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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모호한 지침에 경영계 "보완 입법 필요"…노조는 "노동3권 침해" 반발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고용노동부가 기업의 공장 신설이나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도입으로 직원 배치전환이 있을 경우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시행 지침을 내놓으면서 재계에서는 갈수록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사 갈등의 주된 원인이 된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와 '호남 반도체 공장 신설 반대'에 대해서는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공장 신설 등에 따른 배치전환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겨 여전히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N% 성과급'·공장 신설 반대 이유로 파업 못해…인력 배치는 여지
5일 재계와 정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3일 발표한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 지침'에서 노조의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나 공장 신설 결정 등이 의무적 교섭 대상 및 조정·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의무적 교섭 대상은 노조의 교섭 요구가 있을 경우 사측이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할 수 없는 사안을 의미한다.
경영성과급의 경우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기업 이익과 일정 비율로 연동하는 방식의 경영성과급 요구는 국가와 투자자(주주) 등 제3자의 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의무적 교섭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노동부는 지난 2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해석 지침에 이어 이번 시행 지침을 통해 기업투자 등 사업 경영상의 결정 자체가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명확히 했다. 구체적으로 공장 신설·이전 등 기업투자, 사업 매각·인수, 신기술 도입도 예로 들었다.
다만 공장 이전·신설이나 신기술 도입으로 인한 정리해고·구조조정으로 배치전환 등이 공지되는 경우 등에는 배치전환, 근무 형태 변경, 근무지 이전에 따른 지원 등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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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가 크게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신규 투자를 통해 공장을 새로 짓거나 신기술을 도입할 경우 신규 채용과 외부 충원만으로는 숙련인력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에 기존 인력의 배치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단체 교섭이 지연되거나 쟁의 행위가 발생하면 공장 가동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경우 노사 갈등으로 투자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이미 인력 재배치 등을 이유로 호남 공장 신설을 내년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예고했다. 현대차그룹도 올해 초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생산라인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힌 뒤 노조가 합의 없는 생산라인 배치를 거부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신규 투자는 일종의 사업 확장이고 그로 인한 배치전환은 정리해고를 야기하는 일반적인 구조조정과 궤를 달리하는데 왜 동일시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노조가 (공장 신설에 따른 전환 배치를) 교섭의 지렛대로 삼아버리면 기업의 투자가 축소되거나 지연될 수밖에 없고 투자 효과도 반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신기술 도입에 따른 배치전환, 작업방식 변경을 노동쟁의 대상으로 삼을 경우 기업의 일상적인 인사·경영권 행사까지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인력의 신속하고 유연한 투입이 필수적인 AI·반도체 대전환 시대에 노사간 분쟁으로 공장 신설, 신기술 도입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에 따른 배치전환은 노동쟁의 대상에서 반드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누더기 시행지침으로는 한계"…노조는 "헌법상 노동3권 침해" 반발
경영계가 우려하는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이 같은 시행 지침이 '응급처방'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노동부가 '노란봉투법' 시행에 앞서 사례 중심의 해석 지침을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에 쟁의 기준을 둘러싼 현장 혼선이 거듭되자 또다시 시행 지침을 내놨지만,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많아 향후 배치전환 등 노동쟁의 대상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순 교수는 "만약 이번에 보완 입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입법까지는 시간이 걸리니 그때까지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지침으로 보완한다고 했으면 혼란이 덜했을 텐데 그런 메시지를 주는 데 실패했다"며 "사안이 생길 때마다 시행 지침에 누더기처럼 붙여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도 법률의 모호성을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지침이라는 하위 규범으로 메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보완 입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경총은 노란봉투법의 노동쟁의 정의 규정을 개정해 공장신설과 이로 인한 배치전환 등 기업의 의사결정 사항은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황용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시행 지침은 지침대로 현장에서 대응하고 인사권이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보완 입법으로 개정될 수 있도록 다른 경제단체들과 협의하고 국회, 노동부 등과도 지속적으로 소통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노란봉투법에 사업 경영상 결정의 구체적 판단 요소와 절차를 시행령에 위임하는 근거를 두고 그 위임에 따라 시행령에 신규 투자·증설에 따른 배치전환은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문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행령에 명문화해야 추후 정권 교체나 부처의 해석 변경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본부장은 "향후 지침 적용 과정에서 현장의 혼란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보완이 이뤄지길 바라며 시행령 등 보다 명시적이고 안정적인 법적 기준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이번 지침을 두고 양대 노총은 일제히 "헌법상 노동3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지침은 사업 경영상 결정이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유형별로 예시를 들면서 그 범위를 축소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개정 노조법의 적용 범위를 행정지침으로 다시 좁혀 현장의 혼란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성과급 요구를 교섭 대상으로 삼을지는 노사가 결정할 문제고 교섭요구안을 무엇으로 할지는 노동조합이 정할 일"이라며 "정부가 나서 교섭 대상에 과도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사용자의 교섭 회피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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