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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참극 때마다 호통친 국회…보호법안 32건은 '방치'

입력 2026-10-18 07: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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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서 '보호 공백' 질타했지만…가해자 격리 법안은 계류 상태


처벌법 목적에 여전히 '가정의 회복' 명시…전문가 "피해자 안전 우선"




'존속 살해' 20대 남성, 손에 피 묻힌 채 송파서로 송치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혼소송 중 장모 살해 및 아내를 납치한 20대 중반 남성 A씨가 지난 11일 서울 송파경찰서로 송치되는 모습.
가정폭력과 이혼소송으로 별거 중이던 A씨는 아내의 은신처를 찾아가 장모를 흉기로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했다가 7시간 만에 강원도 양양군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2026.10.11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잇따른 가정폭력 참극을 계기로 경찰이 가해자 격리와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작 국회는 관련 법안 수십 건을 수년째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국정감사 등에서 경찰의 부실 대응과 보호 공백을 질타해온 정치권이 정작 입법 책임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검찰개혁 등 첨예한 쟁점이 몰리며 정쟁이 일상화했다. 그러는 사이 국민의 생명을 지킬 '민생 법안'은 뒷전으로 밀려 있는 실정이다.




현장에 놓인 국화꽃

(서산=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가정폭력 신고를 한 아내를 살해한 남편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6일 충남 서산시 동문동 사건 현장 주변에 누군가 놓아둔 국화꽃 한 송이가 있다. 2022.10.6 soyun@yna.co.kr


◇ 전자발찌 부착·유치장 유치…계류 중인 법안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 들어 발의된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은 32건으로, 모두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가운데 16건은 법사위 심사 단계에, 나머지 16건은 접수 단계에 머물고 있다.


계류 중인 다수 법안에는 최근 '송파 장모 살인', '전주 아내 살인' 사건이 잇따른 뒤 경찰이 검토 중인 가해자 격리·감시 강화 방안이 이미 포함돼 있다.


경찰은 가정폭력범이 기존 퇴거·접근금지 조치를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재발 위험 등을 고려해 유치장 유치를 신청하고, 긴급임시조치 위반을 과태료 대신 형사처벌 하는 방안 등을 살펴보고 있다.


가해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이 같은 제도 개선을 담은 법안은 이보다 앞서 20·21대 국회에서도 법안으로 추진됐지만, 번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경찰의 현장조사를 거부·기피하는 행위 제재를 과태료에서 형사처벌로 높이는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안이 지난 3월 본회의를 통과한 게 올해 들어 유일한 입법 성과다.


최근 경찰청 등 국정감사에서는 가해자 접근금지 등 보호조치가 만료되기 전 위험성을 평가해 대응할 체계를 마련하거나, 반복 신고와 접근금지 위반 이력 등을 면밀하게 살펴 구속영장 신청에 재범 위험성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5일 남인순 국회부의장은 관련 법안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친밀관계폭력대책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을 발의했다.


가정폭력 수사를 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위험성이 높은 가해자를 신속히 격리하고 피해자를 실효성 있게 보호하려면 법률 개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신처 찾아가 아내 살해' 공무원 남편, 영장심사 출석

(성남=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여러 차례 가정폭력을 신고하고 다른 거처로 피신해 있던 아내를 찾아가 살해한 현직 공무원 A씨가 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 분당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경기 광주경찰서는 지난 2일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30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026.9.3 xanadu@yna.co.kr


◇ "가정폭력처벌법 목적부터 손질해야…'피해자 보호'가 우선"


향후 입법 논의에서는 보호 수단 강화와 함께 가정폭력을 다루는 법의 목적과 사건 처리 방식도 원점에서 살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제1조에서 '가정폭력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며 피해자와 가족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한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공동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가정 유지'가 법의 목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현장에서 강한 개입이나 가해자 처벌을 주저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며 "가정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부분은 삭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3월 발행한 '친밀한 관계 기반 폭력 대응 및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한 법제화 연구' 보고서도 같은 문제를 짚었다.


보고서는 피해자의 처벌 의사에 따라 사건 처리 방향이 달라지면서 형사처벌 대신 보호관찰·상담위탁 등의 보호처분을 하는 가정보호사건 절차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가정폭력 범죄에 있어서 피해자의 위험 상태나 보호 필요성보다 관계 유지 여부가 사건 처리의 핵심 판단 기준이 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중대·상습 가해자에게 실효성 있는 형사책임을 묻고, 피해자에게는 주거·생계·치료·자립 등을 지원하는 원칙을 법령에 명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초기 대응에서도 개별 신고만 볼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폭력의 양상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란희 대표는 "친밀관계 폭력은 패턴을 가지고 계속 발생하는 일이기 때문에 맥락 속에서 그날의 신고 상황을 판단하는 게 필요하다"며 과거 신고와 보호조치 위반 이력 등을 반영한 초기 개입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발의된 법안들을 신속히 검토하되 '법이 바뀌면 최근 발생한 사건들을 막을 수 있었을지'를 따져 입법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wri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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