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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채용 때 나이·학력 제한 무조건 금지? 사기업은 괜찮다?

입력 2026-09-22 06: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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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생 이하·특정 대학 졸업' 경력직 채용 내부 지침 기업 논란


연령·학력차별 원칙적 금지…합리적 이유 있다면 예외적 허용

연령 차별은 법적 처벌 조항 있어… 학력 차별은 사실상 제재 없어




출신학교·학력 채용 차별 방지법 국민대회 참석한 차정인 국교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20일 국회도서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과 출신학교채용차별방지법 국민운동이 연 '출신학교·학력 채용 차별 방지법 국민대회'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2026.1.20 nowwego@yna.co.kr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한 대기업이 최근 경력직 사원을 채용하면서 내부적으로 연령과 출신 대학 등에 대한 기준을 세워뒀다는 언론 보도가 논란이 됐다.


이 기업은 연령의 경우 '1980년생 이하'로 규정하고 근무지별로 출신 대학교도 제한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인사 담당 임원과 사업부별 채용 담당자에게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민간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뽑기 위한 기준을 세운 것이 무슨 문제냐는 반응과 함께 업무 능력이 아닌 나이나 학벌로 차별하면 안 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나 공기업은 채용 때 연령, 학력 상한을 두지 않거나 '블라인드' 채용 지침을 적용하고 있지만 민간 기업의 경우 어떨까. 이번에 논란이 된 기업의 채용 기준이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까.


이번 논란을 계기로 채용 기준과 관련한 법 조항 등을 확인해봤다.




나에게 맞는 일자리는?

8월 26일 서울 광진구 서울시50플러스 동부캠퍼스에서 열린 '2026 서울 동부권역 중장년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응시 자격 '몇살 이하' 명시는 위법…'젊은 인재'로 우회 표현도 안 돼


이 기업은 인력 구조 고령화와 적체를 막기 위해 경력사원 채용 때 '1980년생 이하'라는 연령 조건을 정하고 내부 담당자들에게 '필수 충족'하라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입인지 경력인지를 떠나 이런 연령 제한을 두는 것은 법에 위배된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연령차별금지법) 제4조의 4는 모집·채용은 물론 임금, 승진·전보·배치, 퇴직·해고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하면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해 특정 연령집단에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연령차별로 본다.


예를 들어 채용 공고에 '젊고 패기 넘치는 인재' 등과 같은 표현을 쓰면 사안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


엄대섭 고용노동부 고령사회인력정책과장은 "구체적인 나이가 아니더라도 기업이 제시한 어떠한 조건이 상대적으로 특정 연령을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차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노동부는 2022년 주요 취업포털에 게재된 구인 광고 1만4천개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젊은 인재', '젊고 활동적인 분' 등의 표현을 문제로 지적했다.


관련법에 따라 모집·채용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한 사업주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렇다고 모든 경우에 연령차별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직무 성격상 안전·생명을 위해 신체 능력 등 일정 기준이 반드시 요구되지만 연령기준 외에는 검증 수단이 없는 경우, 정년 규정에 따른 연령 상한, '정부 지원사업에 따라 청년 우대'와 같이 법률상 특정 연령대의 고용을 유지·촉진하기 위한 제한은 허용된다.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대졸자 제한은 차별?…원칙적으로는 금지


나이와 마찬가지로 학력 차별도 금지돼 있다.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취업 기회의 균등한 보장)를 보면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신앙, 연령,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학력, 출신학교, 혼인·임신 또는 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되며, 균등한 취업 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처벌 조항이 있는 연령차별금지법과는 달리 고용정책기본법에는 처벌 규정이 없어 사실상 강제할 방법이 없다.


조우균 노동부 청년채용기반과장은 "의무화는 되어 있지만 처벌조항이 없다 보니 사실상 행정지도 정도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연령과 마찬가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기업이 채용 때 특정 학력을 요구할 수 있다.


업무 난이도나 직무상 필요한 능력 등을 고려해 특정 교육 과정을 이수한 인력이 필요하다면 이를 채용 공고에 표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채용 공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4년제 대학 졸업자 및 졸업 예정자', '○○ 전공 우대' 등과 같은 지원 자격이 여기에 해당한다.


SK하이닉스가 올해 생산직을 채용하면서 지원 자격을 고등학교·전문대 졸업자로 제한한 것도 마찬가지다.




2026 서울커리업 일자리페어 열려

8월 27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2026 서울커리업 일자리페어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합리적인 이유'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조 과장은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된다"면서 "문과생이 아닌 이과생이 적합한 업무라거나, 일정 수준의 교육 과정을 거친 인력이 필요한 업무 같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지원 자격을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엄 과장은 "헌법재판소가 합리적 범위를 판단할 때 이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이 있었는지, 실제 피해를 본 대상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는 점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이번에 논란이 된 기업처럼 출신 학교를 특정 대학 몇 곳으로 제한하는 것도 합리적인 이유라고 볼 수 있을까.


해당 기업은 서울과 판교 근무자의 경우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국내 11개 대학 졸업생을 선발하도록 하는 등 지역별 허용 대학 가이드라인을 정해뒀다.


이에 대해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그 업무에 특정 대학 출신만 써야 한다는 합당한 이유를 찾기는 어렵지 않겠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블라인드 채용

[고용노동부 카드뉴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외부에 공고 안하고 내부 기준으로만 적용하면…실행 여부 따라 처벌 달라질 수 있어


이번 사례처럼 채용 공고에서는 드러내지 않은 채 내부에서만 이런 기준을 정해둔 것은 어떻게 될까.


온라인에선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시간과 노력을 들여 준비했을 지원자에게 피해를 준 것 아니냐는 여론도 있다.


내부 기준에 대한 처벌은 실제 실행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생각한 것만으로 범죄라고 보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면서 "실제로 이에 따라 어떤 차별행위가 일어났다고 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처벌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부 기준의 경우 관계 기관이 파악해 법적으로 제재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관계자들은 덧붙였다.


노동부 관계자는 "채용 공고에 차별적 요소가 있는지 모니터링하지만 강제수사나 압수수색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일을 파악하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간 기업이 직원을 뽑는 것은 경영권에 가까운 행위인데 여기까지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기업의 자율성 침해로 볼 수 있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기업과 달리 정부나 공공기관은 채용 시 연령 및 학력 상한을 두지 않거나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


1970년대 초반 공무원 5급 공채는 대학 3학년 수료 상당자, 7급은 초급대학 졸업 상당자라는 지원 자격 요건이 있었으나 1973년 이같은 학력 제한이 모두 폐지됐다.




공무원 직급별 지원자격 변천

[인사혁신처 어린이·청소년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연령도 2008년까지 급에 따라 32~35세까지만 응시할 수 있도록 상한선이 있었으나 현재는 '18세 이상'(교정·보호직 7·9급은 20세 이상)으로 통일됐다.


공공부문에선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입사지원서나 면접에 성별, 연령, 출신지역, 가족관계, 신체적 조건, 학력, 재산 등 인적사항을 요구할 수 없다.


다만 연구개발목적기관의 연구인력 채용과 같이 해당 직무 수행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예외다.


노동부 관계자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인 만큼 법에서 권장하는 것을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채용 과정에서 연령이나 학력으로 차별을 당했다면 국가인권위원회에 그 내용을 진정할 수 있으며 조사를 통해 차별이 있다고 판단되면 소속 기관·단체 등에 인권침해나 차별행위 중지 등을 권고할 수 있다.


인권위는 2023년 직원 채용 시 학력 차별 등에 대한 진정이 접수되자 10개 사립대를 대상으로 직권 조사를 실시해 이 중 8개 대학교 총장에게 직무 특성상 특정 학력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학력 제한을 하지 말 것을, 9개 대학 총장에게는 심사위원이 응시자의 출신 학교를 알 수 있게 하는 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연령차별 행위에 대한 진정, 소송, 신고 등을 했다는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선 안 된다. '연령차별금지법' 제23조의2제1항을 보면 이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고령자 차별금지의무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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