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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단속에 832곳 중 663곳 폐쇄…"감금 피해자 2만2천여명 구출해 송환"
한국인 연루 스캠 단지 '골든 갤럭시 카지노&호텔' 내부, 쓰레기만 남아

[촬영 정지수]
(프레이벵·스바이리엥·칸달·프놈펜[캄보디아]=연합뉴스) 정지수 기자 =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경고문이 붙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한바탕 태풍이 쓸고간 것처럼 어지럽게 널린 빈 휴대전화 상자와 위조지폐가 굴러다녔고, 먹다 남은 음료수 캔, 과자, 음식 등은 바닥에 방치된 채 썩고 있었다.
단속을 앞두고 자리를 뜬 조직원들의 급박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풍경이다.
이곳은 지난 21일 찾은 캄보디아 스바이리엥주의 한 대규모 스캠(사기) 단지 '레전드 이노베이션 주식회사'(Legend Innovation Co.Ltd) 건물.
수도 프놈펜에서 차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곳에는 보이스피싱·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등 범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캄보디아 정부는 프놈펜에서 23∼24일 이틀간 열린 '온라인 스캠 근절 국제회의'를 앞두고 연합뉴스 등 17개국 취재진에 폐쇄된 범죄단지 현장을 공개했다.
올해 8월까지 1년 1개월간 캄보디아 내 832곳의 범죄단지를 조사해 이중 663곳을 폐쇄하고, 2만2천명이 넘는 감금 피해자를 구출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지난해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고문을 당한 후 살해된 20대 한국인 대학생 사건이 국내외 파장을 불러오고, 캄보디아 국가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끼치자 현지 정부는 스캠 조직에 대한 대규모 소탕 작전에 나서기 시작했다.

[촬영 정지수]
캄보디아 스캠센터 내부 휴대전화 거치대 동영상[http://yna.kr/AKR20260923100600004]
반년가량 봉쇄돼 있어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는 건물 내 사무실 한쪽 벽에는 1번부터 30번까지 번호가 매겨진 휴대전화 거치대가 걸려있었다. 키보드와 마우스 등 전자기기도 먼지와 쓰레기 속에 마구 흩어져있었다.
칸막이 책상이 빼곡히 놓인 '스캠 센터' 사무실 구석에는 스캠 전화 범죄의 흔적을 보여주는 방음 전화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벽에는 "열심히 일하는 척하지 말라. 결과는 따라주지 않는다"는 섬뜩한 중국어 경고문도 붙어있었다. 오로지 피싱범죄 성과만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단지 내 곳곳에는 감금된 피싱범죄 조직원들을 감시하는 데 쓰인 폐쇄회로(CC)TV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한 조직원이 남겨둔 것으로 보이는 "나는 내 아내와 아들을 사랑한다"는 내용의 메모도 눈에 띄었다. 그의 생사는 알 수 없었다.

"열심히 일하는 척하지 말라. 결과는 따라주지 않는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촬영 정지수]
면적 120㏊(헥타르·1㏊는 1만㎡)에 달하는 이 범죄 단지는 캄보디아 내 대규모 스캠 범죄의 배후로 지목된 '프린스그룹'이 연루된 곳으로 알려졌다.
일명 '8번 단지'로도 불리는 이곳 주상복합 상업단지는 프로젝트 착수 당시 농업 중심 주였던 스바이리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음식점·주거 공간 등 화려한 시설은 결국 피싱범죄 조직원들을 위한 업무 및 숙박 공간으로 악용되며 각종 스캠 범죄로 얼룩졌다.
이날 오후 방문한 프레이벵주의 '골든 갤럭시 카지노&호텔'은 한국인들이 연루됐던 스캠 단지다.
캄보디아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의 소유주로 지목된 한국인 홍모씨를 비롯한 3명의 주동자들은 적발돼 스베이리엥 주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지난 4월 7일 정부의 단속 작전으로 확인한 4개 국적의 외국인 275명(한국인 8명·중국인 25명·베트남인 182명·방글라데시인 60명)은 강제 추방 절차를 위해 이민국으로 이송됐다.
단속 후 봉쇄 안내문과 함께 박스테이프로 칭칭 감긴 철문을 열고 들어간 8층짜리 카지노 호텔 건물 내부에는 철제 구조물들이 방치돼 있었다.
호텔 단지에 딸린 작은 건물 내부 긴 복도를 따라가 보니 조직원들이 숙식했던 방에 매트리스가 악취와 함께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캄보디아 스캠단지 내부 모습 동영상[http://yna.kr/AKR20260923100600004]
이튿날 방문한 칸달주의 스캠 단지 내부도 앞선 두 단지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상가는 텅 비어있었고, 스캠 센터 건물 내부에는 '홀덤펍' 등 도박 광고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이곳에서 범죄를 벌인 조직원들은 단속 이전에 건물 55개·빌라 113개·방 4천707개로 구성된 범죄단지를 그대로 두고 달아났다.
세 곳의 스캠 단지를 돌아본 뒤 당국은 프놈펜 경찰청에서 보관 중인 압수 물품을 취재진에 공개했다.

[촬영 정지수]
이날 공개된 압수 물품 중에는 다량의 컴퓨터, 스마트폰, CPU를 비롯해 로맨스 스캠 등에 이용된 인공지능(AI) 딥페이크 프로그램, 경찰 사칭 스캠 범죄에 쓰인 경찰 제복·신분증·FBI 배지 등이 있었다.
캄보디아 정부는 "2025년 7월부터 2026년 8월 31일까지 832곳의 범죄 단지를 조사하고, 그중 663곳을 폐쇄했다.
86곳은 현재 압류 절차 진행 중이며, 446개의 사건이 법원으로 송치됐다"고 밝혔다.
이어 "2만2천명이 넘는 피해자들을 구출해 송환했으며, 29개국 3천927명의 주범·공범을 붙잡았다. 3억 달러가 넘는 달하는 범죄 수익도 동결했다"고 덧붙였다.

[촬영 정지수]
다만 이런 단속을 피해 기존 스캠 범죄 조직들이 동남아 인접국과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 지역으로까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현지 경찰과 유착해 사전에 정보를 입수한 조직원들이 단속을 피해 도망칠 시간을 벌어줬다는 의구심도 흘러나왔다.
앞서 작년 10월에는 캄보디아 당국 등이 벌인 범죄 검거 작전으로 붙잡힌 한국인 64명이 국내로 송환되기도 했다.
이들은 캄보디아 범죄단지에 감금됐던 피해자이면서도 한국인 대상 피싱 등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인 이중적 위치에 있다.
상당수는 법정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죄값을 치르고 있다.
한국과 캄보디아 경찰이 합동 근무하는 '코리아전담반'은 현지에서 한국인과 연관된 스캠 범죄 피의자들을 대거 검거하는 등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촬영 정지수]
index@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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