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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아스투토 주한유럽연합(EU)대사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우고 아스투토 주한 유럽연합(EU) 대사가 26일 서울 중구 주한유럽연합대표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6.29 ksm7976@yna.co.kr
[※ 편집자 주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지 4년 7개월이나 됐습니다. 우고 아스투토 주한유럽연합(EU)대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역항로 공격이 전 세계 식량 안보에 대한 위협이 된다면서 러시아가 휴전과 평화 협상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고문을 연합뉴스에 보내왔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무역 항로에 대한 공격은 전 세계 식량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국제 사회는 러시아가 휴전과 평화 협상을 수용하도록 러시아를 계속해서 압박해야 한다.
전 세계 인구의 7.8%가 기아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곡물을 국제시장으로 수송하는 주요 무역 항로가 봉쇄되었다. 러시아는 흑해와 다뉴브강, 육상 통로 등 우크라이나의 곡물 운송을 위한 대체 항로까지 공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상업용 해상 운송, 항구, 육상 물류 서비스, 창고 및 농업 인프라에 대한 러시아의 의도적인 공격은 우크라이나의 대외 교역 역량에 타격을 가하고 있으며, 이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중동,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 있는 수백만 명의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흑해 항로 봉쇄는 전 세계 식량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많은 국가의 식량 가격 상승을 야기하며 수백만 시민의 삶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이보다 더 안 좋은 시기도 없을 것이다. 수확 철이 시작되는 8월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 및 운송 항로를 공격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수확된 곡물과 유지작물을 비롯해 다른 농산물 제품까지 수출하지 못하게 되었다. 8월 기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러시아 공격 여파로 국제 곡물 가격은 이미 상승세를 기록했다.
앞으로 몇 달에 걸쳐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다가오는 10월, 우크라이나의 수확물 저장 공간이 더 이상 없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11월까지 곡물, 유지작물 및 박(粕) 900만t 이상이 가용 저장 시설 바깥에 방치될 수 있다. 전 세계 식량 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수확물이 버려지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수확 철에 곡물을 판매하지 못할 경우, 우크라이나 농부들은 다음 파종 기간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내년에 곡물 공급이 줄어들며 위기가 가중될 수 있다.
굶주림에 시달리는 전 세계 인구가 6억4천500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다. 중동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해상 항로와 에너지 시장, 교역 흐름과 인도주의적 물류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해당 분쟁 지역을 넘어 훨씬 먼 곳까지 그 여파가 미친다. 또다시 식량 가격 및 공급에 충격이 가해질 경우, 가장 취약한 국가들과 지역사회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러시아가 식량 안보를 무기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이 시작된 초기부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수출 항로를 반복적으로 공격했으며, 우크라이나의 국제시장 수출 역량을 파괴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크라이나는 국제 식량 시장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적 침공이 시작되기 전,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옥수수 수출량의 15%, 밀 수출량의 10%, 보리 수출량의 15∼20%, 해바라기유 수출량의 50%를 공급했다.
우크라이나는 전통적으로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주요 공급국이었다. 올해 우크라이나의 수확량은 2025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수확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 때만 세계 식량 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이 전 세계에 미치는 파장이 다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계속 고통받고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수백만 명이 피해를 보는 상황을 국제사회는 용인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EU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2022년 5월 이후, EU 연대 회랑(Solidarity Lanes)은 우크라이나가 경제 회복력을 확보하고, 곡물 수출에 대한 중요한 대체 항로를 제공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EU는 곡물 저장시설 추가 제공, 우크라이나 농부들을 위한 금융 설루션 개발, 그리고 국경 간 운송 조율을 통해 연대 회랑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의 여파를 완화하는 데 그칠 수 있으며,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출량의 90%를 담당하는 흑해의 안전한 항행을 대신할 수는 없다.
곡물 수출 시설과 기반 시설, 흑해에서의 운송에 대한 일시적인 공격 중단이 시급하게 필요한 이유다. 공격이 일시 중단되면 민간 선박들의 안전한 통항이 가능해지고, 핵심 인프라를 보호할 수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무역 항로를 복원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농부들과 수출업체, 국제 식량 시장에 지금 필요한 예측 가능성도 제공해 줄 것이다.
국제사회는 식량에 대한 접근성이 전쟁의 또 다른 무기가 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 우크라이나는 조건 없는 완전한 휴전을 시작으로 정의롭고 항구적인 평화에 합의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2025년 3월 이후, 우크라이나는 그런 휴전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러시아는 어떠한 제안도 수용하지 않고 침공 수위를 계속해서 높여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매일 같이 겪는 고통을 끝내기 위해서는 평화로 가기 위한 휴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안정적이고 개방적이며 예측 가능한 전 세계 식량 시스템에 의존하는 모두의 이해관계에도 부합한다. 러시아가 전쟁을 종식하고 살상을 멈춘다면, 더 강화된 식량 안보와 함께 전 세계 모두가 이익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로 나와 전쟁이 종식될 수 있도록 국제 사회가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며 우크라이나의 평화 정착이 현실이 되도록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우고 아스투토 주한유럽연합대사
현 주한유럽연합대표부 대사. 1991년 이탈리아 외교부 입부, 주케냐·주영국·주인도 이탈리아 대사관 근무, EU 대외관계청(EEAS) 동남아 담당 과장, EEAS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국장, 이탈리아 외교부 아시아 담당 부국장, 주인도 이탈리아 대사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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