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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 과시하며 "돈주면 불기소"…뇌물 경찰 구속기소

입력 2025-06-12 16: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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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받고 사건 배당받아 불송치 처분…해외 도주자금 지원도




경찰관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피의자로부터 억대 뇌물을 수수하고 그 대가로 사건기록을 조작하고 사건을 무마해준 현직 경찰관이 12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이날 의정부경찰서 수사과 소속 팀장인 정모(52) 경위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정 경위에게 뇌물을 준 대출중개업자 김모(43) 씨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정 경위는 2020년 6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다수 사기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김씨에게 "사건을 모아서 모두 불기소해주겠다"며 돈을 요구해 22차례에 걸쳐 총 2억1천12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정 경위는 '오늘 돈 줘. 다 불기소해 버릴 테니까, '내년부턴 수사권 독립되고 바꾸어지는 시스템은 ○○이(김씨) 세상이다', '불기소를 내가 마무리한다는 거 매력 있지 않아? 어느 검사보다 나을 거야'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기소 의견인 사건만 송치하고,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사건은 불송치 결정을 하는 등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부여되는 점을 과시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돈을 받은 대가로 정 경위는 김씨 주소지를 의정부서 관할 내로 옮기게 해 김씨가 피의자인 사기 사건(고소인 기준 16건)을 다른 경찰서로부터 이송받거나 재배당받았고, 이를 불송치 결정하거나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정 경위가 "지인 아들이 고소인인 사건이다", "평소 알고 있던 사채업자가 피의자인 사건이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의정부서 내 다른 경찰관이 갖고 있던 사건 재배당을 요청했는데도, 아무런 문제 없이 재배당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렇게 김씨 사건을 담당하게 된 정 경위는 사건 무마를 위해 마치 김씨가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받은 것처럼 허위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한 뒤 동료 경찰관에게 부탁해 참여자 날인까지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소장, 고소인 진술조서 등을 김씨에게 유출하거나, 수사 기록 중 고소장을 임의로 바꾸는 등 조작한 뒤 기록을 검찰에 송부하지 않고 3년간 캐비닛에 방치하기도 했다.


정 경위는 검찰 조사에서 "경찰서의 내부 결재는 통상 전산상으로만 이뤄져 서류 조작이 적발될 우려가 적지만 검찰청에 기록을 보내면 발각될 우려가 있어 차마 보내지 못했다"며 "아무도 기록을 찾지 않아 3년간 갖고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 밖에도 정 경위는 2022년 5월 김씨가 별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도주하자 "외국으로 도망가라"며 도피자금으로 3천850달러(약 500만원)를 주고, 약 2년 뒤 김씨가 구속된 사실을 검찰로부터 통보받고도 수사 중지된 김씨 사건을 수사하지 않고 6개월간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사건 수사는 수사권 조정 전에 정 경위가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김씨 사기 사건을 서울고검의 재기수사 명령으로 4월 중앙지검이 다시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뇌물 공여 사실을 진술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지난달 정 경위에 대한 계좌추적을 한 뒤 정 경위를 체포·구속했다.


검찰은 "본건 수사를 통해 드러난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은 경찰에 통보하고, 정 경위가 불송치 결정한 사건 재수사 등 후속 조치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 통제를 강화해 범죄 피해를 본 국민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호받고 국가 형벌권이 적정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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