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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연 89만명 찾던 통일공원, 볼거리 부족·노후화로 철거·이전

[촬영 유형재]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북한 무장간첩이 잠수함을 타고 침입했던 민족 대립의 현장인 강원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 현장은 이제 30년 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침투 현장에 남아 있던 잠수함은 치워졌고 대신 그 자리에는 파도 소리를 듣고 바다를 가까이서 바라보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캠핑장과 이재민 임시 주거용 희망하우스로 변했다.
평일 찾은 철 지난 캠핑장에는 3∼4개의 텐트만 쳐져 있을 뿐이어서 잊힌 비극의 현장처럼 보였다.
이곳이 북한 잠수함 침투 현장이라는 안내문도 찾을 수 없어 30년 전 분단의 비극을 대변했던 작은 전쟁이 흔적조차 없어진 듯했다.
30년 전인 1996년 9월 18일 새벽 1시 30분, 북한 무장간첩 26명을 태운 상어급 잠수함이 침투하다 안인진리 앞바다에서 좌초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외를 깜짝 놀라게 했던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은 전투 인원 150만 명이 동원됐고, 49일간 대대적인 소탕 작전이 벌어져 북한 승조원 1명을 생포하고 25명이 사살됐다.
이로 말미암은 재산 피해 규모는 약 2천억원에 이르고 군인과 경찰, 예비군, 민간인 등 17명이 사망하고 27명이 부상했다.
이 사건은 국민들을 커다란 충격과 불안에 휩싸이게 했다.
이에 강릉시는 2001년 통일 염원과 안보 의식 고취를 목적으로 현장에 북한 잠수함 등이 전시된 함정전시관이 포함된 13만8천600㎡ 규모의 통일공원을 조성했다.
특히 1만2천㎡ 규모의 함정전시관에는 북한 잠수함과 해군 퇴역함인 전북함이 평화를 상징하듯 나란히 전시되고 북한 주민 탈출 목선(전마선)까지 전시돼 한때 높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곳에서 6.25 관련 행사는 물론 서해수호의 날 행사 등 각종 안보 관련 행사가 열렸다.
무장공비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인 이광수 씨가 2011년 이곳을 찾아 해안 경계를 담당하는 육군 장병들에게 당시 침투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통일공원은 한 해 89만5천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볼거리 부족, 관광 흐름의 변화, 노후화와 안전 문제, 유지비 문제 등으로 외면받으며 쇠락했다.
결국 2021년 시설물 노후로 돈 먹는 하마였던 전북함이 해체되고 2024년에는 북한 잠수함마저 해군으로 옮겨졌다.
지난해와 올해 이곳은 오션뷰로 조망이 탁월한 바다내음캠핑장과 재난 시 임시주거·평상 시 숙박시설로 사용되는 희망하우스가 들어섰다.

[촬영 유형재]
북한 잠수함이 전시됐던 침투 현장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통일안보전시관에는 현재 노획물 등 일부 전시물이 남아 있지만 찾는 이가 거의 없다.
캠핑장 입구에서 만난 관광객 최모(28)씨는 "자전거를 타고 동해안을 여행 중인데 여기가 북한 잠수함이 침투한 곳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며 "어디에서도 관련 안내판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무장공비들이 도주했던 괘방산은 동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안보체험등산로라는 이름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많은 등산객은 왜 이런 이름이 붙여졌는지 모른 채 산을 오르고 있다.
다만, 동해안 곳곳에서 사라진 해안 철책이 북한 잠수함이 침투했던 지역 해안에는 아직 길게 처진 철조망으로 남아 있어 긴장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촬영 유형재]
yoo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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