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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단기간 내 중동 대체 어렵지만…전략적으로 의미 있어"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김동찬 전 주앙골라대사는 중동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에너지 구조를 도박에 비유하며 아프리카와의 협력을 통해 수입선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사는 29일 한·아프리카재단 주간 소식지 '아프리카 포커스'에 실린 '중동의 파고를 넘어 아프리카로-에너지 안보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기고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중동은 한국의 중요한 에너지 파트너지만, 단 하나의 파트너에게 에너지 운명을 맡기는 것은 국가 전략이 아니라 도박에 가깝다"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 중동 위기는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닌 경제의 심장부를 겨누는 위협"이라고 진단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한국 원유 수입의 72%가 사우디아라비아(35%), 아랍에미리트(UAE)(14%), 이라크(10%), 쿠웨이트(8%), 카타르(5%) 등 중동산이었다.
그는 "아프리카가 단기간에 중동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전략적 다변화 관점에서 아프리카는 충분히 유의미한 공급처"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의 석유 매장량은 약 1천260억배럴로 세계 전체의 7% 이상을 차지한다.
리비아(480억배럴)를 비롯해, 나이지리아(370억배럴), 알제리(122억배럴), 앙골라(95억배럴) 등이 주요 산유국이다.
그는 아프리카 산유국에 주목해야 할 이유로 먼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결정으로부터 상당 부분 독립적이라는 점을 들었다.
앙골라는 지난 2024년 OPEC을 공식 탈퇴하며 독자 생산 정책을 선언했는데, 이는 OPEC 결의에 좌우되지 않는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수입 원유의 70% 이상이 통과하는 병목지점인데, 아프리카 원유는 희망봉 항로를 통해 이를 우회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아프리카는 54개국 중 30여개국이 석유·가스를 생산하거나 탐사 중인 분산구조이기 때문에 특정 국가의 혼란이 대륙 전체의 공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아프리카는 코발트·리튬·백금족 금속 등 핵심 광물의 보고인 만큼, 전기차·반도체·배터리를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삼는 한국에 원유 그 이상의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정광용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앞줄 왼쪽 여섯번째부터)과 샤픽 라샤디 주한모로코대사 겸 주한 아프리카대사단 단장이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글로벌 위기 속 공동대응을 위한 한-아프리카 파트너십'을 주제로 열린 2026 한-아프리카 파트너십 세미나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5.13 ryousanta@yna.co.kr
다만 그는 현실적인 제약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내 정유 설비 상당수가 중동산 중질유를 기준으로 최적화돼 있어 아프리카산 경질유 비중을 단기간에 크게 늘리기 어렵고, 희망봉을 우회하는 장거리 운송에 따른 물류비용 부담도 크다는 것이다.
일부 산유국의 정치·사회적 불안정과 중국과의 경쟁 심화 역시 넘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특히 중국이 아프리카 전역에서 인프라 투자를 통해 에너지 공급망을 선점하고 있다며, 후발주자인 한국이 단순히 가격 경쟁만으로 이 구도에 맞서기는 어렵고 한국만의 차별화된 협력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의 에너지 공급망 재편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U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단기적 비용 증가를 감수하면서도 알제리·리비아 등 북아프리카 국가와의 협력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그는 아프리카와의 에너지 협력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추진해야 한다며, 주요 아프리카 산유국과 정상외교 ·장관급 협의를 정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원유 공급 계약과 도로·항만·발전소·병원·학교 등 인프라 협력을 연계하는 패키지 모델, 국내 정유 설비 유연화 투자, 유전 개발 지분 참여 확대 등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중동 위기는 우리에게 또 한 번 경고를 보내고 있고, 이번에는 그 경고를 흘려보내지 말아야 한다"며 "아프리카로의 수입선 다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가오는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는 이러한 전략을 구체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면서 "이 회의를 통해 정치적 신뢰를 강화하고 경제 협력의 틀을 마련하며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 기반을 구축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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