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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인 연구자들 "연봉·연구환경 등 현실적 조건 중요"
신진 연구자 정착 지원·해외 포닥 복귀 경로 확대 제안

[NS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로스앤젤레스·샌디에이고=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미국보다 많이 주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한국에 돌아갔을 때 그만큼의 메리트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 11~1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정부출연연구기관 공동채용설명회를 찾은 현지 한인 연구자들은 미국서 쌓은 연구 경험이 한국에서 쓰이기를 바라면서도 처우와 연구환경을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 독립 연구·최신 기술 찾아 미국행…컴퓨팅·연구 인프라 체감
이들은 미국에 온 이유로 독립적인 연구 경험과 최신 연구기술 등을 꼽았다.
식물학을 전공해 한국에서 박사후연구원을 거친 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에서 3년째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주현희(33) 박사는 독립적인 연구 경험을 쌓아 성장하기 위해 왔다고 소개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의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현지유(29) 박사도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의 최신 기술과 앞으로 생각하는 연구 방향이 미국에 있었다"고 했다.
연구 인프라의 차이를 체감했다는 연구자들도 있었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올해 2학기부터 데이터 기반 신경과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민정윤(28) 박사과정생은 "한국에서는 슈퍼컴퓨터 활용 등에 시간적 제약이 있었지만, USC는 미국 전역에서 가장 큰 클러스터를 갖고 있고, 딥러닝 연구를 하면서 컴퓨팅 파워 차이도 크게 체감했다"고 말했다.
뉴로모픽 반도체 전공으로 한양대에서 USC 전자컴퓨터공학과 방문연구원으로 온 허수만(35) 박사도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나노팹 등을 이용해봤지만 미국은 장비의 질과 관리 측면에서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 문화 차이도 장점으로 꼽혔다.
한국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지난해부터 스크립스연구소 박사후연구원으로 마약성 진통제 대체 신약을 개발중인 송영훈(32) 박사는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는 연구 행정 잡일이 많았다"며 "미국에서는 조교 등도 부담이 적고 연구에 집중하는 환경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NS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연구비 삭감에 포닥 기회도 감소…비자·물가에 장기 체류 고민
미국에서의 연구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장기적으로 미국에 남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특히 박사후연구원 계약이 끝나거나 독립 연구자로 자리를 잡아야 하는 연구자들은 미국에서 계속 연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연구비 감소도 변수로 꼽혔다.
현 박사는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NIH) 예산이 많이 줄면서 독립연구가 가능할까 하는 우려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허 박사도 "현지에서는 굉장히 과제 삭감도 많고 박사후연구원으로 남아있을 기회도 적다"며 "미국 내 한인 교수들과 이야기해 봐도 과제 수도 너무 적고 인건비도 너무 올라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더라"고 했다.
비자와 영주권 문제, 문화적 차이, 높은 물가 등 현실적 문제도 미국 장기 체류를 고민하게 하는 요인이었다.
주 박사는 "비자와 영주권 문제도 있고,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문화적 차이도 컸다"고 했다.
이들은 대부분 가족이 있는 한국에 돌아가 연구를 통해 기여하고 싶다는 의지도 강했다.
민 박사과정생은 "미국에서 연구하고 싶어 넘어온 건 맞지만 한국을 좋아하고 발전했으면 좋겠고, 거기에 기여하기 위해 언젠간 돌아가겠단 막연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 "한국에 기여하고 싶지만"…복귀 문턱은 연봉·연구환경
한국으로 돌아갈지를 고민하는 현실적 이유로는 처우가 컸다.
UCSD에서 기계항공공학부 학·석·박사 학위를 마친 유이경(38) 박사는 " 결국에는 한국에 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여기서 경력을 조금 더 쌓으면 대우를 해준다는 이야기도 듣다 보니 주저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 다니는 걸 포기하고 박사를 했다면 나중에 그만큼 포기한 것을 보상받아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한다"며 "한국이 미국보다 많이 준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감안해도 연봉이 높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허 박사도 "최근까지 박사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처우는 굉장히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금액적 부분이 큰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 박사는 중국이 기술을 가진 연구자에게 높은 연봉을 주며 인재를 유치한 사례를 들며 "연구가 좋아서 명예처럼 하는 것도 있지만, 우수 과학자를 유치하려면 전반적인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처우는 연봉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연구자가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과 연구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도 중요한 조건으로 꼽혔다.
장정재(27) UCLA 재료공학과 박사과정생은 "연구자를 보는 대우나 시선도 중요한 것 같다"며 "처우도 좋으면 좋겠지만 중국 같은 경우는 과학기술을 최고로 다루니 시선이 좋고 진학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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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진 연구자 정착 지원 필요…해외 포닥에도 복귀 기회 넓혀야
연구자들은 단순히 연봉을 높이는 것 외에도 연구자가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구체적인 지원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송 박사는 "신진 연구자가 교수로 임용된 뒤 연구실을 꾸리는 데 학교 지원금만으로는 매우 부족해 보였다"며 "신진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를 세팅하는 걸 지원하는 과제가 더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사과정과 박사후연구원 시기의 경제적·사회적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민 박사과정생은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건 교수님 역량도 중요하지만, 박사과정생이나 박사후연구원의 역할도 큰데, 이들을 해외에 뺏기지 않으려면 적어도 장학제도가 확대되야 하지 않나 한다"고 말했다.
해외 연구자의 국내 복귀를 위한 제도도 대상과 경로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주 박사는 "정부가 최근 세종과학펠로우십 복귀 트랙 등 해외 연구자 유입을 위한 유인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것도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에만 국한됐다"며 "미국에 박사후연구원으로 오는 이들이 많은데 이에 대한 유인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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