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정부 계좌 아닌 국제기구 통한 '다자 지원'
ICRC가 현장서 직접 물자 배분…"개입·전용 불가능 구조"

[호다 니쿠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정부가 최근 이란에 50만 달러(약 7억4천만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다고 발표하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정권 지원'이라는 논란이 확산했다.
하지만 이는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한 '다자 지원'의 특수성을 오해한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국제개발협력계에서 나온다.
17일 개발협력계 전문가들과 국제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지원이 이란 정부를 거치지 않고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직접 집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군사적 목적으로 쓰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한다.

[호다 니쿠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미스 이란' SNS서 촉발된 논란…양자-다자 지원 차이
이번 논란은 한국에서 모델 겸 배우로 활동하는 '미스 이란' 출신 호다 니쿠가 지난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시기에 이란에 돈을 보내면 국민이 아니라 독재 정권으로 들어가 테러나 무기 구매에 사용된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확산됐다.
호다 니쿠는 "그 돈이 1달러라도 일반 시민들에게 가는 일은 없다"며 "대놓고 테러를 응원하는 행동에 반대한다. 한국과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우리 국민의 세금이 이란 정권과 혁명수비대에 흘러 들어간다'는 취지의 주장이 잇달았다.
하지만 이번 지원은 정부가 이란 정부의 계좌로 송금하는 '양자 지원'이 아닌 국제기구에 예산을 맡겨 사업을 수행하게 하는 '다자 지원' 방식이라 이런 주장은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
호다 니쿠는 논란이 커지자 16일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다. 그는 대신 "이란 분들의 답답한 마음을 대신 표현한 것"이라며 "의약품이나 인도적 지원이 다친 사람들과 시민들에게 전달된다면 다행"이라고 해명했다.
개발협력계의 한 전문가는 "개인의 경험과 정서적인 차원에서 비롯된 우려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국제기구가 직접 자금을 관리하고 물자를 배분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때문에 양자 지원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짚었다.

[ICRC 한국사무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ICRC 직접 집행…"정치·경제 제재 무관" "중립 소통 채널"
ICRC는 국제인도법에 기반해 중립성·공정성·독립성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국제기구로, 이란에서는 1977년부터 활동해왔다. 이란 내 인도적 대응의 최전선에 있는 이란적신월사(IRCS)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ICRC 한국사무소는 이번 논란을 의식한 듯 16일 "이란과 중동 지역에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긴급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며 "최근 이란 내 인도적 대응을 지원하기로 한 한국의 기여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또 "IRCS의 핵심 대응 활동을 지원하며 이산가족 찾기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며 "2만5천명분의 구호물자 171t(톤)을 IRCS에 전달했고, 나머지 물자도 이번 주에 전달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이번 지원이 지난달 말 유엔 기구가 합동으로 이란 난민 대응을 위한 긴급 지원을 요청하고,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이 이란에 대한 긴급 지원을 요청하는 등 긴박한 정세 속에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이규호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제인도법상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이나 유엔·미국 등에 의한 경제적 제재와 무관하게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영역"이라며 "순수한 활동을 논쟁 대상으로 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경주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인도적지원부장은 "ICRC 등 국제기구들은 각국 분쟁 상황 속에서 탄생한 최후의 보루이자 중립적인 소통 채널"이라며 "정부가 이러한 채널을 선택한 것은 현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KCOC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투명성 확보'가 문제의 본질…"감정적 왜곡 경계해야"
개발협력계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집행 과정에서의 투명성이 어떻게 확보되는지를 꼼꼼하게 살피는 방식의 성숙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감정적 호소에 의한 오해보다는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수행하는 보편적 가치 이행의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고도 조언한다.
김성규 전 국제개발협력학회장은 "ICRC는 지원 전달 과정에 특정 정부나 정치권력이 개입되지 않도록 하는 운영체계를 갖고 있다"며 "분쟁과 위기 상황에서 민간인과 취약계층에 대한 국제적 책임을 이행하려는 인도적 원칙에 기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약품·위생용품과 같은 긴급 구호물자의 경우 분배 경로와 수혜 대상이 비교적 명확하게 관리된다"며 "국제기구의 모니터링 및 검증 절차를 통해 군사적·정치적 전용 가능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원 경로의 투명성과 집행의 독립성이 실제로 어떻게 확보·검증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과 개선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COC 관계자는 "인도적 지원은 특정 정권의 정당성 문제와는 별개로 다뤄져야 한다"며 "정권의 정책에 반대하더라도, 그 정권하에서 고통받는 무고한 민간인과 취약계층에 대한 최소한의 국제적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raphael@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