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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보니] 구글 아태 총괄 "동남아 잡으면 세계서 통한다"

입력 2026-09-17 06: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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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 인구 글로벌 테스트베드…"서구권 진출 전 최적의 발판"


"한국식 가격 그대로 안 통해…'동남아 퍼스트'로 파고들어야"


(싱가포르=연합뉴스) 오지은 기자 = "동남아시아는 6억 명이 넘는 거대한 인구와 인도네시아의 대중적 트래픽, 싱가포르의 글로벌 금융 자본이 융합된 글로벌 소우주입니다. 한국에서 통했던 빌드와 가격표를 그대로 들고 오면 백전백패지만, 이곳의 현지화 장벽을 뚫어낸 K-스타트업은 전 세계 어디서든 통할 수 있습니다"




마니칸탄 크리슈나무르티 구글 아시아태평양 개발자 생태계 총괄

[구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6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구글 오피스에서 진행된 프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만난 마니칸탄 크리슈나무르티 구글 아시아태평양 개발자 생태계 총괄은 국내 스타트업의 동남아 시장 진출 매력도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 "동남아는 글로벌 시험대"…K-기술 신뢰도·헬스·AI에 기회


크리슈나무르티 총괄은 동남아 시장이 한국 테크 스타트업에 제공하는 가장 큰 가치로 글로벌 시험대 역할을 꼽았다.


그는 "동남아는 디지털 네이티브이면서 신기술을 빠르게 흡수하는 젊은 층이 두텁다"며 "인도네시아·베트남처럼 인구와 사용자 볼륨이 막대한 신흥 시장과 규모는 작지만 소득 수준과 구매력이 매우 높은 싱가포르가 공존하는 독특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극단적으로 다른 두 축의 시장을 모두 경험하고 검증을 마친 스타트업은 서구권이나 글로벌 본선 무대에서도 즉각 통하는 면역력과 생존력을 갖추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이 동남아 시장에서 지닌 최대 무기로 탄탄한 엔지니어링 역량과 국가 브랜드 파워를 들었다.


현지에서 K-엔터테인먼트가 거대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술 스타트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은 프로덕트의 기본기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크리슈나무르티 총괄은 "삼성이나 현대 같은 한국의 글로벌 제조사들이 다져놓은 높은 기술적 신뢰도 덕분에 한국 스타트업들은 동남아에서 매우 유리한 연착륙 기회를 얻고 있다"며 "동남아 소비자들은 출신 국가에 대한 편견 없이 내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해 주는 뛰어난 제품이라면 국적을 불문하고 빠르게 수용한다"고 전했다.




크리슈나무르티 총괄

[구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엔터테인먼트와 게임 외에도 헬스·웰니스와 AI 기반 생산성 도구가 한국 기업의 차세대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한국은 웨어러블 기기와 모바일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사용자 경험 구축에서 글로벌 선두를 달리고 있다"며 "선진 시장과 달리 동남아 헬스케어 영역은 아직 뚜렷한 글로벌 지배자가 없는 니치 마켓인 만큼 한국 기업이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선점할 기회가 무궁무진하다"고 분석했다.


◇ "한국식 가격표 그대로 안 통해"…'동남아 퍼스트'로 현지화해야


크리슈나무르티 총괄은 국내 스타트업들이 동남아 시장에 진입할 때 저지르는 가장 치명적인 실수로 현지화 부족과 가격 정책의 실패를 지적했다.


그는 "시장 조사와 현지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3개월, 6개월 뒤에야 심각한 난관에 봉착하는 스타트업을 수없이 봤다"며 "한국이나 미국 시장에서 통했던 고가의 월간 구독 요금제를 그대로 적용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신흥 시장에서는 대다수 소비자가 200달러(약 27만원) 안팎의 중저가 기기를 사용하며 결제 환경 역시 정기 결제용 신용카드보다는 수동으로 충전해 쓰는 전자지갑 비중이 압도적이다.


크리슈나무르티 총괄은 "기기의 낮은 메모리와 열악한 통신 환경을 고려해 앱을 가볍게 재설계하고 99센트 단위의 소액 결제나 광고 기반 무료 모델 등 현지 사정에 맞는 유연한 비즈니스 모델로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계 빅테크 앱들과의 경쟁 구도에 대해서도 해법을 제시했다.


자본과 인력 규모 면에서 불리한 한국 스타트업이 살아남으려면 동남아 퍼스트 관점을 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많은 중국 기업이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삼으면서도 실제로는 글로벌 전역을 뭉뚱그려 공략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 스타트업은 특정 니치 고객층을 철저히 정의하고 현지 인플루언서와 소통하며 완벽하게 로컬 플레이어처럼 사고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크리슈나무르티 총괄

[구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싱가포르를 활용하는 법인 설립 전략에 대해서는 명확한 성장 단계별 로드맵을 제안했다.


크리슈나무르티 총괄은 "베트남 등 단일 시장만 노린다면 현지에 곧바로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 낫지만 동남아 전역을 아우르는 복수 시장 진출을 꿈꾼다면 싱가포르는 최적"이라며 "싱가포르는 지역 헤드쿼터이자 벤처캐피털(VC) 자본이 집중돼 있고 언어 장벽 없이 며칠 만에 법인을 세울 수 있는 행정적 편리함을 갖췄다"고 말했다.


한국 앱 생태계가 구글플레이 활성 개발자 수 기준 세계 1위를 기록하면서도 글로벌 히트작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수의 대기업 몇 곳이 다운로드 수치를 독식하기보다 수많은 소형 스타트업이 각자 수천, 수만 건의 다운로드를 만들어내는 생태계가 훨씬 더 건강하고 성숙한 구조"라고 강조했다.


크리슈나무르티 총괄은 "진정한 혁신은 대형 게임사 독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 자리에 모인 작지만 민첩한 초기 창업자들에게서 나온다"며 "구글이 창구 프로그램과 이머전 트립, AI 인프라 크레딧을 통해 작은 기업들의 도전을 전폭 지원하는 것도 내일의 거인을 키워내기 위한 생태계적 투자"라고 덧붙였다.


buil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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