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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에 기업 여윳돈 넘쳐…고액 예금 1천조 육박

입력 2026-11-08 05: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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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원 초과 은행 예금 960조원, 역대 최대…상반기 90조원 넘게 불어


5대 은행 기업 달러예금 1년 새 44%↑…수출대금 유입 급증세 뚜렷




항공기에 탑재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채새롬 기자 = 올해 상반기 말 국내 은행에서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고액 예금 잔액이 총 1천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산업 수출 호조로 기업 실적이 대폭 개선되면서 이들 기업이 은행에 맡기는 여유 자금도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주요 시중은행의 기업 달러예금 잔액과 수출대금 관련 거래 등에서도 외화자금 유입이 확대되는 흐름이 뚜렷하게 관측됐다.


◇ 고액 예금 반년 새 10% 넘게 증가…전체 예금의 50% 넘어, 4년만


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예금은행의 저축성예금(정기예금, 정기적금, 기업자유예금, 저축예금) 중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한 계좌의 총예금은 960조1천150억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2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작년 말(868조4천800억원)보다 91조6천350억원(10.6%) 증가했고, 작년 6월 말(821조4천130억원)과 비교하면 138조7천20억원(16.9%) 늘었다.


10억원 초과 고액 예금 잔액은 2021년 6월 말 700조원, 2024년 말 800조원을 차례로 넘었고, 올해 들어 처음 900조원대를 기록하며 단숨에 1천조원 가까이 다가섰다.


잔액뿐 아니라 반기 기준 증가액도 역대 최대였다. 작년 하반기 증가율이 5.7%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증가 속도가 가파르게 빨라졌다.


고액 예금 계좌 수는 작년 말 10만좌에서 올해 6월 말 10만2천좌로 2천좌 늘어 역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6월 말 전체 저축성 예금에서 고액 예금이 차지하는 잔액 비중도 50.6%에 달해, 2022년 6월 말(50.6%) 이후 4년 만에 다시 절반을 넘어섰다.


예금 종류별로 보면, 10억원 초과 정기예금 잔액은 666조1천620억원으로, 작년 말(607조1천750억원)보다 58조9천870억원(9.7%) 증가했다.


법인과 개인사업자 등이 일시적인 여유자금을 맡기는 기업자유예금 잔액은 278조780억원으로, 30조4천690억원(12.3%) 불었다. 작년 상반기 2.4% 감소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10억원 초과 고액 계좌는 대부분 법인 계좌로 추정한다"며 "올해 상반기 기업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예금 잔액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고액 계좌 증가 폭이 예년보다 컸고, 잔액 기준 비중도 50%를 초과했다"며 "가계 예금은 잔액이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고 덧붙였다.


기업 여유자금 확대는 앞서 지난달 발표된 한은의 자금순환 통계에서도 확인됐다.


올해 2분기 비금융 법인기업의 순자금 운용액은 67조1천억원으로, 1분기(20조8천억원)보다 크게 늘어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9년 이후 역대 최대였다.


순자금 운용은 금융자산 운용액에서 차입 등 자금조달액을 뺀 것으로, 기업의 자금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기업의 금융기관 예치금 운용액도 1분기 17조8천억원에서 2분기 84조3천억원으로 늘었다. 한은은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기업 이익 증가를 배경으로 설명했다.


◇ 은행 통한 수출대금 유입 30%대 증가…기업 달러예금도 대폭 늘어


주요 시중은행의 수출대금 관련 거래 내역을 보면, 올해 들어 급속히 불어난 기업 여유자금 출처를 비교적 뚜렷하게 가늠할 수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올해 1∼10월 타발송금 취급액은 총 6천217억9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작년 1∼10월(4천779억9천만달러)보다 30.1%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매입외환(네고) 취급액 역시 1천70억1천만달러에서 1천407억2천만달러로 31.5% 증가했다.


올해 10월 한 달 동안의 네고 취급액은 202억4천만달러에 달해, 작년 동월(109억9천만달러)보다 84.2%, 전월(137억5천만달러)보다 47.1% 각각 급증했다.


타발송금은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온 송금을, 네고는 기업이 수출대금으로 받을 외화채권 등을 은행에 넘기고 대금을 먼저 받는 거래를 각각 의미한다. 기업의 수출대금 유입·회수 규모를 개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타발송금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올해 상반기 17.6%에서 7∼10월 48.2%로 대폭 높아진 점도 눈에 띈다. 하반기 들어 해외 자금 유입이 더욱 활발해진 셈이다.


5대 은행의 기업 달러예금 잔액은 올해 10월 말 기준 총 645억5천만달러로, 1년 전(448억2천만달러)보다 197억3천만달러(44.0%) 증가했다.


작년 말(532억743만달러)과 비교해도 21.3% 늘었다.


기업과 개인을 포함한 전체 달러예금 잔액이 지난 1년 동안 증가한 금액 가운데 기업 몫은 89.3%에 달했다.


기업 달러예금은 올해 6월 말 530억7천만달러에서 9월 말 699억달러로 석 달 새 31.7% 뛰었다. 10월 말에는 전월보다 7.7% 줄었지만, 6월 말과 비교하면 여전히 21.6% 많은 수준이다.


엔화예금 등을 합산한 기업 외화예수금 잔액 역시 올해 10월 말 기준 총 768억8천만달러로, 작년 10월 말(539억4천만달러)보다 42.5%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대기업의 수출대금 유입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유입된 달러를 즉시 원화로 환전하기보다 환율 흐름을 지켜보며 환전 시점을 조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해외 원자재 구매와 수입대금 결제, 해외투자 등에 대비한 외화 유동성 확보 수요도 더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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