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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비핵화 언급 회피 경향 유지…'비확산 체제 준수 의무'는 언급

[조현 외교부 장관 엑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김지헌 기자 = 평양과 서울에 오가는 중국 외교 수장의 방한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 간 미묘한 입장 차이가 다시금 확인됐다.
한반도 평화·안정과 비핵화를 위해 중국의 역할을 바라는 한국, 동북아 역내 안정을 원하면서도 북한과의 관계에 신경 쓰는 중국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지난 19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이어졌다.
20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장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의 전날 서울 회담에서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양측의 언급이 오갔다.
조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한국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실현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한반도의 평화 안정이라는 한중 공동의 이익에 기반해 중국과 함께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목표가 한반도 비핵화에 있음을 명확히 하고, 한반도 평화·안정은 중국에도 이익이며, 그 실현 과정에 중국이 일정한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왕 부장은 명시적인 비핵화 언급을 피하는 최근 중국 외교 경향을 유지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한반도의 제일 중요한 이웃 나라로서 중국 측은 한반도의 평화와 발전,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계속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 우리는 응당히 해야 할 노력을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담에서는 한국 측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국 측의 입장을 묻기에 앞서 왕 부장이 선제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연속적이고 안정적'이라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알려졌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상 핵보유국인 중국이 국제 비확산 체제를 준수해야 할 의무를 진 책임 있는 당사국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중국 측에서 나왔다고 전해졌다.
두 대목은 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 가져온 '북핵 불용'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다.
그러나 과거 써오던 '비핵화'라는 단어를 지운 채 '연속적·안정적 입장'이라는 표현으로 대체하고 이를 유지하는 태도가 이번 회담에서까지 이어졌다는 평가 역시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자제하고 있다"며 "중국도 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자제하는 게 국제 비확산 체제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참전으로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은 북한이 헌법에 핵을 욱여넣고 비핵화는 논의조차 불가하다고 강변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앞장서서 북한 비핵화를 추동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 필요성과 당위성에는 공감하는 것으로 본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왕 부장은 또 북미 대화를 중국이 중재할 가능성과 관련, 북미 양자가 결정할 일이며 미국의 이른바 '대북 적대시 정책' 폐지가 중요하다는 중국 정부의 기본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한미연합훈련 축소와 대북 대화 제의 등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 미디어로 잇달아 내놓는 메시지는 중국도 예의주시하면서 상황을 관찰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반적으로 중요한 사안이어서 그에 대한 입장을 서로 교환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악수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8.19 [공동취재] jeong@yna.co.kr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로 밝힌 '종전 다자 논의'에 대한 구상은 한국 측이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남북미중 4자 회담 논의' 등까지 이르지는 않았다고 한다.
왕 부장은 회담에서 조 장관의 방중을 초청하기도 했는데, 11월 중국 선전에서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그보다 이른 시점에 방중할 가능성이 크다.
왕 부장과 조 장관은 전날 총 4시간가량 이어진 회담과 만찬에 이어 이날 오전에는 조찬을 함께하고 남산 성곽길을 걸었다.
조 장관은 이를 자신의 엑스에 올리며 "내년이면 한중 수교 35주년을 맞는다. 양국 관계 발전의 흐름을 이어가도록 왕 부장과 함께 적극 노력해 나가겠다"고 적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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