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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김경협' 모델 정무형 수장론…1조 예산·조직 위상 강화 기대감
이재명 정부 '통합·실용' 기조 반영…박용진 이어 비명계 중진 예우 차원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질문에 참석, 국회 첫 여성 부의장으로 대정부질문을 진행하고 있다. 2020.7.22 je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정부의 무상원조 전담 시행기관인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차기 이사장에 더불어민주당 4선 의원 출신인 김상희 전 국회부의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장원삼 현 이사장의 임기가 오는 7월 9일 만료됨에 따라 정부는 최근 연간 1조원대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집행하는 차기 수장 인선 작업에 착수했다.
현재로서는 헌정사상 첫 여성 국회부의장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김 전 부의장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등을 거친 바 있어 전문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초저출생·인구위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김상희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2023.2.2 srbaek@yna.co.kr
◇ '김경협 모델' 적용하나…헌정 첫 여성 부의장·보건 전문성
이번 인선의 핵심 기류는 외교부 산하 기관장에 정통 외교관이 아니라 힘 있는 정치인 출신이 필요하다는 이른바 '김경협 모델'의 적용이다.
출범 초기 대사 출신이 연달아 청장으로 임명된 재외동포청은 지난해 3선 의원 출신인 김경협 청장이 오면서 위상이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통위원 출신으로서 국회와 예산 당국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으며 동포청의 입지를 넓혔다는 것이다.
1조원대 예산을 다루는 코이카 역시 단순히 사업 집행기관 수준을 넘어 국가 전략의 핵심 축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서 범정부 차원의 조율 능력과 정무적 돌파력을 갖춘 김 전 부의장이 적임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인선은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통합'과 '실용' 기조와도 연결된다. 최근 박용진 전 의원을 총리급인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발탁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비명계' 중진들을 국정 파트너로 포용하려는 의지라는 시각도 있다.
김 전 부의장과 김 청장은 경기 부천을 기반으로 한 비명계 중진이다. 각각 라임 특혜환매 의혹 여론전과 기소 후 무죄 확정판결 등 정치적 시련을 겪으면서도 이재명 대표 시절 공천 배제 결정에 승복하고 '선당후사'를 택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특히 충남 공주 출신인 김 전 부의장은 오는 6·3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박수현 충남도지사 후보의 지역구인 '공주·부여·청양'에 출마하라는 주변 권유에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거듭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용진 전 의원의 발탁이 실력을 기반으로 한 통합이었다면 김 전 부의장 카드는 헌정사상 첫 여성 국회부의장에 대한 예우와 보건 전문성을 결합한 실용적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4대강불법비리진상조사위원회 우원식(왼쪽 부터), 이미경, 김상희, 박수현 의원이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2014.12.23 zjin@yna.co.kr
◇ 닮은꼴 이미경과 김상희…'송진호 사태' 트라우마 극복 과제
김 전 부의장이 차기 수장으로 유력하게 검토되는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 시절 5선 의원 출신인 이미경 전 이사장 선례가 있다. 이 전 이사장은 당시 30년 역사의 코이카 최초 여성 이사장이자 첫 정치인 출신으로 주목받았다.
두 사람은 여성 운동과 시민사회에 뿌리를 둔 여성 중진이라는 점, 국정 전반을 아우르는 정무적 체급을 갖췄다는 점 등에서 닮아있다. 이에 더해 김 전 부의장은 실무적 전문성이 강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약사 출신으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 등을 지낸 그는 최근까지 조현 외교부 장관 등과 한국글로벌보건연맹(이사장 원희목 서울대 특임교수) 이사로 활동하며 보건 ODA 분야의 깊이를 더해왔다.
코이카 안팎에서는 김 전 부의장이 보건의료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시스템에 기반해 조직을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이 감지된다. 그가 이재정 의원, 김 청장 등과 외통위에서 함께 활동하며 쌓은 국회 네트워크가 큰 자산일 거라는 전망도 있다.
코이카 구성원들은 지금도 이 전 이사장 시절 향수를 떠올린다. 이 전 이사장이 외교부와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 청와대에 '할 말 하는 리더십'을 보여줬고, 이는 조직 위상 강화와 예산 확보로 이어졌다고 평가한다.
이처럼 정치인 출신 수장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만, 과거 '이미경-송진호 사태'에 대한 트라우마도 상존한다. 이 전 이사장 체제에서 벌어진 송진호 당시 사회적가치경영본부 이사의 독주와 그에 따른 조직 내 갈등은 아직도 치유되지 못했다.
이 전 이사장이 이를 매끄럽게 매듭짓지 못한 채 임기를 마무리하며 코이카 구성원들이 고스란히 그 여파를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인 출신 수장이 온다면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정통 외교관 하마평…'안정성' 이태호·'글로벌 브랜드' 오준
이처럼 '김상희 대세론' 속에서도 정통 외교관 출신인 이태호 전 외교부 차관과 주유엔 대사를 지낸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이사장의 이름도 계속 오르내린다.
이 전 차관은 외교부 내 대표적인 경제·통상 전문가다. 경제외교조정관과 2차관,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 등을 지낸 그는 급변하는 글로벌 공급망 질서 속에서 ODA를 국가 전략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인사로 꼽힌다.
조현 장관과는 외무고시 3기수 후배로, 문재인 정부 시절 조현 1차관-이태호 2차관 라인을 구축하며 상호 신뢰를 쌓은 인연이 있다. 이 전 차관이 코이카로 향한다면 관리·감독 부처인 외교부와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 거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탁월한 실무적 안정성은 갖췄지만, 예산 확보 등을 위해 예산 당국과 과감하게 협상해야 하는 현 코이카 상황에서 정치인 출신에 비해 정무적 돌파력은 아쉽다는 의견이 있다.
오 이사장은 주유엔 대사 출신이라는 전문성에 더해 지난 9년간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를 이끌며 다져온 현장 리더십을 높이 평가받는다. 오는 6월 말 3선 이사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기도 해 주목받는 상황이다.
그는 지난해 세이브더칠드런 국제연맹 이사로 선출돼 글로벌 ODA 네트워크에서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송진호 사태 이후 시민단체 출신 인사에 대해 예민해진 코이카 내부에서도 실무 능력을 검증받은 오 이사장에 대한 거부감은 적다.
하지만 국제연맹 이사 임기를 절반 이상 남긴 상황에서 중도 사퇴하고 코이카로 옮기는 것은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과 원조 혜택을 받는 NGO 임원 경력에 따른 이해충돌 우려 등도 있다.

[코이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코이카 내주 이사회 개최…5월 중순 임추위 구성·공모 예상
코이카는 다음 주 중 이사회를 열고 차기 이사장 인선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5월 중순 임추위를 정식으로 구성하고 공모 절차에 들어가면 차기 수장의 윤곽이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원삼 이사장은 임기 만료일인 7월 9일에 퇴임식을 하고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1조원 시대를 연 코이카의 새 리더십이 정부의 실용 외교 기조 속에서 향후 어떻게 자리 잡을지 국제개발협력계 안팎에서 주목하고 있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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