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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톡스] 소수의 온기, 곳곳으로 퍼져야…국회가 길 터줘야 한다

입력 2026-11-02 13: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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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선임기자 = # 메모리 반도체가 주도하는 수출은 지금껏 본 적이 없는 숫자를 찍어내면서 성장률을 이끌었다.



한국은행은 올해 4분기 성장률이 1.4% 이상 나오면 연간 4% 성장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반도체가 이끈 성장의 이면에서 골목상권과 한계 차주(저소득·저신용 차주)들이 체감하는 실물경기는 아직 차갑다.


반도체 호황이 견인한 지표상 성장과 내수 부진이 빚어낸 체감형 불황이 공존하는 기형적 양극화, 이른바 'K자형 단절'이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회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특정 지역과 계층, 소수 기업에 성장의 기회와 성과가 집중되는 '소수의 성장'이 아니라 모든 지역과 모든 국민이 성장의 기회와 성과를 고르게 누리는 '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하는 K자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낡은 이분법적 논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공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내년 예산안 시정연설하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열린 11월 정기국회 제11차 본회의에서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6.11.2 [국회사진기자단] photo@yna.co.kr


#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한미 금리차와 환율 변동성, 부동산 집중에 따른 가계부채 위험 등의 숙제를 앞에 두고 있어 긴축 기조의 방향을 틀기 어렵다.


고금리 시대에는 자산가나 대기업보다 영세 자영업자와 한계기업, 서민의 고통이 훨씬 가혹하다.


현시점에서 통화정책과 공조해야 하는 한쪽 날개는 '정부의 재정'밖에 없다. 통화정책이 거시 건전성을 잡고, 재정은 반도체 호황으로 유입된 세수와 과실의 온기를 내수 곳곳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수출 대기업에 쏠린 성장의 온기를 사회 곳곳으로 순환시켜야 한다.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를 통해 골목상권의 매출 기반을 넓히고 내수를 덥혀야 한다. 무엇보다 한계 상황에 처한 서민과 소상공인의 고금리 대출 완화나 청년층 주거 안전판 강화와 같은 3대 민생 부문 지원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다. 이는 내수 부진을 방어하고, 취약계층의 채무불이행이 금융권 부실로 번지는 시스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어적 투자'다.


# 다만 재정의 역할이 무분별한 유동성 공급으로 이어져 한국은행의 물가와 환율, 가계부채 안정 노력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된다. 특히 수도권 집값 안정은 정부가 타협할 수 없는 당면 과제가 아닌가.


재정이 지나치게 풀리면 한국은행이 어렵게 막은 환율·금융·물가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게 되면 결국 고금리 시대가 더 길어지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또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시중 금리를 자극해 민간 투자를 더 위축시키고, 국가채무비율이 높아져 국가신인도도 나빠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재정 정책은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필요한 곳에 알뜰하게 투입해 파국을 막을 수 있도록 정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쓰러지기 직전인 한계 소상공인과 한계 차주의 원리금 부담을 덜어주거나,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이나 첨단 인프라 등 잠재성장률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을 선별해 자금을 투입하는 '치밀한 집행'이 요구된다.


'모두의 성장'은 단순한 정책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거시 안정을 지키는 통화 긴축과 사회 곳곳에 온기를 전달하는 재정의 집행이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국회가 물길을 열어줄 때, 비로소 반도체의 과실은 소수의 성장이 아닌 '모두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될 수 있다.


정치권이 불필요한 발목잡기로 성장의 그늘을 방치한다면 그 피해는 국민의 몫이다. 내년이면 외환위기 때 투입한 공적 자금도 모두 상환한다. 30년 만이다. 온기가 경제 생태계 전반으로 흐르면, 대한민국은 다시 힘차게 뛸 수 있다.


indi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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