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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부터 공사…원주민 "표지석 등으로 역사적 의미 남겨달라"

[촬영 김상연]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역사적인 공간에 이대로 변전소가 들어서면 누가 기억이나 하겠어요."
지난 14일 인천시 제물포구 북성동의 경인선 인천변전소 신축공사 현장에는 '출입 금지' 팻말과 함께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우거진 수풀을 걷어낸 자리에는 여기저기 구덩이가 파인 산언덕이 덩그러니 모습을 드러냈다.
마을 토박이 김홍명(65) 씨는 인근 저층 건물 옥상에 올라 눈살을 찌푸린 채 한참 동안 말없이 공사 현장을 바라봤다.
김씨는 "저 구릉 일대는 개항기에 처음으로 외국인들이 묻혔던 곳"이라며 "역사적인 현장이 그대로 사라지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월미도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조용한 마을이 어수선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말부터였다.
형광 조끼와 안전모를 착용한 작업자들이 하나둘 눈에 띄더니 '무재해·무사고 안전 기원제'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공사가 이어졌다.
이곳에서는 국가철도공단 발주를 통해 지상 4층, 연면적 2천889㎡ 규모의 인천 변전소를 새로 건설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는 변전소를 지을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구릉을 없애고 평지를 만드는 작업을 앞두고 있다.
다만 유산이 묻혀 있을 가능성이 인정되는 '매장 유산 유존지역'으로 분류되면서 전문기관의 조사 절차에 따라 발굴 작업이 먼저 이뤄졌다.
시공사 관계자는 "최근 조사기관에서 국가유산청에 결과 보고서를 올렸다"며 "조사 절차가 마무리되면 터파기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로 변전소 부지 일대는 개항기인 1883년부터 인천에 체류하던 외국인들의 묘지로 활용됐다고 전해진다.
인천시립박물관이 집필한 '인천 외국인 묘지'에는 1883년 7월 전후부터 북성동 일대에 외국인 묘지가 운영됐다는 설명이 나온다.
일례로 미국인 조지 버트 모트는 1883년 6월 인천 제물포에서 무역업에 종사할 예정이었으나 내한 직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묘지 운영은 1894년 인천외인묘지규칙 공포로 공식화됐지만, 사실상 그 이전부터 국내 최초의 외국인 묘지가 형성된 셈이다.
연표집인 '인천의 도시계획(1883∼2014)'에도 1883년 외국인 묘지가 설치됐다는 기록이 담겨 있다.
인천 외국인 묘지는 6·25전쟁으로 묘역 일부가 파손된 후 1965년 연수구 청학동으로 이전됐다가, 2016년 현 인천가족공원으로 옮겨졌다.
인천가족공원 외국인 묘지에는 현재 미국·독일·영국을 비롯한 10여개국, 외국인 66명의 유해가 안장돼 있다.
원주민들은 북성동 외국인 묘지 터는 인천이 개항을 통해 국제도시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라며 역사성 보존 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김씨는 15일 "이곳의 역사적 의미를 알리는 표지석이나 벽화를 제작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문화유산청이나 인천시가 이번 사안을 도외시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good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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