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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막겠다고 전쟁 벌인 美, 북핵 용인 협상 어려워
기대 아닌 전략 필요해…소통 채널·인도주의적 협력부터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베이징 방문을 앞두고 한때 북미 정상 간 '깜짝 회동' 가능성이 거론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등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일정상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국제 질서가 북미 대화의 공간을 좁히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수 차례 김 위원장과 친분을 언급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한미 정상회담(8월)에서는 '연내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해 그가 참석한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10월)에서 만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이유로 한 차례 연기한 끝에 확정한 이번 회담에도 '김정은 출연'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무역을 비롯한 경제 분야는 물론 이란 전쟁이나 대만 문제 등 안보 분야까지 다양한 의제들 속에서 한반도 관련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대북 강경책으로 남북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대화 복원을 시도하고 있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피스 메이커' 역할이 기회를 열어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은 있었다.

[연합뉴스DB]
하지만 이란 전쟁이 변수가 됐다. 미국이 지난 2월 말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에 대한 기습 공격을 하면서 벌인 전쟁의 최대 명분은 이란의 핵 개발 저지였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자 미국이 종전 협상에 나섰지만, 핵 문제에 대한 이견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에 '고농축 우라늄을 미국에 넘기고 향후 20년간 농축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 일부를 희석하고 나머지는 제3국으로 이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핵 개발에 대한 미국의 포기 요구와 이란의 고수 의지가 맞서고 있는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와 함께 이란의 핵 개발 저지가 종전 협상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김 위원장을 만난다는 것은 명분이 서지 않는다. 이란 핵을 막겠다고 전쟁까지 벌였는데 북한 핵을 사실상 인정하는 협상을 벌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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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무기를 공급하고 파병까지 하면서 '혈맹'으로 불릴 정도로 러시아와 밀착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에 미국과 당장 대화에 나설 때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있다. 이란 핵 저지가 이슈로 부상한 마당에 북핵을 상기시키려 할 이유는 더욱 없어 보인다.
북한은 최근 헌법을 개정해 북측 지역만 영토로 규정한 조항을 신설하고, '두 국가론'과 '핵 포기 불가' 의지도 반영한 법적 기반을 다졌다.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해 '노딜'에 그친 뒤 북한의 마이 웨이 행보는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특수 관계를 고려해 직접적인 비난을 하지 않는 등 일정한 선을 지키고는 있지만, 예전처럼 돌발적인 만남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외교 전문가들도 미국이 이번보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미 관계에서의 성과 도출을 시도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한국은 이란 핵 개발 저지와 북한의 핵 보유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또 한 번의 '트럼프 카드'가 무산되는 상황을 맞게 된 셈이다. 남북 관계 악화와 대화 단절은 짧은 기간에 이뤄졌지만, 복원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외부 도움도 필요하지만, 주체는 결국 우리 자신이다. 기대가 아니라, 전략이 필요하다. 최소한의 소통 채널 개설과 인도주의적 협력부터 시작해야 한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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