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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옥 매각 안 되는 국유지…노조측 "400여명 옮기려 혈세 2천억 낭비" 적극 대응
긴급구호 골든타임·ODA 생태계 파행 우려 속 국토부 고심…'존치론' 우세

[코이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국토교통부가 11월 중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인 상황에서, 경기 성남시에 있는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의 지방이전 실효성을 두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기조 속에서 수도권 내 미이전 공공기관 전반에 대한 실태 조사와 시뮬레이션 작업이 다각도로 진행 중이지만, 외교부와 코이카 노동조합은 막대한 국고 손실과 국가 외교 인프라 마비 등을 근거로 반대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전 시 판교 테크노밸리와 맞닿은 4만9천500㎡(약 1만5천평) 규모의 알짜 국유재산 부지를 활용해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그러나 재이전 시 2천억원에 달하는 신규 재정 투입과 수도권 중심의 공적개발원조(ODA) 네트워크 약화 등 때문에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는 기조가 우세해 막판 국토부의 고심 속에서 최근 들어 존치 가능성에 한층 무게가 쏠린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400여명 옮기려 2천억?"…사옥 매각 불가능에 예산 낭비 논란
27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외교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검토의견서'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 3월 국토부에 코이카의 비수도권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공식 의견을 전달했다.
코이카 본부는 이미 2008년 정부 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서울 종로구 사옥을 국가에 기부채납하고 성남시로 이전했다. 당시 신청사 건축과 이전 비용으로 약 470억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코이카는 이후 10년 이상 정주 여건 개선과 시스템 안정화 등 조직 안정화를 위해 꾸준히 비용을 투입했다. 그러나 18년 만에 또다시 비수도권 재이전 대상 기관으로 거론되자 코이카 안팎이 뒤숭숭한 분위기다.
외교부는 코이카 재이전 시 청사 신축과 부지 조성, 건축 발주·설계·감리·시공 등에만 1천8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다. 정보화망 재구축비, 연수센터 숙박 기능 재설치비 등까지 포함하면 실제 투입 예산은 2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9월 말 경영공시 기준 코이카의 정원 620명(본부 444명, 해외사무소 176명) 중 본부 현원은 447명 수준이다. 이에 국내 본부 인력 400여명의 지방 이동을 위해 2천억원 이상의 국민 혈세를 투입하는 게 효율적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코이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코이카는 일반 공공기관과 달리 구조적·법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통상 공공기관은 기존 사옥과 부지를 매각해 지방이전 비용을 충당하지만, 코이카 본부 부지는 외교부 소유 국유재산을 무상 임차해 사용하는 구조라서 부지 매각을 통한 자체 재원 확보가 불가능하다.
이에 부지 매각을 통해 비용 충당도 안 되는 기관을 위해 2천억원에 달하는 국고를 쏟아붓는 것은 행정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단순한 사무용 건물 이전을 넘어 연수센터 등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는 복합 인프라의 마비도 커다란 걸림돌이다.
코이카는 성남 본부 청사(본부동·연수동·전시관 등 8개 동·3만529㎡)를 비롯해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원(코이카 소유), 강원도 영월 글로벌인재교육원(임차)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운영 중이다.
본부 지방이전 시 해외 연수생과 파견 단원들을 수용하는 연수·교육 인프라의 재배치 과정에서 연쇄적인 행정 처리의 어려움과 추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

(비두르[네팔]=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네팔 정부가 대홍수 당시 한국인 9명이 실종된 지역에 대한 도보 수색에 협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8일 네팔 트리슐리 군사기지에서 이규호 한국해외긴급구호대(KDRT) 대장과 대원들이 수색 및 구조활동을 마치고 복귀하고 있다. 2026.9.8 yatoya@yna.co.kr
◇ 외교 네트워크 마비·'72시간 골든타임' 위협 등 우려 제기
외교부는 이전 시 국가 외교 및 ODA 생태계의 실질적 붕괴도 우려한다.
코이카는 주무 부처인 외교부 본부를 비롯해 주한 외국공관(연 65회), 국제기구(연 33회)와의 상시 밀착 협력이 필수적이다.
세종 등 비수도권 이전 시 이들 기관과의 협의를 위한 왕복 이동 시간이 기존 1시간 40분에서 4시간 30분 이상으로 급증해 정상외교 연계 ODA 사업 기획 등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한다는 게 외교부의 판단이다.
해외 긴급구호대(KDRT)의 '72시간 골든타임' 위협도 거론된다.
최근 네팔 대홍수 사례처럼 해외긴급구호법상 코이카는 재난 발생 시 72시간 내 구호대를 급파하는 사무국 역할을 담당한다.
튀르키예 지진 사태 당시 매일 실무협의를 개최했던 것처럼 인천국제공항과 서울공항, 인천 물류창고와의 접근성은 국가 재난 대응 역량과 직결된다는 게 외교부의 입장이다.
ODA 파트너 생태계의 이탈도 지적된다.
ODA 참여 기업, NGO, 대학 등 핵심 파트너 기관의 83%(2025년 기준 638개 중 519개)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연간 4천명 이상의 개발도상국 고위 공무원과 연수생이 방한해 판교 인공지능(AI) 기업 및 K-컬처 인프라를 체험하고 있는 실정에서 수도권 이탈은 현 정부가 브랜드화한 'K-ODA'의 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송규영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노조위원장(가운데)이 지난 8월 6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맨 오른쪽)와 면담한 뒤 지방이전 반대 탄원 서명서를 전달하고 있다. 맨 왼쪽은 정정희 공공연맹 위원장. [코이카 노동조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코이카 노조, 1천295명 반대 서명 탄원서 전달 등 적극 대응
이 같은 상황에서 코이카 노조는 올해 초부터 꾸준히 전방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노조는 지난 8월 전 직원과 파트너 기관, 시민 등 1천295명이 동참한 '지방이전 반대 탄원 서명서'를 추미애 경기도지사에 전달하며 경기도 잔류 필요성을 강력히 설명했다.
이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김남준 의원과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한정애 의원을 비롯해 한준호·김주영·이기헌 의원 등 여당 의원들과 연달아 면담하며 코이카 지방이전 제외를 위한 국회 차원의 협조를 끌어냈다.
송규영 노조위원장은 "2008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도 코이카의 성남 입지 필요성을 인정했다"며 "2천억원 이상의 혈세를 들여 본부 인력 400여명을 옮기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서 투입 세금 대비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세금 낭비"라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가 외교부와 통일부를 오는 2031년까지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코이카 동반 이전론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개발협력계에서는 외교부가 세종으로 가더라도 인천공항·서울공항 접근성, 구호 물류창고, 83%의 ODA 파트너 생태계, 판교 첨단산업 연계성 등을 고려할 때 코이카까지 이전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말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판교 2천세대 주택 공급' 카드엔 교통난 등 한계…국토부 고심
국토부 입장에서 코이카 본부 인근은 포기하기 어려운 알짜 도심 부지다.
이전이 확정되면 용적률을 준주거·고밀 개발 수준으로 끌어올려 판교 테크노밸리 종사자와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2천세대 규모의 공공임대주택 단지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2천세대는 중소형 평형 배치를 고려할 때 건립할 수 있는 최대치다.
해당 지역은 철도망 등 교통 편의성이 떨어지고 대왕판교로 등 도로 정체가 극심한 지역이기 때문에 장기 교통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주택만 공급될 경우 심각한 교통 불편을 초래할 거라는 의견도 있다.
국토부도 시뮬레이션 등을 진행하며 막대한 이전 예산 충당 문제와 외교 역량 약화 등 현실적 한계를 고려해 막판까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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