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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의 달 울려 퍼지는 '강뉴 손자들'의 노래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현대사에서 대한민국만큼 국제적 은혜를 크게 입은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단일 현대 국지전 중 가장 참혹했던 6·25 전쟁에서 우리는 많은 우방이 흘린 피 덕분에 살아남았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약한 나라 중 하나였던 우리는 소련이 지원한 북의 남침과 중국의 개입을 막아낼 힘이 없었지만, 영화 같은 기적이 잇따르며 끝내 생존했다. 무려 60여개 국에서 직접 참전하거나 재정 지원을 해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지원 규모다.

[국가보훈부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
당시 유엔은 창설 이후 최초이자 최대 규모로 군대를 보냈다. 직접 파병 16개국, 의료 지원 6개국, 물자 지원 40여개국 등 사실상 자유 진영 전체가 나서 우리를 도왔다. 명분은 공산화 저지와 자유민주주의 수호였다. 이름조차 낯설었던 나라에 베풀어준 이런 은혜가 없었더라면 지금 우리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당시 최빈국 수준이던 우리나라는 지금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도약했다.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 주는 나라가 된 사례도 대한민국이 유일무이하다. 도와준 나라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이 입증됐다. "지구상 이보다 더 성공적인 투자는 없었다", "한강의 기적" 같은 말이 회자할 정도였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기적의 산 증거'이자 수많은 지구촌 이웃들의 피와 땀이 열매를 맺은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단순히 우리만의 성공이 아니란 얘기다. '코리아'는 이 나라의 생존과 성장에 힘을 보탠 국가들에 남다른 의미를 느끼게 만드는 특별한 존재인 셈이다. 특히 당시엔 우리보다 훨씬 부강했지만, 현재는 국력과 부가 뒤처지는 파병국들에 대한민국이란 이름은 희망의 씨앗처럼 여겨진다. 그러니 이들 나라가 내밀었던 도움의 손길을 우리가 대대손손 영원히 잊지 않고 갚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강뉴합창단이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공연하는 모습. 2026.6.21
[따뜻한 하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보훈(報勳)은 '공훈에 보답한다'는 뜻이다. 우리 호국선열을 기리고 보상과 예우를 다하는 건 물론, 자유 진영이 함께 지켜낸 대한민국 특성상 국제적 보훈 활동도 필요하다. 올해 '보훈의 달'에 반가운 손님들을 초청한 건 그 일환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일하게 지상군을 파병했던 에티오피아의 '강뉴 합창단'이 처음 방한해 주요 기념행사에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강뉴는 6·25 전쟁에 파병된 에티오피아 황실근위대의 이름이다. 당시 최전방 중부 전선에 배치돼 253전 전승 무패라는 전설적 전과를 남긴 용사들이다. 적지 않은 사상자를 내면서도 자기 가족 지키듯 싸워준 그들이 고마울 뿐이다.
청소년인 강뉴 합창단원들은 과거 한반도에서 싸운 강뉴 부대원들의 손자뻘이다. 할아버지들이 목숨 바쳐 지켜낸 땅에서 손자들이 노래로 그 정신을 기리고 있다. 대를 잇는 보훈이다. 6·25 후반에 파병됐던 강뉴 용사도 90대 노인의 몸으로 합창단과 함께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그는 흙밭만 있던 대한민국이 발전한 모습을 직접 보니 신기하다며 좋아했다. 이런 국제 보훈 활동을 앞으로 더 활성화해야 한다. 세계 어떤 나라도 받지 못한 은혜를 입은 만큼 이를 잊지 않고 품격 있게 보은하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더욱 확실히 굳혀야 한다. 어려울 때 도와준 친구를 잊지 않는 사람만이 인심을 얻는다는 건 국제사회에서도 통하는 인지상정이다.

[반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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