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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거장 작품부터 대형 음악축제까지…호텔 자체가 관광지로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호텔·리조트업계가 세계적인 미술 거장의 작품을 전시하고 대형 음악 축제를 개최하는 등 문화예술 콘텐츠를 강화하면서 숙박시설을 넘어 하나의 관광지로 변신하고 있다.
과거 객실과 수영장, 식음료 시설 등 편의시설을 중심으로 경쟁하던 호텔들이 최근에는 미술관과 공연장, 문화체험 공간으로 영역을 넓히며 방문객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호텔에서 휴식을 즐기는 이른바 '호캉스'를 넘어 문화예술을 경험하기 위해 호텔을 찾도록 하는 것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랜드파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세계적 거장 작품이 호텔 로비에…미술관으로 변신하는 호텔
20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이랜드파크는 강원 고성군에 선보이는 100% 회원제 럭셔리 리조트 '그랜드 켄싱턴 설악비치'를 세계적인 미술 거장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예술 공간으로 꾸몄다.
이랜드파크는 리조트 전체를 갤러리로 조성한 '현대미술 거장전'을 진행하고 있다.
별도의 독립 전시장뿐 아니라 로비와 레스토랑 등 고객이 이동하는 주요 동선에 작품을 배치해 리조트에 머무는 동안 자연스럽게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메인 로비에는 프랑스 출신 조각가 니키 드 생팔의 대표작이 전시돼 있으며, 카렐 아펠과 살바도르 달리 등 20세기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도 리조트 곳곳에 설치됐다.
100% 회원제로 운영되는 리조트의 특성을 살려 혼잡한 전시장과 달리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랜드파크는 향후 이랜드뮤지엄이 30년 넘게 수집해 온 소장품을 활용한 후속 전시도 선보이며 리조트를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서울신라호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신라호텔도 로비와 아케이드, 23층 로툰다 등 호텔 곳곳에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로비에는 박선기 작가가 은하수를 형상화한 대규모 작품 '조합체'와 이배 작가의 '붓질' 시리즈가 전시돼 있다. 세계적인 미술 행사 '프리즈 서울 2026'을 기념해 이배와 박선기 작가의 작품이 내년 9월 초까지 전시된다.
신라스테이는 작품 감상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예술가의 창작 과정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호텔 객실을 신진 작가의 작업 공간으로 제공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시 위드 신라스테이'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2023년부터 이어온 이 프로그램은 올해 8∼11월 신라스테이 광화문에서 진행되며 작가와의 대화, 창작 체험, 작업실 공개 등 참여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롯데호텔앤리조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롯데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호텔들도 미술 전시를 통해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시그니엘 서울은 내년 2월 17일까지 우손갤러리와 협업해 한국 현대회화 작가 권오봉의 기획 전시를 진행한다.
호텔 주요 공용공간과 레스토랑 등에 권 작가의 대표작 6점을 선보인다.
롯데호텔 제주는 지난 7월 호텔 1층 야외 산책로에 갤러리 '블루아트'를 개장했다.
블루아트는 '국제블루아트페어'가 운영하는 문화 공간으로, 국내외 작가 약 10명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투숙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최상급 호텔인 조선 팰리스는 아예 호텔에 전시된 미술품을 전문적인 해설과 함께 감상하는 '시그니처 아트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호텔 곳곳에 전시된 국내외 현대미술 작품 약 400점 가운데 10여점을 선정해 담당 직원이 설명하는 프로그램이다.
투숙객들은 다니엘 아샴과 요한 크레텐, 김지원, 정해나 등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 호텔이 음악 축제의 무대로…공연·체험 콘텐츠도 확대
호텔을 공연장으로 활용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인천 영종도의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에서는 올해 5월부터 10월까지 서로 다른 음악적 특색을 지닌 대형 페스티벌 4개가 개최됐다.
5월 '아시안 팝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7월 '원 유니버스 페스티벌', 9월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이달엔 한일 음악 축제 'XMF'가 잇따라 열렸다.
이들 행사에는 김창완과 일본의 오누키 타에코, 영국의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과 디 엑스엑스, YB, 장범준 등 국내외 유명 음악가들이 참여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컬처파크와 스튜디오 파라다이스, 클럽 크로마, 라이브 음악 라운지 등 복합리조트의 다양한 시설을 공연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방문객들은 공연을 관람하면서 호텔의 식음료와 오락시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자연환경과 호텔이 축적한 역사적 자산을 문화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2023년부터 아차산 숲속 야외 공간인 포레스트 파크에서 음악 공연을 개최해 왔으며, 올해 5월과 6월에는 재즈 오케스트라 공연과 야외 식사를 결합한 '숲 속 콘서트: 재즈 피크닉'을 선보였다.

[워커힐호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7월에는 비스타 워커힐 서울 로비에 호텔의 63년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워커힐 스토리 라운지'를 개장했다.
이곳에서는 워커힐이 1963년 대한민국 최초의 리조트형 호텔로 개관한 당시 설계 도면과 과거 워커힐 쇼의 공연 자료, 호텔 식문화 변천사 등을 6개 주제 공간에서 살펴볼 수 있다.
호텔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서울신라호텔도 추석 연휴 기간 영빈관에서 국악과 현대음악을 결합한 공연과 만찬을 선보였다.
밴드 두번째달과 소리꾼 오단해, 유태평양, 김준수 등이 참여한 공연으로, 한국 전통 건축공간에서 국악과 음식을 함께 즐기도록 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객실과 부대시설이 호텔 선택의 주요 기준이었다면 최근엔 호텔에서 어떤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지도 중요해지고 있다"며 "미술 전시와 공연 등 차별화된 문화예술 콘텐츠를 통해 호텔 자체를 하나의 관광 목적지로 만드는 시도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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