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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투표용지 부족 '이보다 더 무능할 수는 없다'

입력 2026-06-04 10:4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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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엉망이었던 선관위 해명도 한심, 대응도 부실


'참정권 방해·자유투표 오염' 파장 불가피




'부정선거' 외치는 시민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4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부정선거' 등 손팻말을 든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6.4 yatoya@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6·3지방선거에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구태의연한 공공기관이 보여준 최악의 무능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사람이나 조직이 완벽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이번 사태는 실수가 아닌 '안일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투표율을 감안한 투표용지 준비부터 투표용지 부족이 감지된 뒤 대응에 이르기까지 헌법 독립기관이자, 법조인들이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선관위가 내린 판단과 대처는 '이보다 더 무능할 수는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허술했다.


투표용지를 부족하게 준비한 이유가 한심하다. 선관위는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투표율 증가를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선거관리 기관은 예상이 빗나가는 상황까지 대비하는 것이 기본 임무다.






게다가 투표용지는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부족할 경우 응급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을 선관위가 잘 알고 있다. 혹시 투표용지가 너무 많이 남아 '예산 낭비' 지적을 받을지언정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판단이다.


투표용지 부족 문제 감지 후 대응도 부실했다. 선거 당일 오후 1시부터 송파구 잠실2동 제6투표소 등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어 오후 4시 30분부터는 아예 투표가 멈추기도 했고, 상당수 유권자가 기다리다가 돌아가는 사례가 속출했다.


선관위는 뒤늦게야 "해당 투표소로 용지를 이송 중"이라며 "투표 마감 시각이 지나더라도 정상적으로 투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별일 아니니 걱정말고 투표하시라'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이에 따라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오후 10시까지 이어졌다.


'참정권 방해', '자유투표 오염'에 대한 판단도 안일했다. 투표용지 추가 공급과 투표 마감시간 연장에도 불구하고 투표를 포기하는 사례가 나온 것은 유권자의 신성한 한 표 행사를 방해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선거관리에 대한 불신은 당연한 결과다.






오후 6시로 예정된 투표 마감 시간이 오후 10시로 연장되면서 투표자들은 언론사 출구조사 결과나 일부 개표 결과를 알고서 투표를 하게 됐다. 최종 선택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자유로운 투표권 행사가 오염되는 현상을 낳았다.


초유의 사태는 근거가 부실한 '부정선거론'의 불씨도 살렸다. 한국사 강사 출신 부정선거론자인 전한길씨를 비롯한 시위대 수백 명은 4일 새벽 선관위 앞에 모여 선거 무효를 주장하며 항의 시위를 했다. 국민의힘 대표인 장동혁 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서울시장 재선거를 주장했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의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선관위는 2022년 대선 때 코로나19 확진·격리자의 사전투표 용지를 간이 용기나 쇼핑백 등에 담으면서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을 촉발한 바 있다.


이번 사태와 구체적 내용은 다르지만, 2021년 독일 베를린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일부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 적이 있다. 임의로 투표용지를 복사해 배부했으나 무효표로 처리됐다. 결국, 결함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선거구에 대해서만 재선거를 실시했다.


이번 사태는 선거 관리에 대한 국가 역량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선관위는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의 공정한 관리 의무를 저버린 책임을 져야 한다. 민주주의는 투표 결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민이 결과를 신뢰할 수 있도록 '절차'를 관리하는 것 또한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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