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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전 공군사관학교 부당퇴교 인정받을까…재심 개시

입력 2026-05-20 16: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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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44기 유정민씨, "하극상 가해자 누명 쓰고 퇴교"


거듭된 민사·행정 패소 끝 재심…공사 "기판력 저촉"


(청주=연합뉴스) 박건영 기자 = 공군사관학교에서 퇴교 처분을 받았던 유정민(55)씨가 33년 만에 재심을 받게 됐다.


긴 다툼 끝에 다시 재판 기회를 얻게 된 유씨가 이번에는 오랜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정민씨의 공군사관학교 생도 시절 모습.

[유정민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행정1부(이양희 고법판사)는 20일 유씨가 공군사관학교를 상대로 낸 징계처분 무효확인 소송 재심 재판을 열었다.


1992년 공군사관학교 44기로 입교한 유정민씨는 이듬해 12월 20일 선배에게 반말과 폭행을 해 군기를 문란하게 했다는 이유로 퇴교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선배에게 폭행과 반말을 한 일이 없었고, 오히려 선배로부터 폭행당하고도 중대장의 회유로 거짓 자백을 했다가 퇴교 처분을 당했다는 게 유씨의 주장이다.


이후 유씨의 문제 제기로 조사에 나선 공군본부는 중대장과 가해 학생에게 징계 처분을 내렸지만, 유씨에 대한 퇴교 처분은 끝내 취소하지 않았다.


억울함을 누를 길이 없었던 유씨는 퇴교 9년 만인 2003년 처음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당시 법원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 시효(5년)가 지났다는 이유로 유씨의 주장을 기각했다.


유씨는 이듬해와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다시 한번 공군사관학교를 상대로 '해임(파면) 처분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변호사의 조력도 받지 않고 홀로 법전을 뒤져가며 소송을 준비했는데, 법원은 "재판을 통해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며 소를 각하했다.


설령 소송에서 이겨 퇴교 처분이 무효가 되더라도 학교를 나온 지 오랜 시간이 흘러 유씨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는 것이었다.




공군 장교 선후임간 갈등 (PG)

[김민아,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거듭된 패소에도 굴하지 않고 또 한 번의 소송을 준비하던 유씨는 자료를 살펴보던 중 뜻밖의 곳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유씨가 퇴교 처분을 받을 당시 학교로부터 '퇴교 처분서'를 송달받지 못했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행정절차법은 행정청이 처분서를 작성해 당사자에게 송달한 시점부터 처분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씨는 이를 바탕으로 부푼 기대를 안고 2021년 다시 한번 행정소송을 냈으나 이번에도 법원은 "재판을 통해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유씨의 청구를 각하했고, 대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퇴교 이후 제기한 한 차례의 민사 소송과 3차례의 행정소송 1·2·3심을 통틀어 12번째 패소 판결이었다.


그렇게 끝나는 듯했던 유씨의 사투는 2023년 대법원 판례가 나오면서 다시 길이 열리게 됐다.


이 판례는 징계 처분을 받은 학생이 학교를 졸업했다 하더라도 준영구적으로 보존되는 징계 내역은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이 징계 처분에 대해 다투는 것을 법률상 이익으로 인정한 판결이었다.


퇴교 처분에 대한 무효 판결을 받아내더라도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패소했던 유씨가 다시 한번 법정에 설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유씨는 곧바로 이 판례를 근거로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약 2년의 검토 끝에 이날 재심을 개시했다.


유씨는 이날 재판에서도 거듭 억울함을 호소했고, 공군사관학교 측은 "확정판결이 난 사건과 다른 판결이 나올 경우 기판력(확정판결에 부여되는 구속력)에 저촉된다"고 항변했다.


유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33년 전 억울하게 학교를 떠난 뒤 단 하루도 그 일을 잊고 산 적이 없다"며 "이번 재판을 통해 뒤늦게라도 진실이 밝혀져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고 말했다.


pu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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