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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발표 전체 포상 취소 중 43%, 옛 국정원 소관 간첩조작 사건
포상 취소 브리핑 현장에 국정원만 불참해 행안부가 '사과' 대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see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정부가 2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정부포상 취소 대상에는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가 1970~1990년대에 대형 '실적'으로 발표한 '간첩단 사건'이 다수 포함됐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결정된 포상 취소 총 198건 중 86건(43%)이 국정원 소관 간첩조작사건(총 19건)의 상훈이다. 취소 인원 167명 중 71명이 중정·안기부 소속이다.
대표적인 사건은 1975년 11월 22일 발표돼 11·22 사건으로도 불리는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이다.
이 사건은 유신 정국 속에 재일동포 유학생 20여 명이 중정 등 당시 정보당국에 의해 간첩으로 몰려 기소된 사건이다. 70~80년대 반복적으로 터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 사건 가운데서도 가장 규모가 컸다.
이어진 재판에서 유학생 4명에게 사형이 선고됐고 10여 명도 무기징역 등 중형이 언도됐다. 민주화 이후 감형되긴 했으나 다수가 10년 이상 장기간 옥고를 치렀다.
2010년 이후에야 피해자들의 재심 청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이들의 법적 명예가 회복됐으나 잃어버린 청춘은 보상받을 수 없었다.
이 수사를 지휘해 피해자들에 의해 '조작 주역'으로 지목된 인사가 김기춘 당시 중정 공안수사국장이다. 김기춘은 이듬해 간첩 수사 '실적'을 인정받아 보국훈장을 받았다.
당시 사건에 관여한 중정 직원들에게 주어진 포상이 이날 취소됐지만 정작 수사 지휘자인 김기춘 공안수사국장의 이름은 상훈 취소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정원은 김기춘 수사국장의 훈장 취소를 행정안전부에 요청했느냐는 질의에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
앞서 법무부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유신헌법 기초에 참여한 공로로 1970년대에 받은 훈장의 취소를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으나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국정원 추천으로 주어진 포상은 국정원이 요청하게 돼 있다.
다만 국정원의 이번 포상 취소 명단이 최종적인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김영수 행안부 의정관이 대독한 발표문을 통해 "현재 추가 조사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서훈 취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재심 무죄사건 등을 확인하거나 기존 취소사건 관련 수훈자를 발견하면 총괄부서인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서훈 취소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이와 함께 신군부 집권 초기인 1981년 전남 보성의 명망가인 봉강 정해룡 일가 30여 명을 간첩단으로 조작해 멸문에 가까운 비극을 초래한 '보성 가족 간첩단 사건' 담당자들에게 주어졌던 상훈도 이날 취소됐다.
또, 김성식·민병두 전 의원에게 징역형이 선고된 '제헌의회(CA)그룹 사건'(1987), 미국·유럽에서 유학한 학생들을 북한에 포섭된 간첩 혐의로 수사한 '구미(歐美) 유학생 간첩단 사건(1985)' 등도 포상 취소 목록에 포함됐다.
이날 '반헌법적 행위, 간첩 조작사건 등 관련자에 대한 정부포상 취소 발표' 현장에는 다른 포상 취소 요청 기관인 국방부·경찰청 당국자는 참석했지만, 국정원은 불참해 행안부가 대신 피해자들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김영수 의정관은 "국정원은 브리핑 참석이 불가하여 (발표문을) 행안부가 대독한다"며 "국가정보원은 당시 인권 침해로 고통받으신 당사자 및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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