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미국의 정치 이벤트에 맞춰서 서둘러 결정할 사안 아냐
신뢰 바탕 접점 찾아야…섣부른 결정 뒷감당 어려울 수도

[현대글로비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 투자 참여 문제가 확정된 것처럼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나섰다. 그는 '거래의 기술'을 적용한 것이겠지만, 한국 정부에는 극복할 과제로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이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에 500억 달러(약 67조원)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이는 양국 무역·투자 합의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중간선거가 20일가량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동맹국을 포함해 주요국을 대상으로 밀어붙인 무역 관세 정책의 성과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동맹국 의사를 무시하면서까지 치적을 알리려 나서는 것은 녹록지 않은 선거 판도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국 정부는 수차례 '검토 단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알래스카 북부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약 1천300㎞의 파이프 라인(가스관)을 통해 운송한 뒤 수출하는 LNG 프로젝트는 미국 기업들도 관심을 갖다가 사업성이 낮다며 손을 뗐다. 어쩌면 '위험의 외주화'가 될지도 모른다.
정부는 미국이 요구한 텍사스발전소 투자에 비해 '상업적 합리성'을 충족하기 어려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면밀한 검토에 들어갔다. 중동 전쟁 이후에는 중동산 LNG 도입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에너지 구입 다변화라는 전략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가스관 건설, 구매계약 확보, 공동사업 방식, 투자금 회수, 연관산업 파급 효과 등 경제적 상업적 타당성을 충족하는지를 판단해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포인트가 수두룩하게 남아있다.

먼저 건설비가 터무니없이 높다는 점이다. 미국의 LNG 프로젝트들은 일반적으로 건설비가 100만t당 평균 10억 달러에 못 미치는데, 알래스카 LNG는 22억~27억 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알래스카 현지 매체는 미 멕시코만에서 생산되는 LNG에 비해 2배에 달할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건설 자재비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여름철 기온도 영하로 내려가는 북극권 근처의 동토라서 작업이 가능한 계절도 짧다는 것이다. 미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 현지 인력 수급이 훨씬 어려운 점도 비용 상승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과는 달리 양국 협의는 아직 커다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라는 정치 이벤트에 맞추기 위해 꼼꼼하게 살피지도 않고 서둘러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에너지 프로젝트는 잠재 리스크가 크기 마련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미국과의 전반적인 통상외교나 북핵 공조를 비롯한 안보외교 측면을 모두 고려할 수밖에 없다. 수십년에 걸쳐 진행될 수 있는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섣불리 결정했다가는 뒷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한미 동맹으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독립적인 경제성 평가를 거쳐 투자 수익률을 검증해야 한다. 건설비 초과, 공사 지연, 수요 부족에 따른 손실을 한국이 일방적으로 떠안지 않도록 계약 조건을 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방한한 카멀라 해리스 전 미국 부통령도 서울에서 가진 강연에서 대미 투자와 관련해 "(미국의) 위협의 결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신뢰 관계는 상호적이어야 하고, 상호성은 동맹을 포함해 의미 있는 모든 관계에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미국의 압박을 넘어서야 한다. 외교적 난관을 미래의 고통과 맞바꿔서는 안 된다.
hsh@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