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율곡로] 한미 동맹의 재구성

입력 2026-08-19 09:49:49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혈맹에 부는 난기류…손익계산서 중요한 '거래 동맹'으로 변화 조짐


美, 北에 손 내밀며 '한국 패싱' 우려…치밀한 정보 수집과 정교한 대응 요구돼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잇달아 일으킨 충격파에 한미 동맹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대폭 축소하라 지시했고, 하루 뒤엔 자신의 대화 요청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응답했다며 대화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했다. 특히 훈련 축소 배경으로 미국의 고비용 부담, 미국을 존중하는 북한에 적대적 신호를 보낼 우려,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 한국의 이란 비핵화 동참 사양 등을 구체적으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연내 정상회담 개최 추진을 지시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임진강에서 진행한 한미 연합훈련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된 한반도 관련 발언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혈맹과의 연례 훈련 규모를 갑자기 줄이고 해당 훈련에서 적으로 상정한 대상을 배려하는 태도를 보이며 오히려 동맹국에 불만을 드러냈으니 누가 보더라도 이상 신호다. 냉정히 발언의 함의를 뜯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화법과 미국 정부의 실제 기류, 국제 정세 등을 고려해 실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


훈련 축소 지시와 '김정은 대화 카드' 공개의 본질은 동맹 관계의 상호 거래적 속성을 환기하는 동시에 한반도 안보 주도권을 강하게 틀어쥐려는 의도로 받아들여진다. 동맹국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뿐 아니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과 일본, 필리핀 등 주요 동맹국에 대해서도 이런 입장과 불만을 일관되게 전달해왔다. 이제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맺은 동맹 관계는 의존적인 비대칭 동맹의 속성을 희석하는 대신 교과서적인 '거래 동맹'으로 변화할 것을 요구받기 시작했다. 자유, 인권 같은 가치 기반 동맹보다 '손익계산서'가 중요해졌다.




2019년 6월 판문점서 만난 북미 정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


트럼프 언행의 속내는 다목적 포석이다. 우선 한미 연합훈련 규모를 일단 축소하고 중단 가능성까지 열어놓아 남북한 모두 향후 미국의 행보를 변수로 주목하게 했다. 북한에 손을 내밀며 혈맹 한국을 압박했지만, 사실 북한에도 좋은 말만 한 건 아니다. 존중하는 듯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뒤집어 보면 '지금처럼 도발 없이 얌전히 순응하는 게 살길'이란 협박일 수도 있다. 한국에게는 동맹을 돕는 의무를 소홀히 하면 미국도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졌다. 지금은 미국만 김정은 정권을 직접 접촉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현상도 의도적으로 과시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는 남북한 양쪽을 압박하며 한반도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정학적 지각변동 조짐이 감지된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질서를 새로 짜는 판에서 우리가 자칫 소외될 일말의 가능성조차 경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조만간 북미 대화와 협상이 본격화해 정상회담까지 이어질 수 있다.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했고, 미국은 한미 연합훈련 축소까지 거론한 만큼 양쪽 모두 한국을 배제하고 직거래를 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게 현실이 되면 우리 이해관계는 반영되기 어려워진다. 미국은 한국과 연합훈련은 축소하지만, 다른 동맹인 일본, 필리핀과는 오히려 연합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자료사진. 2026.6.26
[국내에서만 사용 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우리에게 생명줄인 한미 동맹은 미국에도 여전히 중요한 게 사실이다. 최우선 목표인 중국 견제를 위해선 전진기지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가 크다. 그래서 6·25 전쟁 이전처럼 방어선을 일본으로 내리긴 어렵다. 하지만 만에 하나 미국이 북한을 우군으로 얻는다면 완전히 판이 달라진다. 한국은 전략 가치 없는 완충지대 취급을 받을 수 있고, 한미상호방위조약도 폐기 수순을 밟을지 모른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우리가 소외된 상태에서 미국이 북한 핵 보유를 사실상 묵인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폐기하는 대가로 정상적 외교 관계를 맺는 것이다. 안보 분야에선 기우(杞憂)조차 그냥 넘겨선 안 된다. 치밀한 정보 수집과 정교한 대응으로 위기가 오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leslie@yna.co.kr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5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연합뉴스 콘텐츠 더보기

해당 콘텐츠 제공사로 이동합니다.

많이 본 최근 기사

관심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