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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뭐야'하던 80년대 연구 시작"…TDX·CDMA 개발주역 ETRI 50주년

입력 2026-09-12 07: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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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던 AI를 한국어 이해·설명 수준 개발"…'AI 주권 수호' 첨병으로


2013년 한국형 AI '엑소브레인' 개발…인간 퀴즈 챔피언들과 겨뤄 우승 강한 인상

내년엔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 안내 로봇 시험 합격 목표…"사람에게 도움되는 A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ETRI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아무도 인공지능(AI)을 모르던 시절부터 연구를 시작했는데 이제 한국어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AI까지 개발했습니다. 내년에는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 안내 로봇 시험 합격을 목표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ETRI 관계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전전자교환기(TDX), 메모리반도체(DRAM), 디지털이동통신시스템(CDMA), 3G·4G 이동통신시스템(LTE, LTE-A), AI 등 핵심 정보통신기술(ICT)을 연구·개발해 온 ETRI는 지난 반세기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발전을 이끌어 왔다.


ETRI는 올해 창립 50주년 뿐만 아니라 핵심기술인 TDX의 개통 40주년, CDMA 상용화 30주년도 맞는다.


연구원은 1가구 1전화 시대를 연 전전자교환기인 TDX개통 40주년을 맞아 'AI 주권 수호' 디지털 서약식을 지난 4월 개최된 창립기념식에서 하는 등 AI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2일 ETRI AI로봇·모빌리티연구본부에 따르면 ETRI의 AI 연구는 최근 불고 있는 생성형 AI 열풍보다 훨씬 앞선 1980년대에 시작됐다.


윤대섭 본부장은 "정부가 1987년 AI를 국가 기술정책 대상으로 처음 제시했을 당시 관련 회의에서는 참석자들이 'AI가 뭐야'라고 묻는 일화가 ETRI 내부에 전해 내려올 정도로 개념 자체가 낯설었다"고 전했다.




ETRI 온라인 50년사

[ETR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부는 1991년까지 응용 기반 확보를 목표로 약 1조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AI에 대한 사회적·산업적 이해가 부족해 관련 논의를 설득하는 것부터가 연구의 시작이었다고 윤 본부장은 덧붙였다.


ETRI는 1990년대 초부터 음성 인식, 기계 번역, 음성 합성 등 AI 기반 자동통역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어·영어·일본어 자동통역 시스템을 공동 개발해 1995년 기술을 공개했고, 세계 최초로 자동통역을 이용한 호텔 예약 시연에도 성공했다.


1999년에는 미국·일본·프랑스 연구진과 휴대용 자동통역 시연을 진행해 외국인이 한국어를 모르더라도 길을 묻고 답을 들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만, 당시 AI 연구는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최근처럼 인터넷에서 대규모 한국어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웠고, 음성 하나하나를 사람이 직접 듣고 문자로 옮겨야 했다.




엑소브레인 연구하는 ETRI 연구팀

[ETR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TRI는 장기간 축적한 음성 데이터에 자기지도학습과 의사 라벨링 기술을 적용해 데이터 부족 문제를 돌파했다.


그 결과, 대규모 정답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도 다양한 언어로 확장할 수 있는 음성인식 기술을 확보했다.


2013년 시작된 한국형 AI '엑소브레인'은 자연어 질문을 이해하고, 방대한 문서에서 정답을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2016년 EBS 장학퀴즈에서 인간 퀴즈 챔피언들과 겨뤄 우승하면서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연구진은 해당 기술을 연구실 안에 묶어두지 않고 2017년부터 언어지능·기계학습 데이터를 국내 연구개발 과제 최초로, 개발자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오픈 API와 데이터 서비스 형태로 공개했다.


2022년 말까지 약 1만6천100개 기관이 이를 활용했고, 기술이전을 통해 27개 기업이 창업하거나 성장했다.




엑소브레인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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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브레인 개발이 10년에 걸쳐 마무리된 뒤 ETRI는 '설명가능한 AI'로 연구를 확장했다.


윤 본부장은 "단순히 답만 내는 AI가 아니라 왜 그런 결론을 냈는지 근거를 함께 제시해 사람이 판단을 검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며 "특히 금융·의료·법률처럼 잘못된 답변의 사회적 비용이 큰 분야에서 AI의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시각지능 연구는 실제 생활의 안전을 지키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ETRI는 도로 위 쓰러진 사람을 폐쇄회로(CC) TV로 실시간 탐지하는 기술과 불법 쓰레기 투기를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시스템이 정해진 자세의 사람만 인식해 웅크리거나 비정상적인 자세로 쓰러진 사람을 놓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의 18개 관절 정보를 분석해 자세와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했다.


시각장애인용 안내 로봇 '가이드 독' 개발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안내견은 훈련과 관리에 많은 비용이 들고 주변 환경 정보를 말로 전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ETRI 연구진은 시각·언어·이동 기술을 결합해 로봇이 장애물을 피해 길을 안내하고, 주변 정보를 음성으로 설명하도록 했다.




가이드 독 시연

[ETR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에는 실제 시각장애인이 참여한 시연을 진행했으며, 내년에는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 안내 로봇 시험 합격을 목표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의 성능뿐만 아니라 안전성 문제에도 집중하고 있다.


윤 본부장은 "국내 최초로 이미지 생성 AI의 위험성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유해한 요청은 거부하면서 정상적인 질문에는 답할 수 있는 안전한 시각·언어 모델을 개발했다"며 "이는 AI를 더 크게 만드는 경쟁을 넘어 신뢰할 수 있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AI를 만들려는 방향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ETRI는 초실감 공간결합 기술로 가상과 현실을 잇는 새로운 경험 환경을 창조하고 인간과 공존하는 피지컬 AI, 공공·산업에 특화된 ADX(인공지능·디지털 전환) 융합기술 개발로 국가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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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2 08: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