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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9일 오전 강원 인제군 서화면 향로봉(해발 1천296m) 일대 능선이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물들어 있다. 2026.10.9 conanys@yna.co.kr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선임기자 = #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서울에서 강원도 속초로 향하는 여정은 모험 그 자체였다. 44번 국도를 타고 홍천과 인제를 거쳐 굽이굽이 56굽이를 돌아 해발 826m의 미시령 옛길을 넘어야 했다. 주행 거리는 300km에 육박했고, 꼬불꼬불 길을 다 통과하기까지 긴장감을 생각하면, 큰마음 먹지 않고는 엄두를 내기 힘든 험로였다.
세월이 흘러 미시령관통터널이 뚫리고, 백두대간을 11km 길이의 인제양양터널로 가로지르는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거리는 150∼180km대로 줄었다. 주말에도 새벽에 출발하면 2시간 안팎에 속초 동해와 세계적인 명산 설악산에 갈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10일 흔들바위 쉼터에서 쉬고 있는 관광객.
# 그러나 단풍철 연휴나 주말만 되면 서울에서 속초까지 4∼6시간이 걸리는 현실은 20년 전 미시령 꼬불꼬불 고개를 넘던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물리적 거리가 단축되고 도로는 넓어졌지만 정체가 오히려 심화하는 현상, 교통경제학에서 말하는 유발 수요(Induced Demand)와 브레스의 역설(Braess's Paradox)이 강원도 축선에서 증명된 셈이다. 유발교통수요는 도로 용량 확대로 일시적으로 소통은 개선되지만, 새로운 통행이 발생해 결국 교통량이 다시 늘어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속초와 양양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주말 생활권'이 되면서 연휴나 주말에 엄청난 차량이 일제히 나오면서 고속도로가 막힌 것이다.
이번 한글날 연휴 내내 강원지역 유명산과 축제장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11일 오후 기준 단풍이 저지대 대피소까지 내려온 설악산에는 연휴 사흘간 8만명 넘게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동의 고통이 커질수록 체류 시간과 소비는 줄어든 게 마련이다. 고속도로 위에서 4∼6시간을 버리고 도착한 관광객은 유명 해변이나 카페, 맛집만 들렀다가 떠나기 바쁘다. 체험형 관광 콘텐츠와 수송 대책이 부족하다 보니 고속도로 외에도 유명 맛집에서 식사 한 끼를 할 때도, 주차와 수송 대란을 견디고 설악산 소공원까지 진입하기까지도, 전통시장에 갈 때도 최대 1시간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10일 오전 설악산 소공원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관광객들
# 아스팔트를 더 깔고 터널을 더 뚫는 공급 중심의 해법으로는 병목을 해결할 수 없다.
대중교통 거점 환승이나 정교한 수요 분산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자가용을 몰고 동해안 도심 한복판까지 직접 진입하는 것보다 KTX 거점 역과 고속버스터미널을 허브로 삼는 여행은 어떤가. 외곽에 공유 차량(카셰어링)이나 렌터카를 배치하고, 주요 관광 명소와 원도심을 잇는 순환형 버스 체계를 확충하는 것이다. 차 없이 가도 현지에서 이동이 더 빠르고 편하다는 경험이 확산하도록 해야 한다.
또 피크 시즌에는 고속도로 나들목(IC) 인근이나 도심 외곽에 환승 주차장을 마련하고, 전용 차로를 달리는 셔틀버스를 통해 관광객을 도심과 해변으로 수송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동선과 시간대를 쪼개는 수요 분산을 위한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특정 해변에 쏠린 인파를 다른 해변이나 숲길, 호수 등으로 분산할 수 있도록 여러 관광지를 개발해 관광객의 물리적 이동 면적을 넓혀야 한다.
피크 시간대 고속도로 혼잡통행료를 받거나 한가한 시간대 통행료 감면 혜택을 주거나 대중교통 이용객 대상 지역화폐 캐시백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어떤가.
길을 닦아 이동 거리를 줄이는 1차원적인 토목 개발은 경제효과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대중교통으로 관광객을 실어 나르고 현지에서 흩어지게 만드는 유연한 설계가 절실하다. 도로 위에서 버리는 대여섯 시간을 지역 골목에서 걷고 즐기는 시간으로 바꾼다면 강원도 관광과 지역경제는 지속 가능한 활력을 갖게 될 것이다.
indi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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