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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해군 초계기 추락 1년…주민들 "비행기 소리만 나도 불안"

입력 2026-05-28 07: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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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못 밝혔는데 배상도 감감…꽃다발만 놓인 추락 현장


그을린 나무·녹슨 컨테이너…주민들 상처 여전, 사고 당일에 시간 멈춰




지난해 5월 초계기가 추락한 경북 포항 동해면 공터

[촬영 손대성]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비행기 소리만 나도 불안합니다."


해군 P-3CK 초계기 추락 참사 1년이 지났지만 경북 포항 사고 지점 인근 주민들의 시간은 여전히 사고 당일에 머물러 있다.


사고 원인은 끝내 규명되지 않았고, 피해 배상마저 지연되면서 주민들은 불안과 상실 속에서 하루빨리 해결책이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다.


부슬부슬 비가 내린 2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신정리 마을 인근 공터.


이곳에서는 녹슨 컨테이너를 둘러싸고 철조망이 설치돼 있었고 '수사 중'이란 글씨가 선명한 통제선이 보였다.


철조망 앞에는 작은 재단이 마련돼 있고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통제선 주변 나무는 녹음이 우거진 다른 나무와 달리 검게 그을린 채 말라 죽어 생기를 찾을 수 없었다.


이곳은 약 1년 전인 지난해 5월 29일 해군이 운용하는 P-3CK 초계기 1대가 추락한 장소다.


조종사·부조종사인 장교 2명과 전술 승무원인 부사관 2명 등 4명이 탄 초계기는 포항경주공항(해군 포항비행장) 일대에서 이착륙 훈련하던 중 이곳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4명 모두 순직했다.




지난해 5월 초계기가 추락하면서 탄 나무

[촬영 손대성]


초계기 추락사고 민관군 합동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조사를 마친 뒤 지난해 11월 P-3CK가 양력을 잃은 직접적인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사고기는 해군비행장 이륙 단계에선 속도와 고도, 자세가 정상이었으나 상승 선회 단계에서 정상비행 때보다 속도가 점점 줄어 고도 상승이 미미했고, 받음각도 지나치게 커졌다. 이에 따라 초계기는 실속 및 조종불능 상태에 빠져 추락했다.


조사위는 초계기가 이런 상태에 빠진 직접적인 원인을 규명하지는 못했다. 조사위는 기계적인 결함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고 초계기는 비행기록장치가 없는 기종이고, 사고 직후 수거한 음성녹음장치도 훼손이 심해 복구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다만 조사위는 실속 및 조종불능 회복훈련을 받지 못한 조종사들이 실속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사고 발생 1년이 지났음에도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고지역 손해배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초계기가 추락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창고와 농경지가 탔다.


김상곤(82)씨는 컨테이너 창고 2개, 비닐하우스, 관리기, 밭작물이 피해를 봤다.


컨테이너 창고에는 딸이 잠시 임시로 보관한 장롱, 냉장고 3대, 안마의자, 침대, 식기세척기, 식당비품이 쌓여 있었다.


보관 중이던 농기구, 비료, 농약, 골동품도 탔다.


이웃 주민들도 농작물이 타고 비품을 잃었다.


더군다나 사고 이후에 수사를 이유로 일부 농경지 출입이 금지되면서 농사도 제대로 짓지 못하고 있다.


일부 밭은 기름 등으로 오염됐다.




지난해 5월 초계기가 추락하면서 오염된 땅

[촬영 손대성]


주민들은 이른 시간 안에 배상해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절차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권일순(77)씨는 "사고를 목격하고서 불안감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약에 의존해 살고 있다"며 "해군 측이 하루빨리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상과 별도로 주민들은 군 비행장과 관련한 불안감이 여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고 지점에서 직선거리로 약 260m 떨어진 곳에 680여가구가 사는 아파트단지가 있어 사고 직후에 많은 주민이 불안에 떨었다.


또 비행장 활주로 선상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가 있다. 아슬아슬한 높이로 비행기가 뜨고 내려 불안감을 느끼는 학부모가 많다.


한동안 동해면 주민들은 군 공항 이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곳곳에 붙여놓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현재 현수막은 모두 사라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사고 현장 인근 아파트단지에서 만난 한 70대 주민은 "저녁 무렵 밥 먹고 밖에 나오면 초계기가 주변에 돌아다니는데 비행기 소리가 나면 불안하다"고 털어놓았다.


해군본부는 사고와 관련해 6월에 국가배상 사건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해군 관계자는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주민 피해 조사를 마치고서 6월 중에는 배상심의위원회를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초계기가 추락한 경북 포항 동해면 공터에 놓인 꽃다발

[촬영 손대성]




지난해 5월 초계기가 추락한 경북 포항 동해면 공터 안내문

[촬영 손대성]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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