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사악한 집값, 중산층 홍콩 떠나
홍콩은 집값이 비싸기로 악명 높습니다. 한때 홍콩은 전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곳으로 손꼽힌 바 있는데요.
평(3.3㎡)당 아파트 가격이 1억 원을 넘어설 정도로 치솟는 주택 가격에 내 집 마련은 꿈도 꿀 수 없죠. 한때 4평짜리 아파트가 7억 원을 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집값이 24년 만에 최대 하락했는데요.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처음입니다.
홍콩에는 약 20만 명 넘는 사람들이 3평 남짓한 11제곱미터 크기의 공간에 거주하는데요.
이마저도 지불할 수 없는 일부의 사람들은 그보다도 좁은 1.4제곱미터의 공간에 몸을 구겨 넣다시피 살면서 매달 1,750홍콩달러, 약 28만 원에 달하는 월세를 지불해야 합니다.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을 나타내는 PIR 경제지표에 따르면 홍콩에서는 19평 주택을 사는데 20년이 넘게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부동산 거품 지수 또한 홍콩이 2.03으로 거품 위험 1위를 차지했습니다.
상황이 이쯤 되니 돈벌이가 비교적 괜찮은 전문직들도 홍콩을 포기하고 떠나는 실정인데요.
폭등하는 집값을 견디지 못해 이민을 택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중산층에게 허락될 뿐, 홍콩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은 비좁은 극소 주택에서 살 수밖에 없죠.
② ‘관’처럼 비좁은 방에 사는 사람들
극악한 인구 밀도와 넘쳐나는 거주 공간의 수요를 고려해 홍콩 집주인들은 일찍이 쪽방을 만들어왔습니다.
공간을 최대한 자잘하게 나눠 비좁은 셋방을 다닥다닥 이어 놓은 거주 공간을 홍콩에서는 ‘코핀 홈(棺材房)’이라 부르는데요.
말 그대로 한 몸 간신히 누일 수 있는 ‘관’처럼 좁은 집이라는 뜻입니다.
싱글 매트리스 크기의 좁다란 방에 잡동사니와 옷들이 뒤엉켜 있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힙니다.
음식물과 식기, 취사도구들이 변기에 맞닿아 있는 모습들은 그야말로 충격인데요. 화장실과 주방을 따로 분리할 수 없어 한 칸에 욱여넣은 탓입니다.
이 사진들은 사진작가 베니 램(Benny Lam)이 홍콩 사회단체 ‘SoCO’와 손잡고 비좁은 단칸방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촬영한 것입니다.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해진 홍콩 주거난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됐죠.
베니 램은 내셔널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집에 돌아와 울었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우리는 왜 우리 삶의 일부가 아닌 타인을 궁금해야 하는지 물음을 가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사진 속의 인물들은 실제로 매일 당신의 삶을 오가고 있습니다. 식당의 웨이터로서, 쇼핑몰의 경비원으로서, 청소부로서 배달부로서. 그들과 우리의 유일한 차이점은 ‘집’일 뿐입니다. 결국, 이것은 인간 존엄성의 문제입니다”라는 글을 남겼죠.
이런 열악한 주거환경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24시간 운영하는 패스트푸드점을 전전하기도 하는데요.
오죽하면 홍콩에는 ‘맥 난민’이라는 말이 탄생할 정도로 맥도날드에서 잠을 청하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이 맥 난민 중 57%는 직업이, 71%는 집이 있었는데요.
그런데도 이들이 맥 난민을 자처하는 데는 유리창 하나 없는 집이거나 냉방 시설 사용료가 터무니없이 비싼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③ 쪽방 라이프, 단지 홍콩만의 문제 아냐
넉넉지 않은 경제 사정 때문에 할 수 없이 고시텔, 쪽방, 하숙 등 비좁은 거주 공간으로 내몰리는 것은 단지 홍콩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사람이 비현실적인 집값을 충당하지 못하고 아등바등 생활하고 있죠.
일용직, 독거노인, 노숙자 등 사회 최하류 취약계층은 기초 생계급여에서 절반가량을 쪽방 월세 비용으로 지불하고 살아갑니다.
쪽방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고시텔도 있는데요.
고시원, 원래 각종 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생활공간으로 붙여진 이름이었으나 지금은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이 몸을 누일 수 있는 마지막 공간으로 꼽히고 있죠.
보증금이 거의 없고 저렴한 월세 덕분에 직장인 그리고 학생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홍콩 사진작가 베니 램처럼 사진작가 심규동 씨도 우리나라의 열악한 주거 현장을 고발하는 작업을 벌였는데요.
그는 10개월간 신림동 고시원에 머물며 그곳의 좁은 복도와 벌집같이 다닥다닥 붙은 방들, 공동주방과 욕실, 화장실, 그리고 고시텔에 사는 사람들을 찍었습니다.
그의 사진들을 보면 ‘열심히 사는데 내 몸 하나 쉴 곳이 없다’는 말이 피부로 와닿는 기분인데요.
내 한 몸 편하게 뉠 수 있는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 그 최소한의 행복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 새삼 씁쓸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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