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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현 와코물산 대표 "서로 다 안다는 착각이 오해 불러…실질적 연대 나설때"
부친 뜻 이어 20년 넘게 장학사업…한일 언론인 모임 '최수회'도 주도
[※ 편집자 주 =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오는 11월 3일 한일 간 공조를 주제로 '2026 미래경제포럼'을 개최합니다. 급속히 블록화하는 글로벌 경제 지형 속에서 한일 양국이 초국가적 경제 공조를 이루는 방안을 논의합니다. 포럼에서는 오랜 기간 역사적 대립 관계이던 프랑스와 독일이 손잡아 출범한 유럽연합(EU)이 막강한 경제 연합체로 자리매김한 것을 참고해 한일 양국이 단계적 협력 체제를 만들고 경제공동체로까지 나아가는 방안을 타진하고자 합니다. 이에 연합뉴스는 포럼에 앞서 한일 양국에서 협력 활동에 몸담아온 각계 인사들의 인터뷰를 매주 일요일 송고합니다.]

(도쿄=연합뉴스) 이도연 특파원 = 이연현 학봉장학회 이사장이 지난 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9.8
(도쿄=연합뉴스) 이도연 특파원 = "한국과 일본은 지금 인구 감소, 초고령화, 돌봄 문제 등 같은 사회적 난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런 사회문제에 대한 한일 협동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도쿄에서 만난 이연현 학봉장학회 이사장(와코물산 대표)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일 양국이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할 동반자라고 믿는다.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20여년간 한국 기업에서 근무한 그는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한일 양국 간 오해를 줄이고 교류의 폭을 넓히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 이사장은 2005년 부친과 함께 '학봉장학회'를 설립하고 이후 사재를 털어가며 20년 넘게 이끌어왔다.
전남 화순 출신 부친 고(故) 이기학 회장은 일본에서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30년 넘게 낡은 양복과 구두를 착용하면서도 고향의 인재 양성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이사장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장학 사업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해보자고 제안해 장학회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봉장학회는 첫 수여식 이후 지금까지 3천672명에게 15억4천658만 원을 지급했다.
이 이사장도 지은 지 30년 가까이 된 30평 집에서 살며 중고 경차를 몬다. 그러면서도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이 베푸는 것이 보람이라고 말한다.
그는 "보통 장학재단은 이자 수익으로 운영하지만, 우리는 재단의 운용수익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금액을 장학사업에 지출하고 있고, 부족한 부분은 그때그때 사재를 털어 채우고 있다"며 "돈이라는 것이 자기가 쓰고 싶은데 쓰는 것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현재 학봉장학회는 단순한 장학금 지급을 넘어 비인가 대안학교, 장애인 교육기관인 '노들야학' 지원 등 제도권 밖의 교육과 학술·문화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도쿄=연합뉴스) 이도연 특파원 = 이연현 학봉장학회 이사장이 지난 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9.8
이 이사장은 양국 언론인들의 유대와 소통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2018년부터는 한국과 일본의 언론인, 전문가들이 매달 마지막 수요일 모여 한일 관계 및 사회 현안을 공부하는 스터디 모임 '최수회'를 공동 조직해 이끌고 있다.
그는 "한일 관계에 있어서 미디어의 역할은 누가 봐도 중요하다"며 "양국 미디어 종사자들 사이에 유대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시스템이 없어서 만들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랜 비즈니스와 교류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한일 관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오해와 편견'을 꼽았다.
이 이사장은 "한국 사람은 자신이 누구보다 일본을 잘 안다고 생각하고, 일본의 한국 전문가 역시 자신이 한국을 가장 잘 안다고 착각한다"며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나라이지만 동시에 다른 나라인데, 다 안다고 착각하는 데서 크나큰 오해와 편견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과거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양국의 다른 사고방식을 조율하는 역할을 도맡았다고 한다. 그때의 경험은 지금의 한일 교류 사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 이사장은 현재의 한일 관계를 두고 정치·역사적 불안정성이 존재하지만, 한국의 발전과 세대교체가 맞물리며 긍정적인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과거에는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한 '방어적 노력'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대등해진 양국의 국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협력'이 필수인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안보와 경제 분야를 넘어 저출산, 고령화, 젠더, 돌봄 등 공통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연대가 한일 관계의 가장 탄탄한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이 이사장은 "지방 소멸 문제에 대해 한국과 일본의 특정 지역이 손잡고 정책 실험을 해볼 수도 있고, 돌봄이나 청년 실업 문제에 공동 노동 시장을 구축해 서로 보완할 수도 있다"며 세계 어느 곳보다 이 같은 위기를 먼저 겪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인류를 위해 선제적으로 해답을 찾고 롤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현재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와 손잡고 한일 양국의 공통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다. 오는 10월에는 20년간 이어져 온 한일 정신장애인 교류 사례를 조명하는 심포지엄도 서울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는 다음 단계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찾아보자는 취지입니다. 양국이 상호 보완적으로 손잡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으며, 그것이 바로 지금부터 우리가 해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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