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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웃] 한반도 단검론

입력 2026-06-04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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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정학이 부른 논란




한반도 단검론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최근 한국을 중국 입장에서 바라보면 "아시아의 중심에 꽂힌 단검(dagger)과 같다"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한반도를 중국을 겨눈 비수(匕首)에 빗댄 것이다. 앞서 그는 한국을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항공모함"에 비유하기도 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선을 넘은 발언"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 정부도 불필요한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논란이 커지자 브런슨 사령관은 "중국을 적대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우리가 처한 작전 환경을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반도 단검론'은 신조어가 아니다. 19세기 말 일본 육군 고문으로 활동한 프로이센 장교 야코프 메켈은 "조선은 일본의 심장을 겨눈 비수"라고 했다. 일본은 한반도를 자국 안보의 생명선으로 인식했고, 메켈의 비수론은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경쟁은 전쟁으로 이어졌다. 청일전쟁(1894년)은 조선의 지배권을 둘러싼 청나라와의 충돌이었다. 러일전쟁(1904년)도 마찬가지였다. 러시아는 일본이 한반도를 장악하면 블라디보스토크와 연해주가 위협받는다고 판단했다. 일본은 러시아 세력이 한반도에 뿌리내리면 자국 안보가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여겼다. 한반도는 열강들이 상대의 심장부를 압박하고자 쟁탈한 공간이었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1950년 6·25전쟁 당시 마오쩌둥과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압록강까지 진격한 유엔군을 보고 참전을 결정했다. 미국 주도의 군대가 국경 앞까지 밀려오는 상황을 국가 생존의 위협으로 인식한 것이다. 중국의 시각에서 한반도는 완충지대였고, 적대 세력이 들어서면 베이징과 만주를 위협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희생을 감수하고 참전을 결정한 심저(心底)에는 이런 지정학적 계산이 깔려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한반도 단검론에서 표적의 방향이 시대마다 달라졌다는 점이다. 냉전 시기인 1977년 지미 카터 행정부가 주한미군 철수를 본격적으로 검토하자, 찰스 퍼시 공화당 상원의원은 "한국이 적대 세력의 손에 들어가면 일본을 겨눈 단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브런슨 사령관이 언급한 단검은 중국을 향한다. 한반도의 위치는 변하지 않았지만, 국제 질서가 바뀌면서 단검의 끝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반도 단검론은 한국의 지정학적 현실을 상징한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은 외교적으로는 불필요한 자극이었을지 모르나, 전략적으로는 중요한 함의를 담고 있다. 주한미군의 역할과 관심이 북한을 넘어 중국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한반도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나아가 대만해협 유사시 시나리오에서도 중요한 전략 공간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신호다. 역사는 한반도가 강대국들의 체스판이었음을 보여준다. 급변하는 한반도의 안보 환경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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