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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DA 현장]⑩ '원조 넘어 상생'…신흥 시장 영토 넓히는 한국 기업(끝)

입력 2026-10-15 08: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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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지원 넘어 기후·테크 비즈니스로…코이카 프로그램으로 뚫은 신시장


캄보디아 '전기 오토바이'부터 베트남 '기후테크'·케냐 '일자리' 등 다양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 교체하는 캄보디아 배달 라이더들

(프놈펜=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9월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시내에서 기후테크 기업 베리워즈와 협력하는 배달 플랫폼 '푸드판다' 라이더들이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을 활용해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를 교체하고 있다. 2026.10.15 raphael@yna.co.kr


(나이로비·키갈리·하노이·프놈펜=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대한민국 공적개발원조(ODA) 패러다임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 인프라 건설 중심의 일방적 지원을 넘어, 한국의 혁신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개발도상국의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상생형 비즈니스'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의 기업협력사업인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TS)과 포용적 비즈니스 프로그램(IBS)은 우리 기업들이 아프리카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는 마중물이 되고 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지닌 스타트업의 현지 검증을 돕는 CTS와, 중견·대기업 및 사회적기업이 대규모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도록 지원하는 IBS는 각각 규모와 단계에 맞춰 기업들의 현지 안착을 입체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취재진은 지난 8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약 2주 동안 케냐, 르완다, 베트남, 캄보디아 등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의 신흥국과 개도국) 중점협력국 4개국 현장에서 원조를 비즈니스로 변화시킨 한국 기업들의 활약상을 심층 취재했다.




프놈펜 시내서 배달 앱 주문 확인하는 현지 라이더들

(프놈펜=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시내의 한 식당 앞에서 배달 라이더들이 휴대전화로 들어오는 배달 앱 주문을 확인하고 있다. 2026.10.15 raphael@yna.co.kr


◇ 캄보디아 탄소중립 선도 '베리워즈'…라이더 유지비 3분의 1로


캄보디아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혁신 사례는 IBS로 진출한 기후테크 기업 '베리워즈'다.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내연기관 오토바이를 대체하기 위해 현지에 조립 공장을 세우고 배터리 교환(스와핑) 방식의 'E-모빌리티' 사업을 펼치고 있다.


프놈펜 시내 주요 거점에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을 구축한 베리워즈는 배달 플랫폼 '푸드판다'와 협력해 E-모빌리티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지난 9월 12일(현지시간) 취재진이 만난 배달 라이더들은 전기 오토바이의 경제성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라이더들은 "유지비가 크게 절감되고 충전 대기 시간 없이 즉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어 실질적인 소득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2년 경력의 한 라이더는 "하루에 배터리를 3번 교환하며 80km 이상을 거뜬히 주행한다"고 말했고, 6년 경력의 또 다른 라이더는 "내연기관을 탈 때는 한 달에 기름값과 수리비로 150달러 이상을 썼지만, 지금은 50달러 정도만 든다"고 전했다.


김성우 대표와 천만종 법인장은 전기 오토바이 판매를 넘어, 캄보디아에 자생적인 탄소중립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오토바이 운행으로 줄어든 온실가스를 탄소배출권으로 확보해 추가 수익을 내는 친환경 비즈니스 구조도 만들고 있다.




캄보디아 'E-모빌리티 사업' 지원하는 현지 협력 파트너들

(프놈펜=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베리워즈의 'E-모빌리티 사업' 현지 협력 파트너들. 왼쪽부터 킴학 춘 캄보디아 푸드판다 관리팀장, 강주석 우리은행 캄보디아법인장, 속팔쿤 아웃 에너지랩 정책 담당 매니저, 숨 티 캄보디아 환경부 정책전략총국장. 2026.10.15 raphael@yna.co.kr


베리워즈의 안착에는 다각적인 파트너십이 큰 역할을 했다. 우리은행 캄보디아법인(법인장 강주석)은 든든한 금융 파트너로 나서 실시간 결제 인프라를 지원하고, 법인 직원들의 업무용으로 베리워즈의 전기 오토바이 23대를 도입하며 힘을 보탰다.


재생에너지 비정부기구(NGO) '에너지랩'과의 긴밀한 협력, 캄보디아 환경부의 적극적인 지지와 제도적 지원 약속 등은 사업 확장의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 숨 티 환경부 정책전략총국장은 "인센티브 확대 등 다각적인 지원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IBS를 통한 교육·IT 분야 투자도 활발하다. LG전자와 굿네이버스는 프놈펜 등 3개 지역의 직업훈련원 시설과 기자재를 개선하고 취약계층 장학생을 지원하며 현지 청소년들을 전문 산업인력으로 길러내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 전문 기업 '에이아이웍스'는 베트남에서의 IBS 경험을 토대로 크메르어 기반 AI 학습데이터 구축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지 언어에 특화된 AI 인프라를 조성하면서 청년층의 디지털 분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베트남 메콩강 삼각주서 시범 운항하는 한국형 전기 보트

(하노이=연합뉴스) 베트남 껀터 메콩강 유역에서 현지 어민들이 파로스마린이 보급한 친환경 전기 모터 보트를 시범 운항하고 있다. [코이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메콩강 '전기보트'부터 '탄소·AI'까지…베트남 뚫은 한국 기술


베트남 메콩강 삼각주 지역에서는 CTS를 통해 파로스마린이 노후 내연기관 보트를 전기 모터 보트로 바꾸는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어민들의 유류비 부담을 크게 덜어줘 호응을 끌어내면서 기술보증기금 등에서 5억원 투자 유치 성과도 거뒀다.


이슬기 파로스마린 대표는 "코이카 지원 사업 후에도 어민들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자생적 시장을 만들어 현지 진출 교두보로 삼을 것"이라며 "제품 유통권 부여, 전기 충전망 구축 등을 위해 현지 조선소·스타트업 등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CTS에 참여 중인 또 다른 스타트업 식스티헤르츠는 베트남 현지 발전소의 발전량 확인부터 인증서 발급까지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소프트웨어 기반 인증 시스템 'GNR'을 개발해 현지 탄소 거래 시장의 자생력을 키우고 있다.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는 "GNR을 통해 베트남 태양광 발전소 5곳의 인증과 글로벌 RE100(재생에너지 100%) 기업의 실적 반영까지 마쳤다"며 "향후 전력 생산·소비 시간을 정밀하게 맞추는 '시간 단위 인증' 확대 시에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CTS 참여 기업 '비노우'는 소의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는 AI 기반 '라이브카우' 솔루션으로 베트남 축산 농가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고, 비상교육은 IBS를 통해 AI 에듀테크 플랫폼 '올비아 CL'을 현지 중·고등학교에 보급하고 있다.




베트남 지뢰 피해자 돕는 3D 의수족과 소득 늘리는 영지버섯

(하노이=연합뉴스) 사회적기업 '공생' 관계자가 베트남 지뢰 피해 생존자에게 3D 스캐닝·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맞춤형 의수족을 착용시켜 주는 모습(왼쪽)과 한-베 과학기술연구원(VKIST)의 기술 지원으로 영지버섯 시범 재배에 성공한 현지 농민. [코이카 및 베트남 농업환경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지뢰 피해자에 '3D 의수'·농가엔 '영지버섯'…맞춤형 모델 눈길


코이카의 대표 창업 지원 프로그램(IBS·CTS) 외에도, 베트남 현지에서는 한국의 혁신 기술과 다양한 ODA 자산을 연계한 맞춤형 포용 협력이 곳곳에서 작동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공생은 후에 등 중부 지역에서 3차원(3D) 스캐닝과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지뢰·불발탄 피해 생존자들에게 맞춤형 의수족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의 첨단 기술이 지뢰 피해자들의 생업 복귀에 큰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공생은 획일적인 의수족 보급에서 벗어나, 물건 들기나 농작업 등 개인별 신체 조건과 생업 수요를 정밀하게 반영한 기능성 의수족을 설계해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일상 회복과 사회 참여를 돕고 있다.


한-베 과학기술연구원(VKIST)은 후에 등 지역에 고부가가치 특용작물인 영지버섯 시범 생산 모델을 구축했다. 코이카 지원으로 설립된 연구원의 전문역량을 활용한 방식이다.


토양·용수 안전성 분석, 재배 기술 교육, 품질 관리 등 체계적인 방식으로 한국 ODA 역량을 집중해 현지 농가의 시장 경쟁력과 소득 증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아프리카에 'K-뷰티' ODA 상생 모델 추진하는 사나그룹 부자

(나이로비=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아프리카의 가발왕' 최영철 사나그룹 회장(왼쪽)과 장남 최용석 사나그룹 대표가 지난 9월 5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의 에인절스 뷰티 트레이닝 센터 사무실에서 'K-뷰티' ODA 확장 구상을 논의하고 있다. 2026.10.15 raphael@yna.co.kr


◇ 케냐 '사나그룹' K-뷰티부터 르완다 ICT까지…자립 지형 변화


'아프리카의 가발왕'으로 통하는 최영철 사나그룹 회장은 1989년 케냐에 회사를 설립한 이래 동아프리카 가발 시장의 70%를 석권하며 사나그룹을 케냐 8대 기업 반열에 올린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사나그룹은 국내 법인 동아화이바와 손잡고 가발의 핵심 재료인 인조 머리카락(원사)을 직접 생산하며 안정적인 제조 기반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10개국에서 1만여명의 고용을 창출해 왔다.


이러한 탄탄한 민간 역량은 ODA와 결합해 아프리카 청년들의 자립을 돕는 새로운 상생 모델로 확장되고 있다. 최 회장의 장남인 최용석 사나그룹 대표는 코이카의 IBS를 통해 최근 나이로비에 종합 미용 서비스 교육·창업 거점의 문을 열었다.




케냐 나이로비에 문 연 K-뷰티 거점 '에인절스 뷰티 트레이닝 센터'

(나이로비=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9월 5일(현지시간)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IBS 사업을 통해 케냐 나이로비에 준공된 사나그룹의 '에인절스 뷰티 트레이닝 센터' 전경. 현지 여성과 청년들의 미용 기술 교육 및 창업 거점으로 활용된다. 2026.10.15 raphael@yna.co.kr


취재진이 지난 9월 5일 찾은 '에인절스 뷰티 트레이닝 센터'는 건물 준공에 이어 내부 인테리어까지 마무리돼 사실상 완공 상태였다. 한국의 우수한 K-뷰티 시스템을 구현할 미용 장비들도 속속 반입돼 배치를 앞두고 있었다.


최용석 대표는 "미용 기술 전수에만 그치지 않고, 창업을 위한 임대 부스와 실질적인 판로 연계 시스템까지 함께 구축할 것"이라며 "현지 여성과 청년들이 스스로 삶의 터전을 일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자생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센터는 헤어 드레싱과 가발 제작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K-뷰티 스킨케어 및 헤드스파 등 실무 적합형 교육을 운영해 현지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케냐 낙농가 가뭄 뚫은 한국의 TMF 발효사료 기술

(냔다루아=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9월 4일(현지시간) 케냐 냔다루아의 청운바이오텍 작업장에서 이은성 대표(맨 오른쪽)와 현지 직원들이 미생물 발효사료(TMF) 배합기 설비를 활용해 사료 배합 작업을 하고 있다. 2026.10.15 raphael@yna.co.kr


가뭄 속 낙농업 자립을 이끈 청운바이오텍의 미생물 발효사료(TMF) 기술, AI 기반 스타트업 바딧의 스마트 가축 헬스케어 기술 등 CTS 성과도 케냐 현장에서 탄탄한 뿌리를 내리며 도시로 떠나려던 청년들을 고향으로 다시 불러 모으고 있다.


인근 르완다에선 현지 청년 ICT 스타트업 인큐베이팅과 혁신 센터 운영을 맡은 솔루텍시스템의 IBS를 비롯해, 모바일 토양 분석 솔루션의 '랩스디'와 드론 기반 3D 매핑 플랫폼의 '엔젤스윙' 등 CTS 스타트업이 녹색·디지털 자립 지형을 다지고 있다.


이처럼 개도국 원조는 일방적인 지원이 아니라, 한국 기업의 혁신 솔루션과 현장의 수요가 맞물려 신흥 시장으로 나가는 지속 가능한 상생형 K-ODA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곳곳에서 증명되고 있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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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5 08: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