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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발생 지역 방문 꺼리는 시민들…유동인구 감소에 자영업자 한숨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전날 인천 대형 상업시설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14일 인천 남동구 다중 이용시설에서 경찰이 순찰하고 있다. 2026.10.14 soonseok02@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채린 기자 = "자주 가던 곳인데 핏자국이 선명한 사진을 보고 나니 무서워서 외출을 삼가고 있습니다"
인천에 거주하는 이모(63)씨는 최근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장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평소 자주 방문하던 곳에서 강력 사건이 발생하자 외출 자체가 두려워졌다는 것이다.
1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에서 흉기 사건이 발생한 후 시민들 사이에서는 해당 지역 방문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강력 범죄가 발생한 지역에 대한 불안감이 방문 기피로 이어지면서 방문객 유입에 의존하는 지역 상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건이 발생한 건물 내 영화관에 분기마다 한 번꼴로 방문했다는 최모(29)씨는 "사건이 일어난 뒤 해당 건물에서 잡혀 있던 약속 장소를 다른 곳으로 바꿨다"며 "익숙한 곳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당분간은 갈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 미추홀구에 거주하는 안모(28)씨 또한 "해당 건물에서 장을 보거나 영화를 보곤 했는데, 사건이 일어나고 나니 괜히 방문하기가 찝찝하고 무섭다"고 전했다.
이번 흉기난동범을 제압한 용감한 시민들이 해당 상가의 쌈밥집 사장, 우동집 사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돈쭐'(돈으로 혼쭐)을 내러 더 많이 방문하자는 움직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상가 방문이 줄어든 상태라고 한다.

(인천=연합뉴스) 황정환 기자 = 지난 13일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인천시 남동구 대형 상업시설에 입점한 2층 식당가가 이튿날인 14일 오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6.10.14 hwan@yna.co.kr
이 같은 방문 기피는 사건 발생 지역의 상권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23년 7월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는 사건 이후 유동인구가 줄고 폐업 식당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림동 유동인구는 2023년 2분기 18만7천423명에서 사건이 발생한 3분기 18만1천396명으로 줄었다.
외식업 폐업률은 같은 기간 2.9%에서 4.5%로 늘었으며, 4분기에는 6.1%까지 치솟았다.
같은 해 8월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서현역 일대에서도 폐업률이 증가했다. 사건이 발생한 2023년 3분기 서현1동의 음식업 폐업률은 4.9%로 2분기의 3.1% 수준을 웃돌았다. 4분기는 3.5%를 기록했다.
1992년께부터 신림동의 명소로 여겨진 '순대타운' 상인들은 사건 후 3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매출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순대타운에서 13년째 장사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흉기난동 이후로 손님 발길이 끊겼고, 지금까지도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며 "어제는 손님이 여섯 팀밖에 오지 않아 하루 동안 12만원을 겨우 벌었다"고 말했다.
한때 건물 4층까지 식당이 들어섰던 순대타운은 현재 3층까지만 운영되고 있다.
그마저도 일부 점포가 비어 있는 상황이다.
이 상인은 "옛날에는 장사하고 싶어도 자리가 없어 못 들어왔는데, 이제는 한 번 나가면 다시 채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21일 오후 2시7분께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오후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2023.7.21 ysc@yna.co.kr
사건 당시 신림동 인근에 살았던 윤모(27)씨는 "친구와 순대타운을 자주 찾았지만 사건 이후로는 신림역 주변 자체를 안 가게 됐다"며 "몇 달 뒤에 보니 단골이었던 백순대 식당은 아예 장사를 접은 상태였다"고 했다.
사건 여파가 상권을 넘어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도 있다.
당시 서울대입구역에 살았다는 한 학생은 "사건 발생 1년 뒤 관악구 일대에서 방을 구했는데, 신림역 주변 매물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것을 기억한다"며 당시 전세 매물 씨가 마르고 월세가 10만원 이상 치솟는 상황이었는데도 신림역은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쌌다"고 전했다.

(성남=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소재 대형 백화점에서 시민 대상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 경찰특공대가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2023.8.3 xanadu@yna.co.kr
강력 사건이 발생한 지역 방문을 기피하는 현상은 경찰의 실종신고 허위 종결 논란이 불거졌던 제주도에서도 나타났다.
당시 안전한 여행지라는 제주도의 이미지가 흔들리면서 관광객들이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해당 사건이 알려진 다음 달인 지난 9월 제주 관광객 수는 114만3천명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만9천명 감소했다.
외국인은 3만9천명이 늘었지만, 내국인 관광객이 7만8천명이나 줄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 이미지 개선과 상권 회복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범죄 장면을 뉴스나 온라인으로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니 시민들이 해당 장소를 떠올릴 때마다 범죄를 연상하게 되고, 방문을 꺼리게 된다"며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지자체가 나서 간판을 바꾸거나 인테리어 개선을 지원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오가는 사람이 줄어들면 지역 분위기는 더욱 무섭게 느껴질 수 있다"며 "지역 축제나 먹자거리 이벤트를 열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lyn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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