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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발 메모리값↑…기상청 슈퍼컴 예상가 6배·도입 1년반 지연

입력 2026-09-13 0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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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예산 814억→내년 예산 4천982억원으로 껑충…6차례 입찰 모두 불발


5호기 1년6개월 더 쓴다…"시장 상황 기민하게 대응해야"





기상청 국가기상슈퍼컴퓨터 5호기. [촬영 이재영]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기상청이 도입을 추진 중인 국가기상슈퍼컴퓨터 6호기의 예상 가액이 1년 새 6배 넘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부품 가격과 환율 등의 영향으로 6차례 입찰이 모두 불발되면서 도입 일정도 당초 계획보다 1년 6개월가량 늦어져 기존 슈퍼컴퓨터 5호기를 그만큼 더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슈퍼컴퓨터는 일종의 '날씨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수치예보모델을 돌리는 데 필요하다. '윈디'와 같은 날씨 애플리케이션에서 보여주는 정보도 수치예보모델 전망치인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선 물리법칙에 기반한 수치예보모델에 더해 정확도가 크게 높아진 AI 모델도 운용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슈퍼컴퓨터가 더 중요해졌다.


13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이 기상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기상청은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며 슈퍼컴퓨터 6호기 장비 가액을 4천981억5천만원으로 산정했다.


기상청이 올해 예산 편성 시 슈퍼컴퓨터 6호기 가액을 813억7천만원으로 상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값이 6배 넘게 치솟은 셈이다.


기상청은 현재 운용하는 슈퍼컴퓨터 5호기보다 성능이 5배 이상 향상된 6호기를 도입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상청 슈퍼컴퓨터 5호기 '마루'와 '그루'는 성능이 각각 1만8천3테라플롭스(TFlops)다. 1테라플롭스는 1초당 1조번의 부동소수점 계산을 할 수 있는 정도다.


슈퍼컴퓨터는 연산 성능이 세계에서 500위 안에 드는 컴퓨터를 말하며, 마루와 그루는 올해 6월 기준 120위와 121위에 올라가 있다.


마루와 그루 성능 순위는 기상청에 도입된 2021년 6월 23위와 24위에서 지속해서 하락해왔다. 더 성능이 뛰어난 컴퓨터들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올해 6월 기준 세계에서 가장 연산 성능이 뛰어난 슈퍼컴퓨터는 중국 국가슈퍼컴퓨팅센터가 작년 도입한 '라인샤인'으로 실제 성능이 2.2엑사플롭스(Exa Flops)다. 기상청 슈퍼컴퓨터 5호기 61대와 성능이 맞먹는 것이다.


기상청은 AI 열풍과 이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설 때문에 서버용 D램 등 고성능 컴퓨터 주요 부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슈퍼컴퓨터 6호기 예상 가액도 뛰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은행 D램 수출입물가지수를 보면 작년 6월 86.45에서 올해 7월 348.29로 302% 상승했다.


D램과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폭증하면서 대량 구매에 따른 할인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기상청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 [촬영 이재영]


AI발(發) 컴퓨터 부품값 급등에 슈퍼컴퓨터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기상청만이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는 메모리 가격이 시시각각 변함에 따라 고성능 컴퓨터를 도입하며 규모를 미리 정해두지 않고 메모리 가격에 맞춰 규모를 결정하기로 했다.


독일 기상청(DWD)은 시장 조사 후 예산을 증액한 뒤에도 메모리 가격이 치솟자 요구 사양을 낮췄다. 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려다가 증설로 돌아선 뒤 이제는 기존 시스템을 연장해 사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애초 기상청은 슈퍼컴퓨터 6호기 초기분을 작년 12월까지 설치하고 올해 3월부터 운용할 계획이었다. 최종분은 올해 12월까지 설치하고 내년 1월부터 운용한단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6차례 슈퍼컴퓨터 6호기 조달 사업 입찰을 실시했으나 두 차례는 입찰에 참여하려면 제출해야 하는 '성능 정보'를 낸 업체가 없어 공고가 취소됐고 4차례는 응찰한 업체가 없어 유찰됐다. 입찰 참가 요건을 맞춘 업체가 없어 이뤄진 공고 취소는 사실상 유찰이다.


기상청은 메모리 등 주요 부품 가격이 급등한 데 더해 환율까지 높아지면서 사업에 참여하려는 업체가 없었다고 밝혔다.


잇따른 유찰에 기상청은 슈퍼컴퓨터 6호기 초기분을 내년 6월까지 설치한 뒤 9월부터 운용하고, 최종분은 후년 6월까지 설치하고 그해 9월부터 운영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이에 슈퍼컴퓨터 5호기를 계획보다 1년 6개월 더 사용해야 하는 상황으로, 기상청은 5호기 종합·정밀 진단을 통해 문제가 없도록 사전에 대비하고, 장기간 사용하지 않은 데이터는 삭제하고 작업 시간을 조정하는 등 유휴 자원을 최소화해 대응하기로 했다.


박수민 의원은 "기후변화로 극한 기상 현상이 빈번해지고, 이에 따른 피해도 커짐에 따라 예보에 필수인 슈퍼컴퓨터의 중요성도 커졌다"면서 "기상청은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6호기 도입이 더는 지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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