마-]('서로 번갈아' 뜻) 형태를 보이는 말이 갈마들다 말고도 여럿 있습니다. 갈마보다(이것저것을 번갈아 보다), 갈마꽂다(서로 번갈아 꽂다), 갈마쥐다(한 손에 쥔 것을 다른 손에 바꾸어 쥐다, 쥐고 있던 것을 다른 것으로 바꾸어 쥐다)가 그 예입니다. 한 사전에 실린 '갈마들다' 예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갈마드니 얼마나 살기 좋은 땅이냐.> 왜 거짓을 써놓았느냐고 손가락질받게 생겼습니다. 이젠 기후가 저 먼 옛날과는 아주 다릅니다. 양극화가 심해져 여름, 겨울뿐인 듯도 합니다. 하다 하다 기후까지 갈수록 극단화되네요. 뭐든 극단은 경계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인공지능(AI) 퍼플렉시티가 '양극화한 계절을 재미있게 표현한다면…' 물음에 답한 것 중 하나는 찜통철, 냉동철입니다. 여름은 더워만 가고 겨울은 추워만 가니 이건 극언이라고만 볼 수 없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최종희,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2015년 개정판), 커뮤니케이션북스, 2015
2. 고려대 출판부, 한국 현대소설 소설어사전, 1998
3. 표준국어대사전
4.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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