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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직후 개인에 매각된 적산가옥, 부산 곳곳에 남아
문화공간 활용…"역사 기억하고 성찰 공간으로 거듭나야"
[※ 편집자 주 = 올해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았습니다. 부산은 한일 관계의 굴곡진 역사를 가장 가까이서 목격해온 도시입니다. 부산항 개항을 비롯해 일제강점기, 해방과 분단, 산업화를 거치며 쌓아온 교류의 흔적이 지역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부산에 남겨진 흔적을 따라가며 한일 관계의 과거를 되짚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하는 기획 기사를 10회에 걸쳐 매주 한 차례 송고합니다.]

[문화공감 수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부산 도심 한복판에는 시간이 멈춘 공간들이 있다.
1945년 일본인들이 한반도를 떠난 뒤 당시 일본인들이 거주하던 집과 건물들이 곳곳에 남았다.
사람들은 이를 '적이 만든 집'이라는 의미의 '적산가옥'이라고 불렀다.
역사의 상처를 간직한 이 가옥들은 오랜 기간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다.
광복 직후 개인에게 매각된 데다가, 근대문화 유산은 소유자가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등록문화재로 지정돼야 하는데, 재산권 문제로 이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일본의 침략 전략에 따라 근대화가 이뤄진 부산은 그 영향으로 여러 적산가옥이 현대에도 남아 있다.
경부선 종착역인 부산역과 해상 교통의 근원지인 중앙 부두가 들어섰던 동구 일대는 이 가옥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초량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동구 초량동의 일본식 가옥인 복합교육문화 공간 '오초량'이 대표적이다.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349호인 이곳은 경부선 철도 부설공사와 부산진 매축 공사에 참여한 타나카 후데요시가 자택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었다.
1925년 1층 일본식 가옥을 완공했으며 6년 뒤에는 2층을 증축했다.
구조, 장식, 정원 등이 잘 보존돼 있고 장지문, 다다미 등 일본 전통 주택의 요소들이 남아 있다.
20년 동안 일본인이 거주한 이곳은 해방 이후 한국인이 관리했다.
1971년에는 일맥문화재단의 창립자였던 황래성 선생의 주택으로 사용했고 현재는 복합교육문화 공간과 일맥문화재단의 사무국으로 사용되고 있다.

[문화공감 수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초량동에 있는 적산가옥 '문화공감 수정'은 미디어를 통해 일찍이 알려진 곳이다.
가수 아이유의 '밤편지' 뮤직비디오와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보이스3' 등의 촬영 배경으로 활용됐다.
1943년 다마다 미노루라는 일본인 사업가가 지은 '문화공감 수정'은 2층 규모의 일식 목조 주택이다.
주거 용도보다는 연회나 회합을 위한 장소로 활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공감 수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해방 이후에는 미군정청 장교 기숙사로 사용되다가 한국인이 인수해 정란각이라는 요릿집으로 사용됐다.
국가유산청은 2010년 정란각을 매입했고, 2011년부터 문화유산국민신탁이 맡아 복원, 보수공사를 진행했다.
문화공감 수정 측 관계자는 "역사 예술문화 공간으로 지역주민과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역사전시실, 도서관, 셀프 카페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초량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도시화에 따라 적산가옥 인근에 아파트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한때 철거하라는 압박도 있었다.
오초량 관계자는 "당시 오초량은 이미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었으나 보존에 대한 법적 강제력이 약해 개발 논리에 따라 훼손될 수 있었다"며 "일맥문화재단은 오초량이 지닌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강조하며 해당 건물의 매각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적산가옥을 두고 일제의 잔재를 청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문화공감 수정 측 관계자는 "'문화공감 수정' 같은 공간은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니는 곳"이라며 "지우고 싶은 역사일지라도 반드시 진실을 기억해야 하며 이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픈 우리 역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치유와 성찰의 공간으로 탈바꿈해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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