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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톡스] 쪼개기 상장, 태평양 건너 월가로 가나

입력 2026-10-19 13: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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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선임기자 = # "(기업을) 숨겨두지 말고 주식시장으로 나와서 국민에게 공개하라."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불과 50여년 전만 해도 무늬만 주식시장이었다. 1972년 한국 증시 내 상장사는 고작 60여 개 안팎에 불과했다. 당시만 해도 기업 총수들은 주식을 공개(상장)하면 경영권을 빼앗기는 것으로 생각해 가족 중심의 폐쇄적 족벌 경영을 고집하며 상장을 꺼렸다.



기업들이 언제까지 은행 대출이나 외채에 의존해 성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박정희 정부는 1974년 국민의 저축을 기업 투자 자본으로 연결하는 '주식의 대중화'를 위해 대통령 특별 지시로 상장 명령을 내렸다. 대상 기업이 상장을 거부하면 은행 대출을 회수하고, 대주주와 기업에 법인세 중과나 엄격한 세무조사 칼날을 들이댔다. 반면 상장 기업에는 대폭적인 세제 감면 혜택을 줬다. 1975년 한국 대표 그룹 핵심 기업들이 무더기로 증시에 입성했다. 상장사 수는 1972년 60여 개에서 1978년 350여 개로 늘어 한국 자본시장의 틀이 잡혔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일부 오너와 2∼3세, 사모펀드 중에서는 상장사 주주들의 목소리를 경영 간섭으로 치부하면서 상장 폐지를 검토하는 곳이 종종 있다.







# 최근 자본시장에서는 상장이 부를 확대하는 수단으로 여겨지면서 상장이 늘고 있다. 특히 사업부를 물적으로 나눠(물적 분할) 별도로 상장하거나,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를 연쇄 상장하는 쪼개기 또는 중복 상장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런 방식이 일반주주나 회사 자금으로 계열사나 자회사를 키우고 늘리고서 그룹 시가총액을 뻥튀기하거나 지배주주(모회사 또는 총수)의 지분 가치를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카카오식 문어발 상장이 대표적이다. 많은 대기업그룹이 활용해온 중복상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할인)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 체계의 문어발 확장을 막기 위해 증손회사의 경우 3단 상장만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한은 해외 계열사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해 키운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추진을 놓고 증시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는 세계 유례없는 '5단 중복상장'으로 불린다. SK 관점에서 SK하이닉스는 '손자'에 해당하고 중간법인을 거쳐 설립된 솔리다임은 손자의 손자, 즉 고손(4대손) 기업이다.


문제는 한 가지 더 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10조원을 투입해 인수한 이후에도 자체 자금과 차입 등 적자 수혈을 통해 키운 기업이다.


더구나 솔리다임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상장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최상위 지주사 SK와 SK텔레콤 등 계열사들과 핵심 내부자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사모펀드가 중간지주사(AI컴퍼니)에 추가 출자를 하거나 할인 가격에 투자자로 진입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즉 솔리다임이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면 지분가치 상승분 중 상당량이 그동안 투자를 감내해온 SK하이닉스의 주주들이 아닌, SK와 계열사, 경영자 측근 내부자 펀드 등으로 분산·이전되는 효과를 낳게 된다.







우리 자본시장에서 증시 상장은 사적 기업이 공공의 시장으로 나와 성장의 과실을 국민과 나누는 약속이다. 그러나 최근의 중복상장을 보면 이미 상장된 기업의 핵심 사업을 쪼개 상장시켜 기존 모회사 주주의 몫을 빼앗거나, 밑단의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고 차려놓은 밥상에 총수와 지주회사가 숟가락을 얹는 행위로 변질했다.


하이닉스 주식을 한 주라도 보유하고 있다면 어떤 주주가 잘했다고 박수칠 수 있겠는가. 하이닉스 투자의 회수는 기업의 성장을 믿고 함께 버틴 기업과 주주들의 몫이다. 주주들을 비용 조달 창구로만 취급하는 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오명은 월가에서도 씻기 어려울 것이다.


indi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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