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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문가 기미야 다다시 교수…"차이점보다 공통점 부각해 생존 도모해야"
"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뛰어넘는 새로운 시대적 합의 필요"
[※ 편집자 주 =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오는 11월 3일 한일 간 공조를 주제로 '2026 미래경제포럼'을 개최합니다. 급속히 블록화하는 글로벌 경제 지형 속에서 한일 양국이 초국가적 경제 공조를 이루는 방안을 논의합니다. 포럼에서는 오랜 기간 역사적 대립 관계이던 프랑스와 독일이 손잡아 출범한 유럽연합(EU)이 막강한 경제 연합체로 자리매김한 것을 참고해 한일 양국이 단계적 협력 체제를 만들고 경제공동체로까지 나아가는 방안을 타진하고자 합니다. 이에 연합뉴스는 포럼에 앞서 한일 양국에서 협력 활동에 몸담아온 각계 인사들의 인터뷰를 매주 일요일 송고합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연합뉴스) 이도연 특파원 = 최근 한일 관계는 실리적 협력을 기반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북핵 위협 등 요동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양국이 협력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상황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0여년간 한일 정치·외교사를 연구해 온 일본 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명예교수는 현재의 한일 관계를 바람이 그치고 파도가 잔잔해진 상태를 뜻하는 '나기'(凪)에 비유했다.
최근 온라인으로 만난 기미야 교수는 이러한 고요함의 배경에 대해 "한일 관계 자체가 대칭적으로 됐을 뿐 아니라 한국 혼자서도, 일본 혼자서도 대응하기 어려운 주변 환경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과거 비대칭적·상호보완적이었던 양국 관계가 현재 대칭적·경쟁적 관계로 탈바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일 양국 간 우호적 분위기가 "소거법적 선택"에 가깝지만, 대체 불가능한 사이라고 진단했다.
소거법적 선택이란 서로를 최우선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 국제 정세라는 공동의 과제 앞에서 외교 정책의 방향을 조정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상호 국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에 따른 선택을 뜻한다.
기미야 교수는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나라는 첫 번째가 미국이고 그다음은 중국으로, 서로를 가장 중요한 나라라고 생각지는 않는다"면서도 "과연 서로를 대신해 역할을 해줄 만한 다른 나라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심화하는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일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의 외교적 입지나 전략에 차이는 있지만, 미중 경쟁에 따른 안보·경제적 위험에 함께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는 처지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기미야 교수는 "양국 모두 혼자만의 힘으로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가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한국과 일본이 누릴 수 있는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역시 한국과 일본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협력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어 "서로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공통점을 부각해서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그래야 미중 패권 경쟁 사이에서 양국 모두 명예롭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기미야 교수는 한일 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관계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가 발표한 '한일 공동선언(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에 버금가는 새로운 시대적 선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1998년 당시에는 미중 관계가 원만했고 북핵 위협도 본격화되지 않았으며, 미국이 한일의 중재자 역할을 하려 했던 시기였다"며 "그러나 지금은 미중 간 긴장이 이어지고,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었으며, 미국마저 자국 우선주의로 돌아서 한일 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처럼 완전히 달라진 주변 환경을 염두에 두고, 과거의 선언을 보완·수정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의미 있는 선언과 액션 플랜을 만들어야 할 때"라며 "한일이 힘을 합쳐 국제 사회에 새로운 규범과 가치를 창조할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미야 교수는 한일 협력의 범위가 외교·안보를 넘어 양국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사회문제로 확장돼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양국 모두 직면한 '저출생·고령화' 문제를 꼽으며 양국 국민이 가진 지혜를 모은다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서로가 내놓는 처방전을 지켜보며 배울 점은 벤치마킹하고, 나쁜 점은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며 "예컨대 한국의 청년 실업 문제와 일본의 노동력 부족 현상을 서로의 노동 시장 공유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기미야 교수는 최근 양국 청년 세대의 상대국에 대한 높은 호감도에도 주목했다.
"나이가 들면 기성 사회의 가치 규범에 동화되며 보수화될 우려도 있어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2030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한국과 일본이 대칭적인 사회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세대입니다. 왜곡된 감정 없이 아주 건전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죠. 한일 양국이 서로 대체할 수 없는 귀중한 존재임을 간직하고 관계를 아껴나갔으면 합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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