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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칼럼] '스무 살' 코아펙, 아프리카의 다음 도약을 함께 쓴다

입력 2026-09-08 07: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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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화 한국수출입은행 책임연구원




조준화 한국수출입은행 책임연구원

[조준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 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제8차 한·아프리카 장관급 경제협력회의

[KOAFEC 공식 홈페이지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2006년 4월, 서울에서 제1차 한·아프리카 장관급 경제협력회의(KOAFEC·코아펙)가 열렸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2026년 9월, 코아펙 출범 20주년을 맞아 제8차 회의가 다시 서울에서 열린다. 2006년은 한국 대통령이 24년 만에 아프리카를 순방한 해이기도 했다.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한국의 대(對)아프리카 협력도 본격적인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코아펙과 한·아프리카 포럼이 같은 해 출범했다. 이후 한·아프리카 산업협력포럼을 비롯한 부처별 아프리카 협력 채널도 다양화되고 확대되었다.




2026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 기념 촬영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6월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과 각국 장관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dwise@yna.co.kr


지난 6월 개최된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는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이후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함께한 첫 다자회의였다. 이를 계기로 한국 정부는 2029년 제2차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어 올해 9월 8∼11일 서울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는 제8차 한·아프리카 장관급 경제협력회의가 열린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과 아프리카 관계가 일회성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외교와 경제 협력을 아우르는 제도적 관계로 발전해 왔음을 보여준다.


당초 코아펙이 처음 출범한 2006년만 해도 오늘날과 같은 아프리카의 디지털 혁신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바로 이듬해인 2007년, 케냐에서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인 엠페사(M-Pesa)가 등장했다. 은행 접근성이 낮은 아프리카 현실에서 엠페사는 값비싼 스마트폰이나 복잡한 금융 인프라 없이도 일반 휴대전화만으로 송금과 결제를 가능하게 했다. 엠페사는 단순한 금융서비스를 넘어 사람들의 거래 방식과 일상을 바꾸었다. 케냐를 세계가 주목하는 혁신의 거점으로 부상시켰다. 이후 나이로비를 중심으로 성장한 케냐의 기술혁신 생태계는 '실리콘 사바나'(Silicon Savannah)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케냐의 모바일 혁명은 아프리카가 혁신과 동떨어진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왜냐하면 오히려 기존의 제도와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환경에서 현지의 필요에 맞는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엠페사는 외부에서 완성된 기술을 그대로 들여온 사례가 아니다. 아프리카의 현실에 맞게 모바일 기술과 금융서비스를 결합해 만들어낸 혁신이었다. 따라서 아프리카를 새로운 기술을 일방적으로 이전받는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면 이러한 변화의 본질을 이해하기 어렵다.


올해 코아펙의 주제인 'AI와 디지털 인프라를 활용한 아프리카의 대전환'도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AI와 아프리카를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2024년 아프리카연합(AU)은 '대륙 AI 전략'(Continental AI Strategy)과 '아프리카 디지털 콤팩트'(Africa Digital Compact)를 채택했다. 이는 외부에서 개발된 기술을 단순히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프리카가 직면한 문제를 아프리카의 데이터와 인재를 활용해 해결하겠다는 방향을 담고 있다. 또한 인프라와 인재, 데이터와 연구 역량을 대륙 안에서 키우고, 아프리카의 현실에 부합하는 AI 규범을 마련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하고 있다.




케냐과학기술원 캠퍼스 입구

[KAIST 홈페이지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협력의 현장에서도 한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업이 이미 이어지고 있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사업으로 KAIST를 모델로 설립된 케냐과학기술원(Kenya-AIST)은 '실리콘 사바나'로 불리는 케냐의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 핵심 인재를 양성할 기반을 마련했다. 최근 승인된 탄자니아 AI·디지털기술교육기관 건립사업은 이러한 변화가 한층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사업은 AI·로보틱스·데이터 분석 등 학과를 운영해 탄자니아의 AI·디지털 산업을 이끌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프리카의 미래를 이끌 인재를 현지에서 길러낼 수 있도록 한국이 지원한다는 취지다.


그 사이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에 조성된 코아펙 신탁기금은 사업 준비와 기술협력, 지식 공유를 지원하며 협력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의 ICT 전문가 파견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협력을 통해 2014년부터 총 5차례에 걸쳐 아프리카 16개국에 한국의 ICT 전문가를 파견해 관련 정책을 제안하고 기술 컨설팅을 제공한 사업이다.




모잠비크-한국 드론 조종사 양성 교육 현장

[조준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지난 7월 모잠비크 현지에서 열린 '드론 기반 재난관리 솔루션 구축사업'의 드론 조종사 수료식에 모잠비크 총리가 직접 참석했다. 이는 한국의 드론 조종사 양성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코아펙 신탁기금은 AfDB 내에서 단일 국가가 출현한 기금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지난 20년간 농업·에너지·교통·수자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거둔 성과를 이 짧은 글에 모두 담아내기는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코아펙이라는 경제협력 플랫폼이 개별 사업을 지속적인 협력으로 연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는 점이다. 그 이면에는 한국 및 아프리카 각국 정부, AfDB 등 다양한 관계자들과 끊임없이 조율하며 실무를 뒷받침해온 한국수출입은행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


수많은 공여국의 공약 가운데 결국 기억되는 것은 가장 큰 규모의 지원을 약속한 나라가 아니라, 그 약속을 가장 오래 지켜 온 파트너일 것이다. 아프리카를 식민 지배한 역사적 부담이 없고 산업화와 민주화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분명 유리한 출발선에 서 있다. 그러나 그러한 조건만으로 신뢰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가 스스로 정한 우선순위를 존중하고, 사업이 끝난 뒤에도 현지에 사람과 기술, 제도가 남도록 할 때 비로소 지속적인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코아펙의 다음 20년은 더 큰 약속이 아니라, 그 약속을 얼마나 오래 지키고 실천했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개발 협력의 본질은 자선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데 있다. 케냐과학기술원의 사례처럼 한국의 개발 경험이 파트너 국가의 미래 역량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축적된 역량이 다시 양국의 협력 자산으로 돌아오는 선순환이야말로 개발 협력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스무 살이 된 코아펙의 다음 장은 한국이 대신 써 주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프리카가 주체가 되어 한국과 함께 완성해 가는 이야기여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조준화 박사


현 한국수출입은행 책임연구원, 영국 런던대(SOAS) 정치학 박사, 전 서울대 아시아-아프리카센터 선임연구원(창립멤버), 서울대·신한대·연세대·한국외국어대 연구교수 및 강사 역임, 국제정치학회·개발협력학회·한국아프리카학회 및 경기도 국제개발협력 위원 활동 역임. 아프리카 정치와 개발협력 관련 다수의 논문 및 보고서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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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8 08: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