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전 의협회장 "신체 지식·군 경험상 사망 예견 가능" 주장
법조계 "미필적 고의 입증 어려워" 업무상 과실치사죄 적용 전망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강태현 기자 = 육군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오른 중대장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이 제출됐다.
2일 최대집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달 31일 대검찰청에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을 형법상 살인죄와 직무유기죄, 군형법상 가혹행위죄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최 전 회장은 고발장에서 "중대장은 대학에서 인체의 해부학, 생리학, 스포츠의학, 운동생리학 등을 전공한 만큼 신체에 대한 지식과 군 간부로서의 경험을 지니고 있었다"며 "완전군장 상태에서 구보와 팔굽혀펴기, 선착순 달리기 등이 군기 훈련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고 당일 기온 등 날씨 환경을 고려하면 과도한 군기 훈련의 강요는 사람을 충분히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점을 확정적으로 또는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최 전 회장은 "이는 통상적인 업무 수행 중 의도치 않은 과실에 의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 아니라 죽음에 이를 수 있음을 미리 확정적 내지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행위를 강요한 것임으로 살인의 의도를 지니고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살인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대장이 지휘관으로서 취했어야 할 환자 상태의 평가, 즉각적인 군기 훈련 중지, 즉각적인 병원 이송 등 조처를 하지 않은 점에 비춰 직무 유기 혐의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최 전 회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채상병 사건 등 억울한 죽음을 다루는 데 있어 법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이런 모습을 보는 군 내부의 기강이 해이해질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혹행위 등 여러 정황이 나오는 상황에서 가해자는 입건조차 하지 않고 고향에 가 있다고 하니 군과 경찰에만 사건을 맡기면 안 되겠다는 마음에 고발하게 됐다"며 "국민들이 나서 이 사건을 감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조인들은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거나,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만으로는 살인죄 판단이 어렵다고 봤다.
링컨법률사무소 임송재 변호사는 "이 사건의 경우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결국은 업무상과실치사죄와 직권남용가혹행위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임 변호사는 "고발인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 가혹행위가 심각했고, 그 탓에 사망했다고 하면 사실은 그 이상의 처벌이 필요하겠으나 현 법체계상에서는 법률을 엄격하게 적용했을 때 살인죄 적용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빈센트 법률사무소 남언호 변호사도 "중대장이 해부학과 생리학 등에 대한 지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군기 훈련 행위 자체만으로 살인의 예견 가능성까지 있다고 보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열린사람들 김정민 변호사는 "2014년 윤일병 사건이 참고될 듯하다"며 "그때도 횡문근융해증이 사인으로 제시됐지만, 그 사건은 장기간의 폭행이 있었고 이로 인해 근육이 손상되어 신장 기능이 마비된 사건이었는데 이번 사건은 양상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에게 격분 상황 등 특별한 동기가 있었는지도 함께 검토되어야 할 것 같다"며 "제한된 정보만으로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될 수 있는지는 판단하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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