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인&아웃] 특별감찰관의 성공 조건

입력 2026-09-01 06:00:08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특별감찰관 후보에 최길수 변호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조선 성종 7년인 1476년. 효령대군의 손자 태강수 이동(李同)은 기생 연경비에 빠져 정실부인 박 씨의 허물을 들춰 내쫓으려 했다. 이에 왕실 종친을 감찰하는 기관인 종부시(宗簿寺)가 직접 나섰다. "종친이 첩을 사랑해 본처를 버리고 모함하면 왕실의 폐단이 된다"며 탄핵했다. 성종은 이동의 관작을 증명하는 고신(告身)을 거두고 재결합을 명했다. 하지만 이동은 끝내 조강지처를 내쳤다. 쫓겨난 박 씨가 훗날 조선 최대 음란스캔들의 주인공인 어우동(於宇同)이다.



오늘날 종부시에 해당하는 게 특별감찰관이다. 대상은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이다. 역대 대통령의 친인척·측근 비리가 되풀이되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2014년 법제화했다. 이듬해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임명됐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여동생 박근령 씨를 검찰에 고발하고, '정권 실세'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위 의혹을 들여다봤다. 청와대와의 충돌이 이어졌고, 2016년 8월말 사표를 제출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의 역할 중복 논란 등으로 임명이 불발됐다. 윤석열 정부는 여야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묶어 처리하려다 합의에 실패했다. 그렇게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특별감찰관 후보자로 최길수 변호사를 지명했다. 최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23회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광주지검 특수부장,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을 거치면서 감찰 업무를 비롯해 특수부·형사부를 두루 경험했다. 그는 2019년 대검 감찰본부장 최종 후보 3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같은 해 야당이었던 바른미래당이 문재인 정부의 특별감찰관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7년 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추천을 받아 지명된 것이 흥미롭다. 그는 이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감찰관에게 중요한 건 대통령과의 일정한 거리 유지라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특별감찰관의 역할은 대통령 주변의 이상 징후를 포착해 권력형 비리로 번지는 것을 막는 데 있다. 역대 정권을 보면 친인척의 이권 개입이나 측근의 호가호위는 처음부터 큰 사건으로 등장하지 않았다. 작은 청탁·특혜에서 시작해 권력의 비호를 먹고 자라다 어느 순간 '○○게이트'가 됐다. 작은 일탈은 권력형 비리로 번지고, 측근 문제는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된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에선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는 간신들이 많다"고 했다. 실제로 특별감찰관은 권력 주변의 일탈을 탐지해 제동을 거는 사람이다. 대통령에게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필요한 자리다.


특별감찰관제가 성공하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우선 국가안보실 고위 참모와 비서관급 실세들은 특별감찰관의 사정권 밖에 있다. 특별감찰관에겐 강제 수사권도 없다. 요구할 수 있는 건 자료와 답변뿐이다. 혐의가 짙어도 수사기관에 넘겨야 한다. 입구는 좁고 손발은 묶인 형국이다. 특별감찰관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국회는 특별감찰관의 권한과 감시망을 보완하고,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에게 눈치를 주지 않아야 한다. 특별감찰관제의 성패는 권력 스스로 얼마나 감시의 불편함을 견디느냐에 달렸다.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5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연합뉴스 콘텐츠 더보기

해당 콘텐츠 제공사로 이동합니다.

많이 본 최근 기사

관심 많은 기사

실시간 검색어

2026-09-01 07: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