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함지뢰 사건 뒤 확성기 재개하자 '선전포고'라며 반발
남북관계 최악이라 대치 강도 더 세질 수도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정부가 북한의 잇따른 오물 풍선 살포에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맞대응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더욱 고조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확성기는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심리전 수단으로, 과거 반응으로 미뤄봤을 때 정부가 다시 확성기를 튼다면 상당히 크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지난 2015년 8월 10일 우리 군이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하자 열흘 뒤 서부전선에서 남측을 향해 포탄을 1발 발사하며 극렬 반발했다.
포격 도발 직후에는 김양건 당시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비서가 청와대에 서한을 보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위협까지 했다.
남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북한은 8월 21일 '준전시상태'를 선포했고, 우리 군 역시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발령했다.
긴장이 극에 달하는 듯했으나 양측은 8월 22∼25일 무박 4일간 43시간 이상의 마라톤협상을 진행한 끝에 북한은 지뢰 도발에 유감을 표명하고 준전시상태를 해제하는 한편 남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북한이 선전포고라며 극렬하게 반발하고 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유감 표명까지 한 데서 대북 확성기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금의 남북관계가 사상 최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에 더 강력하게 반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한 상태다. 남북관계에 그나마 미련이 있던 9년 전에 포탄을 쐈다면 지금은 더한 것도 발사할 수 있어 보인다. 과거처럼 선전포고로 간주한다며 군사위협을 할 가능성이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수한 남북 관계론이 인정되던 시기와 다르게 북한은 이제 적대성을 근간으로 남측을 대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라며 "과거보다 교전, 확전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을 잇달아 제정하며 외부 문물 통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북 확성기 방송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다만 9년 전에도 긴장이 극히 고조된 가운데 대화에 나와 목함지뢰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듯 확성기 방송을 멈추기 위해 '채찍'이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강경책을 굽힐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은 지난달 28∼29일에 이어 이달 1일 오물·쓰레기 등을 담은 비닐봉지를 풍선에 실어 남측으로 날려 보내왔다. 지금까지 식별된 풍선만 900여개에 달한다.
또한 지난달 29일부터 닷새 연속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남쪽을 향해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공격도 벌였고, 지난달 30일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초대형 방사포 18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는 등 전통적·비전통적 방식을 섞은 복합도발에 나서고 있다.
북한이 오물 풍선을 살포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대북 단체의 전단 살포에 대한 반발이지만, 남측 전역에 불안을 야기하고 정부를 비난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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