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전국 3천55명 조사…67.6% "신약 건보 등재기간 길다"

[AI가 만든 이미지]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암이나 희귀·난치질환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은 단순히 '신약 하나가 더 나왔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 치료법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에게는 생명 연장이나 일상 회복의 새로운 실마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약이 국내에서 허가됐다고 해서 곧바로 모든 환자가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 신약은 환자에게 큰 비용 부담이 될 수 있어 허가와 실제 치료 접근성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존재한다.
문제는 신약이 허가된 뒤 건강보험이 적용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7월 전국 17개 시도의 만 19∼69세 국민 3천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후 건강보험 급여 등재까지 평균 약 23개월이 걸린다는 설명에 응답자의 67.6%가 '길다'고 평가했다. 반면 '짧다'는 응답은 3.8%에 그쳤다.
이 조사 결과는 두 단체가 최근 개최한 '신약 접근성, 국민에게 답을 묻다' 포럼에서 발표됐다.
우리나라에서 신규 치료제는 식약처의 안전성·유효성 심사를 거쳐 허가된 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 적정성 평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 협상, 보건복지부의 최종 고시 등을 거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신약의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따져보기 위한 절차다.
등재 기간이 길다고 답한 2천64명에게 적정 기간을 물었더니 '7∼12개월'이 36.1%로 가장 많았고, 4∼6개월 31.5%, 3개월 이하 20.3% 순이었다. 이들이 생각하는 적정 기간은 평균 8.5개월이었다. 현재 제시된 평균 소요 기간 23개월과 비교하면 약 14개월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그렇다고 국민이 '무조건 빨리'만을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최종 허가 전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준비 절차를 시작하는 '신속등재제도' 도입에 74.7%가 동의했고, 건강보험 적용 심사 기간을 약 100일 이내로 단축하는 정책에도 73.5%가 동의했다.
특히 심사기간 단축에 동의한 응답자 2천244명에게 우선 개선해야 할 요소를 3순위까지 물었더니 '정부의 전문적인 심사 조직 마련과 심사 절차 효율화'가 69.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제출자료를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 마련 55.9%, 환자 의견 청취·수렴 50.0%, 사후평가와 약가 조정의 예측 가능성 확보 49.0% 순이었다.
결국 조사 결과에 비춰보면 국민이 원하는 것은 심사 기준을 낮춰서라도 무조건 빨리 신약을 급여화하라는 것이라기보다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신속하고 예측 가능하게 심사해 달라는 주문에 가깝다.
이번 조사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국민이 생각하는 '혁신신약의 가치'다.
가장 중요한 가치 하나를 고르게 했더니 '질병 치료 및 건강 회복'이 31.9%로 가장 높았고, '치료 과정의 통증 및 신체기능 저하 감소, 만성질환 관리로 삶의 질 개선'이 23.1%로 뒤를 이었다. 반면 '중증·난치성 질환자의 생명 연장'은 8.6%였다.
이는 신약의 가치를 생존 기간 연장만으로 평가하기보다 환자의 통증과 신체기능, 삶의 질은 물론 일상 회복과 사회경제적 부담까지 폭넓게 들여다볼 필요성을 보여준다.
김민걸 전북대병원 임상약리센터장은 "신약 접근성 개선은 등재 기간 단축을 넘어 환자가 필요한 치료를 제때 시작하고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면서 "등재 이전부터 실사용 근거 기반의 사후평가를 설계하고, 생존과 삶의 질을 함께 반영하는 환자 중심의 가치평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약의 신속한 등재와 충분한 검증은 반드시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 기회를 보다 빨리 열어주면서 실제 사용 과정에서 효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급여와 약가에 반영할 수 있는 사후평가 체계를 정교하게 만드는 것도 하나의 해법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건 신약 개발의 마지막 목적지는 '허가'가 아니라 환자라는 점이다. 아무리 획기적인 치료제라도 필요한 순간 환자에게 도달하지 못한다면 혁신의 가치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bio@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