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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코리안] 카자흐 첫 심장이식 고려인 의사 "인공장기 양국 함께 개발"

입력 2026-09-17 09: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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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유리 나자르바예프대학 의료원 이사장, '한-중앙아 정상회의' 계기 방한


350병상 '소아외과센터' 추진…카자흐 정부, 약 3억5천만 달러 투입 예정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계기 방한한 고려인 심장외과 의사 배유리 이사장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계기로 최근 방한한 고려인 심장외과 의사 배유리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대학 의료원(UMC) 이사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9.17 raphael@yna.co.kr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한국과 카자흐스탄이 인공지능(AI)과 생명공학기술(BT), 의료기술을 결합해 인공장기 분야를 함께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습니다."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계기로 최근 방한한 고려인 심장외과 의사 배유리(69)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대학 의료원(UMC) 이사장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배 이사장은 "양국의 역량을 합치면 선진국과 동등한 수준을 넘어 더 발전할 수 있다"며 장기이식의 한계를 넘어 첨단 의료기술을 보유한 한국과 중앙아 의료 허브를 지향하는 카자흐스탄이 인공장기를 공동 연구·개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번 방한에서는 이 같은 구상을 구체적인 협력으로 연결했다. UMC와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15일 의료서비스와 임상 교육·연구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과 배 이사장이 협약서에 각각 서명했다.


서울아산병원과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배 이사장은 카자흐스탄의 장기이식 역량을 높이기 위해 과거 UMC 의료진을 서울아산병원에 3주 동안 보내 간이식 수술을 배우도록 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배 이사장은 한국 의료의 발전 과정을 35년 가까이 직접 지켜봤다. 첫 방한은 1991년이었다. 당시 젊은 의사였던 그는 국제학술행사 참가를 위해 서울을 찾았다. 소련 밖으로 나온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는 "처음 방문한 병원이 연세대 세브란스였다"며 "한국에 이런 병원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우면서도 왜 내가 태어난 나라에는 이런 병원이 없을까 생각했고, 기회가 된다면 우리도 이런 의료기관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대학 의료원-서울아산병원, MOU 체결

(서울=연합뉴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한-카자흐스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배유리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대학 의료원(UMC) 이사장(오른쪽)과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이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9.17 [UM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35년이 흐른 지금 그가 느끼는 한국 의료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배 이사장은 "1991년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몇몇 유명 병원이 눈에 띄었다"며 "지금은 한국의 의료 수준 자체가 매우 높아졌다. 특히 심장학, 심장외과, 의료서비스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한국과의 협력을 피력하는 데는 서구 의료에 의존했던 자기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젊은 시절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이스라엘과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미국 등을 찾아다녔다고 회고했다.


그는 "내가 공부할 때만 해도 기준은 언제나 유럽이나 미국이었다"며 "우리에게도 충분한 인적 자원이 있다. 한국이 가진 역량과 카자흐스탄이 가진 역량을 합치면 함께 더 높은 수준으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끄는 UMC의 변화도 이런 구상의 연장선에 있다. 2020년 9월 UMC 이사장에 취임한 뒤 특정 의료진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지 않고 임상과 연구, 교육이 함께 발전하는 의료기관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도 의료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 배 이사장에 따르면 UMC에 350병상 규모 소아외과센터 건립이 추진되고 있으며, 3억5천만 달러의 정부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최근 승인한 사업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첨단 수술 기술을 확보하는 것만큼 국민의 자국 의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과거 카자흐스탄의 고위층과 기업인들이 건강검진이나 치료를 위해 독일 등 해외로 향했고, 최근에는 한국을 찾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배 이사장은 "어려운 수술을 배우는 것이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 것보다 쉽다"며 "새로운 수술법은 배울 수 있지만 좋은 평판과 신뢰를 얻는 데는 여러 해가 걸린다"고 털어놨다.




한-카자흐스탄 의료 협력 구상 밝히는 배유리 이사장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계기로 최근 방한한 고려인 심장외과 의사 배유리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대학 의료원(UMC) 이사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9.17 raphael@yna.co.kr


그는 카자흐스탄 심장외과 발전사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러시아 모스크바 제2국립의대에서 공부한 뒤 심혈관 외과 의사로서 한길을 걸었고, 40년 넘는 임상 경력 동안 1만건 이상의 심장외과 수술을 집도했다.


카자흐스탄 최초의 심장이식 수술을 시행했고, 2017년 카자흐스탄 최초이자 프랑스 외 지역 최초로 프랑스 의료기기 기업 카르마트의 완전 인공심장을 이식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의사로 살아갈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소련 해체 이후 경제와 의료 체계가 무너지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자동차 정비 일을 했고 운전기사로도 일했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 그는 해외 의료기관에 종이 편지를 보내 새로운 기회를 찾았다. 1994년 튀르키예에서 답장이 왔다. 하지만 처음부터 심장외과 의사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었고 수술 후 환자를 돌보는 일부터 시작했다.


배 이사장은 그렇게 약 10년간 밑바닥부터 다시 경력을 쌓았다. 안정된 지위와 환자들의 신뢰도 얻었지만 2003년 카자흐스탄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그의 결정을 움직인 것은 아버지의 말이었다.


그는 "아버지는 어려운 시절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우리 가족을 받아줬고 그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했다"며 "카자흐스탄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이곳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도리라고 하셨다"고 떠올렸다.




배유리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대학 의료원(UMC) 이사장

[UM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귀국 후 그는 신생 수도 아스타나에서 심장외과 체계를 구축했다. 이후 카자흐스탄 최초 심장이식과 완전 인공심장 이식 등 새로운 수술에 잇따라 도전했다.


의료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카자흐스탄 노동 영웅'에 선정됐고, 이 영예를 받은 카자흐스탄 최초의 의사가 됐다.


고려인 후손인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카자흐스탄 사람에 더 가깝지만, 유전적으로는 한국인"이라고 표현했다. 러시아어를 하지 못했던 할머니 손에서 자라 어린 시절 가족과 김치를 담그고 국수를 직접 뽑던 기억도 간직하고 있다.


그에게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의료 협력은 기관 간 교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35년 전 한국의 병원을 바라보며 카자흐스탄에도 이런 의료기관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던 젊은 의사는 이제 양국 의료진이 함께 다음 기술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배 이사장은 "한국이나 우리나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이제 서구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양국이 더 가까이 협력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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